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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Places/2017 일본 여행

14. 활화산 주위의 풍경을 돌아보는 아소산 드라이브

zzoos 2020. 3. 22. 20:08

어라? 오늘은 날씨가 맑으려나?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봤다. 쨍~ 한 하늘. 어라? 웬일이지?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태풍이 지나간 다음이니 공기가 깨끗할 수밖에. 이런 걸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하는 건가? 그러고 보면 사세보에 도착했던 날 비가 내렸는데, 덕분에 다음 날 아주 쨍한 쿠쥬쿠지마를 볼 수 있었다. 오늘 비가 오는 것이 내일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뻔한 교훈.

 

요즘 자꾸 일찍 일어나게 되니 조식을 포함했다. 먼길을 떠나야 하기도 하고.

 

지난번에 왔을 때 마음에 들었던 호텔이라 조식이 궁금했다. 요즘 부쩍 일찍 일어나기도 하고, 오늘은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 날이라서, 겸사겸사 조식을 포함했다. 생각보다 훨씬 퀄리티가 높은 조식이었고, 음식들이 하나같이 정갈하고 깔끔해서 아침부터 과식을 하고 말았다. 뭐 덕분에 중간에 군것질 같은 거 없이 장거리 운전을 할 수 있었으니 결과적으로 잘한 짓.

 

KKR 호텔에서는 항상 천수각을 볼 수 있는데, 아쉽게도 복원 공사중.

 

조식을 먹는 식당에서 창 밖을 보면 보수 공사 중인 구마모토성을 볼 수 있다. 2016년 구마모토 지진으로 무너진 곳들을 보수하는 중. 2019년 천수각 복원이 목표이고, 총 20년 정도에 걸쳐 모든 곳을 복원할 예정이라고 하니... 아직 공사 중이겠지만 천수각은 복원이 끝났... 으려나? 어쨌든 사진에 보이는 곳이 바로 공사 중인 천수각.

 

구마모토 시내는 꽤 번화하지만 번잡하지는 않은 느낌

 

여기도 전차가 다닌다.

 

차를 렌트하기 위해서 신분증과 국제 면허증을 챙기고, 핸드폰에 구글맵을 켜서 네비게이션으로 쓸 거니까 차량 거치대랑 시가잭에 USB 끼우는 것 등등을 챙겨서 렌터카 업체로. 역시나 간단한 서류 작업을 한 다음 차를 받았다. 이번에는 '만땅 증명서'를 요구하지는 않았는데, 어차피 렌터카 사무실 바로 옆에 주유소가 붙어 있어서 마지막 주유를 그곳에서 하는 것이 편한... 뭐 그런 시스템이었다. 뭐, 강요는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혼자서 운전을 하다 보니 운전하는 중간의 사진은 '전혀' 없다. 혼자 드라이브하다 보면 가장 아쉬운 점. 그냥 말로 설명해보자면... 구마모토 중심가를 벗어나자 건물의 높이가 낮아지고, 건물 사이의 간격이 넓어진다. 가끔 대형 창고 같은 것들도 보이고. 그러다가 차량의 통행이 줄어들면 완연한 교외의 느낌. 한적한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하는 기분이 꽤 괜찮다.

 

오늘의 드라이브를 도와줄 닛산 데이즈

 

일본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좌측통행, 우측통행이 헷갈려서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텅 빈 도로를 혼자 달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차를 따라가면 되고, '여기는 좌측통행이지!'하고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중앙선을 넘어가는 실수는 거의 하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정작 엄청나게 많이들 실수하는 것은 깜빡이와 와이퍼를 헷갈리는 거다. 운전석이 반대편에 있다 보니 깜빡이와 와이퍼 레버도 반대편에 달려있다. 그래서 깜빡이를 넣으려고 하다가 와이퍼를 올리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이건 거의 무의식적으로 조작하는 거라서 신경을 쓰면서 조작하다가도 급하면 얼떨결에 와이퍼를 켜게 된다.

 

그다음으로 주의해야 하는 것은 일본의 신호 체계가 좀 다른 점을 미리 숙지하고 가야 한다는 점. 일단 통행이 반대니까 좌회전이 비보호인 경우가 많고 우회전은 꼭 신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 신호등이 빨간색이면 비보호고 뭐고 무조건 다 멈춰야 한다는 것. 뭐 그런 것들인데, 자세한 건 일본에서 운전할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을 알려주는 사이트들을 참고하는 것이 더 좋을 듯.

 

구마모토를 출발, 아소산을 거쳐 타카치호를 보고 돌아오는 코스
(좌) 아직도 남아있는 지진의 여파. 길이 끊겨 있었다. (우) 멈춘 김에 쉬었다 가자.

 

일본어로 주소를 입력할 수도 없고, 맵코드를 매번 찾는 것도 귀찮아서 구글맵을 네비게이션으로 쓰고 있었는데 이번 드라이브에서는 문제가 생겼다. 구글맵에는 일본의 도로 공사 사정이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구글이 알려주는 길로 드라이브를 하다가 결국 '길이 끝나는 곳'을 만나고야 말았다.

