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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혼자, 생일, 온천

아침부터 여섯 시간이나 이동했다. 미야자키(宮崎)에서 유후인(由布院)까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열차를 한 번만 갈아타면 되는 코스지만, 지진의 여파로 정상 운행하지 않는 구간이 있어 특급 열차 - 일반 열차 - 버스 - 일반 열차 - 특급 열차로 갈아타고서야 겨우 도착한 곳. 유후인은 처음이 아니다. 꽤 오래전에 친구들과 함께 여행했던 적이 있었다. 사실 유후인에 가고 싶었다기보다 혼자서 갈 수 있는 적당한 온천 료칸을 찾다가 유후인에 있는 료칸이 마음에 들었던 것뿐이다. 이동 코스를 생각해보면 오히려 노베오카, 오이타, 벳푸가 더 좋은 위치였는데, 하루 전에 급하게 예약하다 보니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유후인 번화가 바로 옆 골목에 위치한 료칸인 하나무라(はな村)는 괜찮아 보이는 석식을 포함할 수 있었..

26. 열차와 버스를 네 번 갈아타고 유후인으로

생일이다. 여행 중에 맞이하는 생일. 혼자 돌아다니다가 자칫 잘못하면 센치한 기분에 빠질 수 있으니 나 자신에게 선물을 주자! 라는 생각으로 어젯밤에 급하게 유후인의 료칸을 예약했다. 오이타나 벳푸 아니면 노베오카 등 큐슈의 동쪽에 있는 료칸이라면 어디든 괜찮았는데, 하루 전에 급하게 예약을 하는 데다가 혼자서 묵어야 하고, 괜찮은 석식이 나와야 하는 곳을 찾다 보니 결국 유후인으로 결정. 아, 비용을 좀 쓰더라도 좋은 료칸을 잡고 싶을 때 RELUX라는 앱을 이용하는데, 결과는 항상 만족스러웠다. 급한 일은 없었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서 움직였다. 여섯 시 반 정도에 일어나서 짐을 정리하고 어젯밤에 사둔 쥬스와 빵으로 간단한 아침을 먹었다. 여유롭게 호텔에서 나왔다. 기차역 바로 옆에 있는 호텔을 잡으면..

[NETFLIX] CODE 8 (2019) - 설정은 초능력 액션인데 내용은 뻔한 범죄 드라마

초능력자들의 힘으로 도시를 만들어 세우고, 발전시킨 다음 기계가 그들의 일자리를 대체했다. 능력은 위험한 것으로 치부되어 드론과 가디언의 감시를 받는다. 능력을 사용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고, 숨어서 능력을 사용하다간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된다. 그런 도시에서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돈이 필요한 코너는 안 좋은 곳에 능력을 쓰게 되는데... 배경 설정도 어디선가 본 듯하고 줄거리는 너무 뻔해서 설마 이게 다겠어?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도 초능력을 다루는 영환데 뻔한 줄거리라면 액션이라도 볼 게 있겠지. 딱, 그런 생각으로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아, 이럴 수가. 정말 딱 그만큼인 영화라니. 일단 분명한 건 초능력자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능력을 사용해서 싸우거나 서로를 죽이기도 하지만, 초능력 ..

25. 가장 큰 마쯔리, 미야자키 신궁대제

우연히 오늘, 바로 오늘! 미야자키 신궁대제가 열리는 날이라는 소식을 알게 됐다. 네 시 즈음이면 미야자키 신궁 앞길에서 축제 행렬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정보도 입수했다. 남은 시간을 보내느라 평화의 탑(平和の塔))을 구경하러 갔는데, 의외로 거리가 멀어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헤이와다이 공원(平和台公園)에서 미야자키 신궁(宮崎神宮)으로 돌아오는 데는 30분이 훌쩍 넘게 걸렸다. 오르막을 올라가느라 힘을 다 썼기 때문일까? 어쨌든, 생각보다 멀리 다녀왔고,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덕분에 행렬의 시작을 놓치고야 말았다. 신궁 근처에서부터 느껴졌다. 사람들의 물결(?)이 미야자키 신궁 쪽으로 향하고 있었고, 행렬이 지나가는 대로변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었다. 미야자키 신궁대제(宮崎神宮大祭)는 매년 10..

