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몇 년 전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EBS에서 멈췄다. 어떤 가수에 대한 다큐멘터리인 것 같았다. 언제든지 다른 곳으로 채널을 돌릴 수 있도록 리모콘을 손에 들고 가수가 누구인지만 확인하려고 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리모콘을 내려놓고 끝까지 봐버렸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 다큐멘터리가 2013년을 떠들썩하게, 오스카를 비롯한 전 세계의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관련 부문을 싹쓸이한 영화라는 것을.
1970년대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인종차별 정책으로 인해 국제적으로 고립된 그곳.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과 자신들의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강하게 압박하는 정부. 이때 그들의 탈출구였던 음악이 있었으니 바로 '로드리게즈'라는 가수의 노래였다. 그들의 증언에 따르면 남아프리가 공화국에서 로드리게즈는 비틀즈, 엘비스, 지미 핸드릭스에 버금가는 뮤지션이었다. 턴테이블이 있는 가정이라면 누구나 비틀즈, 사이먼 앤 가펑클 그리고 로드리게즈의 앨범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정도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은 가수. 하지만 누구도 그를 본 사람이 없다. 단 두 장의 앨범만을 발매하고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전설의 가수.
1990년대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미 로드리게즈는 죽었다고 알려져 있다. 무대에서 온몸에 석유를 뿌리고 분신했다는 이야기, 형편없는 공연을 하다가 노래를 한 곡 부르면서 관자놀이에 총구를 대고 발사했다는 이야기 등. 몇몇 음악 관계자들이 궁금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로드리게즈는 어떻게 죽었을까?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모두가 알고 있는 가수인데, 그에 대해서 너무나 알려진 것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의 흔적을 쫓기 시작한다. 앨범 판매 로열티가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조사하다가 막히고, 노래 가사에 나온 지역들을 돌아다니며 그의 흔적을 쫓다가, 결국 디트로이트의 작은 도시에서 그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리고 놀라운 소식... 그는 살아 있었던 거다. 그의 죽음에 대한 소문은 모두 거짓이었다. 로드리게즈는 여전히 디트로이트에서 막노동을 하면서 살고 있었다.
1998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로드리게즈가 살아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지만, 아직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결국, 그는 수많은 관객 앞에서 공연하고, 자신이 낸 음반이 지구 반대편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몇 년 전, 초반부를 놓쳤던 것이 생각나서 검색해보니 왓챠플레이에서 볼 수 있는 영화였다. 덕분에 놓쳤던 초반부를 끼워 맞추고, 다시 한번 로드리게즈의 음악을 들었다.
사연 자체가 영화 같은 이야기인 데다가, 마치 추리 수사물을 보듯이 증거를 따라 그의 흔적을 찾는 흐름 덕분에 몰입도가 높은 영화다. 영화 내내 로드리게즈의 음악이 배경으로 깔린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닌데도 이 영화만큼은 강력히 추천할 수 있다.
비슷한 제목의 국내 예능 프로그램도 아마 이 영화에서 모티브를 따 왔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요즘은 너무 아무나 등장하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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