 

지난 지진 때 문제가 생긴 도로가 아직 모두 복원되지 않은 구간이 있었던 거다. 대략 이런 위치였는데, 당황하기는 했지만 덕분에 잠깐 운전을 쉴 수 있었다. 담배를 한 대 태우면서 주위를 둘러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혹시 이후에 비슷한 일이 또 생길까 봐 부랴부랴 차에 달려있는, 일본어로 된 네비게이션을 켰다. 일본의 네비게이션은 주소, 전화번호, 맵코드로 목적지를 입력할 수 있는데 전화번호는 엉뚱한 곳을 목적지로 잡는 경우가 잦아서 비추천. 주소는 일본어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입력할 수 있겠지만 보통의 경우 맵코드를 입력하는 것이 가장 쉽다. 참고로 구글맵을 기반으로 지도 검색으로 맵코드를 알려주는 사이트가 있다. 이곳에서 검색해 [256 459 157*55] 라는 맵코드를 얻었다. 네비게이션에 입력하고 다시 출발~

 

흔한 편의점의 풍경

 

올라갔던 길을 다시 거꾸로 내려와서 다른 길로 돌았다. 주위의 풍경이 확연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목적지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일 것 같았다. 잠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좀 찍고 싶었는데 마침 편의점이 하나 보이길래 차를 세웠다.

 

멀리 보이는 아소산(阿蘇山)이 꽤나 웅장하게 보이는 곳이었다. 편의점에 들러 녹차를 하나 사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모든 편의점이 그랬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편의점에 있는 화장실을 마치 공용 화장실처럼 쓸 수 있는 곳이 많았던 것 같다.

 

아소산 올라가는 길 중간중간에는 차를 세울 수 있는 포인트들이 있다.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화산의 주변이라 그런지 키가 큰 식물은 자리지 않는다.
그나마 볼 수 있는 키큰 식물은 갈대 정도.
키가 작은 식물들이 넓게 깔리다 보니 특이한 풍경이 펼쳐진다.

 

편의점을 출발하니 본격적인 아소산 드라이브가 시작됐다. 화산 활동이 계속되고 있는 곳이라 땅이 뜨겁기 때문일까? 키가 큰 식물들이 사라지고 낮은 키의 식물들이 펼쳐진 풍경이 나타난다. 험준한 산세와 부드러운 구릉이 섞여 있고, 키가 낮은 식물들이 촥~ 깔려 있는 모습은 처음 보는 특이한 풍경이었다. 마침 도로에 차들이 다니고 있지 않아서 아무 데나 마음껏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험준한 산세와 부드러운 산세가 공존하는 곳

 

특이한 풍경을 천천히 둘러보며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목적지는 바로 아소산 로프웨이(阿蘇山ロープウェー). 혹시 운이 좋으면 케이블카를 탈 수 있으려나? 싶어서 목적지로 정했던 곳이었지만 아쉽게도 케이블카는 운행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널찍한 주차장이 있는 곳이라 편하게 차를 세워두고 잠깐 산책을...

 

하려고 했는데, 어우, 날씨가 너무 추운 거다. 아침에 날씨가 너무 좋아 보여서 어제 새로 산 집업이랑 목도리를 가져오지 않았다. 도저히 산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바로 차를 돌려 오늘의 '진짜'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휴게소(?)가 하나 보이길래 급하게 핸들을 꺾어 차를 세웠다.

 

아소산 로프웨이에서 타카치호 협곡까지는 의외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리였다. 운전에 지쳐갈 때 즈음 폭포가 하나 보이고 건물이 보이고, 주차장이 보이길래 휴게소인가? 하고 급하게 핸들을 꺾어서 들어왔다. 이름도 없을 것 같은 이 곳의 이름은 터널 역(トンネル の駅). 이름이 특이하길래 유래를 좀 찾아보니...

 

지금은 폐선된 타카치호선(노베오카~타카치호)을 구마모토까지 연장하는 공사를 하다가 1964년 홍수에 의해 공사가 중단되면서 결국 이곳의 터널은 단 한 번도 열차가 통과한 적이 없는 터널이 되어 버렸는데, 2000년 경 터널 안의 온도와 습도가 소주의 저장고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을 발견, 지역 활성화를 위해 터널의 역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운영을 시작했다.

 

라고 되어 있다. 그러니까 이곳은 정확하게 말하면 휴게소는 아니고 기념품 상점 정도이고, 바로 옆에 있는 터널에는 양조장(トンネルの駅 神楽酒造)이 있다.

 

한 번도 기차가 지나지 않은 터널 안에는 소주가 익어가고 있다.

 

그렇다. 나도 모르게 이끌려 온 이곳에는 '양조장'이 있었던 것이다. 나의 피와 직감은 알아서 '술'을 찾아내는 걸까?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하며 터널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깊숙하고 어두운 터널 안에 술이 익어가고 있는 오크통들이 늘어선 모습은 장관이었다. 증류주가 익어가는 냄새란 이런 걸까? 싶은 독특하지만 나쁘지 않은 향기, 음... 정확한 표현을 하자면 향기도 아니고 냄새도 아닌... 그 사이의 오묘한 것이 가득했다.

 

십여 종이 넘는 소츄를 시음할 수 있었는데, 운전 중이라 ㅠㅜ

 

들어가도 들어가도 오크통뿐이었다. 이름은 '양조장'이었지만 실제로 쌀을 발효하거나, 발효된 원주를 증류하는 과정을 볼 순 없었다. 하지만 기념품 판매장에서는 꽤 많은 소츄를 시음할 수 있었고, 다양한 니혼슈와 소츄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오늘은 운전 중이라 그 다양한 소츄를 단 한 잔도 시음할 수 없었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젠 진짜로!! 오늘의 목적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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