24. 태풍이 지나간 미야자키

태풍으로 시끄러웠던 지난밤 잠을 잘 수 없어 넷플릭스로 기묘한 이야기 시즌 2를 다 보고 새벽에야 잠들 수 있었다. 엄청나게 흔들리며 소리를 내던 창문이 깨지면 어떡하나하는 걱정이 들기도 하고 심지어 건물 자체는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바람이 심했다. 새벽에야 겨우 잠이 들었으니 느지막이 일어났다. 창밖을 내다보니 하늘은 흐렸지만 비는 그쳤고 무엇보다도 바람이 잠잠했다. 언제 바람이 불었냐는 듯 조용한 풍경 안에 미야자키 과학기술관이 보였다. 저 동그란 돔 지붕은 어제 구경했던 그 플라네타리움의 지붕이겠지. 세계에서 세 번째던가? 여튼 손가락에 꼽히는 규모의 플라네타리움이라더니 정말 크기는 크구나. 체크아웃 시간에 쫓기듯 밖으로 나와서 일단은 점심을 해결하러 라멘집에 들렀다. 어제 점심을 먹었..

23. 태풍과 함께 미야자키로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흐린 하늘이다. 뉴스를 보니 며칠 동안 속도가 느려졌던 22호 태풍 사올라는 본격적으로 속도를 올려 북상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은 태풍과 제대로 맞닥뜨리는 날이겠구나. 멀리 돌아다닐 생각하지 말고 호텔에서 푹 쉬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호텔 8층에 있는 온천탕에서 이른 아침 온천욕을 한 번 더 하고 거리로 나섰다. 가고시마 역(鹿児島駅)까지는 걸어서 약 20분 정도의 거리. 새벽에 내린 비 때문에 거리는 젖어있었고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지뢰처럼 걸음을 조심하게 만들었지만, 거리의 풍경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걸었다. 그래, 가고시마츄오역(鹿児島中央駅)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었다. 숙소에서 비슷한 시간을 걸어 훨씬 큰 역인 가고시마츄오역으로 갈 수도 있..

22. 가고시마 밤 산책 아니 술 산책

호텔 뒤편의 공원에 올라 사쿠라지마를 구경하고, 시립 미술관에 들러 엄청난 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슬슬 배가 고파오고 있었기 때문에 샤워하고 저녁을 먹으러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고시마는 말 그대로 '소츄의 도시'다. 현대 일본에서 소츄의 인기는 가고시마의 이모소츄(고구마류를 원재료로 한 증류주) 덕분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좋은 쌀이 잘 자라는 동네에서는 니혼슈(쌀을 원재료로 한 발효주. 우리가 흔히 사케라고 부르는 그것)를 주로 만들었다면, 고구마가 잘 자라는 남쪽에서는 이모소츄를 만드는 곳이 많았던 거다. 샤워를 하고 소츄바를 탐방할 기대에 부풀어 호텔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호텔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어라? 8층에 온천탕이 있다..

오랜만에 스케치 연습

오랜만에 아이패드로 스케치를 하나 그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린' 것이라기 보다는 트레이싱한 것이고, 색칠 공부를 한 정도. 사용한 앱은 adobe fresco. 어도비에서 스케치를 위해 새롭게 내놓은 앱이다. 그동안 타야수이 스케치를 사용했었는데, 이리저리 세팅해보니 프레스코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더 편한 기능들이 있다. 특히 벡터로 그릴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 참고로 위의 스케치도 픽셀 스케치가 아니라 벡터 기능만 써서 그린 것이다. 아, TMI 하나 투척하자면... 모델은 나다. 예전에 회사 다닐 때 목공 스터디에서 누군가 찍어준 사진을 배경에 깔아두고 그렸다. 머리색은... 실제 나의 머리를 표현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걍 검은색에 가깝게 그려뒀다.

Sketches 2020.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