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놀라 홈즈 Enola Holmes | NETFLIX | 2020
오랜만에 - 마블의 영화를 제외하고 - 예고편을 보고 마음에 쏙 들어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린 영화다. 예고편을 보자마자 페이스북에 링크를 공유했고, 개봉일이었던 9월 23일에는 넷플릭스에 접속해, 한 시간마다 페이지를 새로 고쳤다. (알고 보니 국내 넷플릭스의 업데이트 시간은 오후 4시라고 한다.)
에놀라 홈즈. 그렇다. '홈즈'라는 성을 가진 인물이 하나 떠오른다. 그 유명한 셜록 홈즈의 여동생 이야기다.
물론 여기서 미리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그 유명한 닥터 스트레인지 아니 베네딕트 컴버비치가 나오는 영국의 드라마 셜록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야기다. 현대가 아닌 19세기의 영국이 배경이다. 그렇다고 해서 셜록 홈즈의 아버지인 코넌 도일이 만든 캐릭터도 아니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소설가인 낸시 스프링어가 만들어낸 캐릭터다. 그러니 "원작에도 셜록 여동생이 있었어?"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홈즈의 여동생이라는 기발한 설정과 <기묘한 이야기>에서 이미 얼굴을 익힌 밀리 바비 브라운(의외로 스페인 출생이다)의 조합이 아주 좋을 것이라는 기대는 예고편을 보면서부터 시작됐고,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조합은 '옳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좋다. 후속편이 나와야 한다! 라는 느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주인공이다. 물론 낸시 스프링어가 만들어 낸 에놀라 홈즈라는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당시의 일반적인 여성들과는 다르게 자유로운 교육을 받았고, 어릴 때부터 검술과 체술을 연마해 격투에도 능하다. 오빠가 셜록 홈즈인 걸로 짐작할 수 있듯 우수한 두뇌는 아마 홈즈 가문의 유전적 특징이겠지. 이런저런 설명을 아무리 더 해봐야 결국 셜록 홈즈의 동생! 이라는 한 마디가 오히려 더 자세하게 그녀를 설명하는 문장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의 매력이자 주인공의 매력은 에놀라 홈즈의 매력이라기보다는 밀리 바비 브라운(Millie Bobby Brown)의 매력이다. <기묘한 이야기>에서 보여주었던 말 그대로 '기묘한' 매력은 중성적인 아이의 매력이었다면, 이 영화에선 발랄하고 엉뚱한 소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카메라를 대놓고 바라보며 관객들에게 말을 걸어오는 장면들은 그녀의 매력을 한껏 돋보이게 한다.
중간중간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 배우의 입을 빌렸다고는 하지만 - 맥락 없이 길게 주절거리는 장면이 개인적으로는 옥의 티였지만 그걸 제외하면 영화의 모든 것이 좋았다. 배우들의 연기, 의상은 물론이고 액션도 적절했다. 집에서 탈출해 어머니를 찾으러 가다가 후작을 만나게 되고 그 배경에는 여성의 참정권을 획득하려는 움직임과 그걸 반대하는 세력이 있었다는 스토리의 흐름도 괜찮았다.
무엇보다도 이번 영화가 에놀라 홈즈 시리즈의 1편(이라고 믿고 싶다)이라면 확실하게 각인시켜야 할 '캐릭터'를 명확하게 보여줬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글쎄, 혼자만의 설레발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영화는 에놀라 홈즈 시리즈의 시작인 <사라진 후작>이 원작이라고 하니, 이후 다섯 편의 소설도 시리즈로 영화화될 수 있는 게 아닐까? 물론 개인적은 바람은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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