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Places/2017 일본 여행

19. 야쿠스기 자연관, 야쿠스기 랜드

zzoos 2020. 3. 3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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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트래킹이 좋아서 우선 박물관을 들러보고, 다시 한 군데 더 트래킹을 해보기로

 

어제의 트래킹이 너무 좋았다. 시라타니운스이쿄(白谷雲水峡)는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이끼의 숲(苔むす森)도. 그러다 보니 야쿠스기(屋久杉), 즉 야쿠시마에만 자란다는 야쿠 삼나무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그래서 오늘 오전의 첫 번째 일정은 야쿠스기 자연관(屋久杉自然館)으로 정했다.

 

야쿠 삼나무에 대해서 자세히 알수 있는 자연사 박물관. 야쿠스기 자연관(屋久杉自然館)

 

숙소를 떠나 30분 정도 달렸을까? 야쿠스기 자연관에 도착했다. 날이 흐려서 그런지 회색빛의 건물이 좀 스산하게 보이는 기분이었지만, 주변에는 키가 큰 나무들이 많아서 숲 속에 있다는 기분이 드는 곳이었다. 텅 빈 주차장에는 차가 한 대 정도 주차되어 있었다. 아마도 직원의 차였겠지? 그렇다면 관람객은 나 밖에 없다는 얘긴가?

 

다양한 방식으로 야쿠시마의 삼나무에 대해서 체험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입장료 600엔을 내고 들어가니 규모가 그리 큰 박물관은 아니다. 하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것이 기분 좋은 곳이었다. 1층으로 입장해서 한 층 내려가면서 전시물들을 구경하고 다시 1층으로 올라오는 식의 동선이었는데, 한 층 내려간 곳은 지하가 아니라 반대쪽에서 보면 1층인 구조라 어둡지는 않았다.

 

내부가 온통 나무로만 이뤄져 있다. 전부 야쿠시마의 삼나무일까?

 

눈길을 끌었던 것은 내부의 구조가 모조리 나무로 만들어졌다는 것이었다. 혹시 야쿠시마의 삼나무로 만들어진 것일까? 그렇다면 건물 안에 담는 컨텐츠와 건물을 구성하는 재료가 일치하는, 아주 멋진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 삼나무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나무'에 대한 내용을 전시하는 곳이니까 '나무'를 재료로 사용한다는 발상이 마음에 들었다.

 

걸을 때마다 달그락 소리를 내며 나무의 질감과 소리를 들려주는 바닥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박물관의 '바닥'이었다. 벽돌만한 크기로 나무를 잘라서 해링본 무늬로 깔아 둔 바닥에서는 걸을 때마다 달그락달그락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무 바닥인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은데, 거기에 나무끼리 달그락거리는 소리라니. 발의 촉감에 신경을 쓰면서 걸어보니 바닥이 움직이는 느낌이 난다. 그래서 주저앉아 바닥을 살펴봤다.

 

자세히 살펴보니 바닥의 나무 벽돌(?)들 중 일부 벽돌은 고정되지 않고 그냥 끼워져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나무 벽돌들이 관람객의 발걸음에 맞추어 달그락거리고 있는 것. 오! 신기한 방식으로 '나무'에 대한 다양한 감각을 체험할 수 있게 했구나!

 

한 시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오랜만에 현미경도 들여다보고 간단한 퍼즐도 맞춰보면서 박물관을 쭉 둘러보고 나왔다. 물론 발걸음은 달그락달그락.

 

다음 목적지는 다시 한 번 트래킹을 하는 것. 어제는 좀 무리해서 걸었으니 오늘은 좀 쉬운 코스로 가보기로 했다.

 

한 시간 정도는 걸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80분짜리 코스로 선택. 

 

박물관을 나와서 야쿠스기 랜드(屋久杉ランド)까지 가는 길은, 말 그대로 험난했다. 꽤 높은 산을 꼬불꼬불 올라가야 하는데, 역시나 왕복 1차선인 구간이 많다. 게다가 비교적 쉬운 트래킹 코스라고 알려져 있어서 그런 건지 단체 관광객을 실은 고속버스가 자주 다니는 구간이었다. 맙소사. 왕복 1차선인데 고속버스라니.

 

운전하면서 중간중간 길이 넓어지는 곳이 어디에 있는지 외워둬야 했다. 필요하면 뒤로 후진해서 자리를 만들어줘야 하니까. 헌데 후진해서 자리를 만들어준 적은 한 번도 없다. 대부분 반대쪽 차들이 자리를 만들어주더라. 내가 초보운전자인 게 밖에서 봐도 티가 나나? 아니면 렌터카는 티가 나는 건가?

 

어쨌든, 진땀을 뻘뻘 흘리며 야쿠스기 랜드의 주차장에 겨우 도착했다. 날씨는 어느새 좀 흐려져 있었고,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였다. 관광버스에서 내리는 학생들과 이미 한 바퀴 돌고 나와서 관광버스에 올라타는 아주머니들로 붐비는 곳이었다.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면서 안내문을 받아 들고는 어떤 코스로 걸을지 고민을 좀 해봤다. 워낙 쉬운 코스라고 하니 충분히 '걸었다'는 느낌이 들 만큼은 다녀와야 하지 않을까? 30분 코스와 50분 코스는 등산로가 전혀 포함되지 않은, 말 그대로 산책로라는 얘기를 듣고서 80분 코스로 선택했다. 조금만 빨리 걸으면 한 시간 안에 다녀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정말로 야쿠스기 랜드는 걷기 편한 곳이었다. 돌이나 나무로 길을 다 정비해놔서 가벼운 산책 정도의 느낌으로 걸을 수 있었다. 시라타니운스이쿄에서 느꼈던 원시림의 느낌은 확실히 덜했지만 울창한 숲 속을 걸으면 야쿠스기(야쿠 삼나무)를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아보니 어제보다는 물소리가 더 많이 들리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코스 안내문을 봐도 유난히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많다. 

 

 

예상대로 80분 걸린다는 코스는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어제 같은 임팩트는 없었지만 훨씬 걷기 편하고 분위기가 좋은 곳이었다.

 

혹시라도 야쿠시마를 방문하는 사람이 시라타니운스이쿄와 야쿠스기 랜드 중에서 어디를 가봐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시라타니운스이쿄는 놓쳐서는 안 되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부모님이나 아이들과 함께 가야 한다면 야쿠스기 랜드를 가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헌데, 부모님이나 아이들을 데리고 야쿠시마까지 갈 리가 없잖아?

 

 

다시 주차장으로 나오니 점심시간이 좀 지났다. 어딘가 식당을 찾으러 가기도 귀찮아서 매점에 들러 빵과 쥬스를 하나씩 사서 간단하게 요기를 했다.

 

그리고 오늘의 원대한(?)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다시 시동을 걸었다. 그것은 바로 야쿠시마 섬의 일주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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