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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가고시마 밤 산책 아니 술 산책

호텔 뒤편의 공원에 올라 사쿠라지마를 구경하고, 시립 미술관에 들러 엄청난 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슬슬 배가 고파오고 있었기 때문에 샤워하고 저녁을 먹으러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고시마는 말 그대로 '소츄의 도시'다. 현대 일본에서 소츄의 인기는 가고시마의 이모소츄(고구마류를 원재료로 한 증류주) 덕분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좋은 쌀이 잘 자라는 동네에서는 니혼슈(쌀을 원재료로 한 발효주. 우리가 흔히 사케라고 부르는 그것)를 주로 만들었다면, 고구마가 잘 자라는 남쪽에서는 이모소츄를 만드는 곳이 많았던 거다. 샤워를 하고 소츄바를 탐방할 기대에 부풀어 호텔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호텔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어라? 8층에 온천탕이 있다..

오랜만에 스케치 연습

오랜만에 아이패드로 스케치를 하나 그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린' 것이라기 보다는 트레이싱한 것이고, 색칠 공부를 한 정도. 사용한 앱은 adobe fresco. 어도비에서 스케치를 위해 새롭게 내놓은 앱이다. 그동안 타야수이 스케치를 사용했었는데, 이리저리 세팅해보니 프레스코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더 편한 기능들이 있다. 특히 벡터로 그릴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 참고로 위의 스케치도 픽셀 스케치가 아니라 벡터 기능만 써서 그린 것이다. 아, TMI 하나 투척하자면... 모델은 나다. 예전에 회사 다닐 때 목공 스터디에서 누군가 찍어준 사진을 배경에 깔아두고 그렸다. 머리색은... 실제 나의 머리를 표현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걍 검은색에 가깝게 그려뒀다.

Sketches 2020.04.03

21. 태풍을 피해 가고시마로

야쿠시마에 들어오면서 배편을 왕복으로 예약해뒀었다. 나가는 배편은 오늘 오후 4시. 이부스키(指宿)로 나가는 배였다. 지열로 덥혀진 뜨거운 모래 찜질로 유명한 이부스키는 가고시마현의 최남단에 있는 작은 도시. 야쿠시마에서의 트래킹이 몸을 피곤하게 만들 것 같아서 짠 일정이었다. 야쿠시마에서 열심히 놀고, 이부스키에서 찜질하면서 피로를 풀겠다는 야심찬(?) 계획. 하지만 태풍 22호가 올라오고 있었다. 하늘과 바람이 심상치 않았다. 오후 4시에 출발하는 배편이 제대로 뜰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마음이 좀 급해졌다. 혹시라도 배가 뜨지 않으면 섬에 갇혀야 하니까 말이다. 일단 짐을 챙겼다. 3일 동안 머무르면서 짐이 조금 늘어나 있었다. 야쿠시마의 감자 소주인 미타케(三岳)를 반도 못 마셨다. 슈퍼에..

[WATCHA] 저스트 프렌드 (2005) - 라이언 레이놀즈의 원맨쇼 더하기 에이미 스마트의 매력

:: 저스트 프렌드 | Just Friends | 2005 첫사랑을 다시 만나면 기분이 어떨까? 아마 현실에서는 변해버린 모습에 실망하고 뒤돌아서며 '아, 그냥 추억으로만 간직할 걸 그랬어...'라는 생각이 들 거다. 기억은 추억 속에서 훨씬 아름답게 포장되니까. 매일 쓸고 닦으면서 아름답게 가꾼 기억은 자신도 모르게 현실과 엄청난 괴리를 만든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렇지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LA에서 크게 성공한 음반사 매니저인 크리스(라이언 레이놀즈)가 우연히 고향에 돌아왔을 때, 어린 시절부터 쭉 사랑했던 제이미(에이미 스마트)는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어차피 같은 배우가 연기했으니까 그런 것이겠지만, 나이조차 먹지 않은 느낌이다. 현실에서는 절대 벌어지지 않을, 그런 상황. 고교 시절엔 엄..

Media/Movie, Drama 2020.04.01

[WATCHA] 즐거운 경찰 (2005) - 뻔하고 유쾌한 타임킬링 무비

:: 즐거운 경찰 | Man of the House | 2005 포스터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영화. 혹시나 해서 왓챠플레이에 있는 영화 소개 코멘트를 읽어보니... 깐깐하고 감정이 메마른 베테랑 경찰 롤랜드 샤프. 살인 사건의 목격자인 치어리더들의 보호 임무를 맡은 롤랜드는 비밀 수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치어리더들의 보조 코치 역할을 맡게 된다. 역시 포스터에서 본 느낌 그대로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영화일 것 같아서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우연히 살인 현장을 목격하는 다섯 명의 치어리더. 그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는 무뚝뚝한 아저씨 경찰. 자신들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실감하지 못하고 철없는 행동을 하는 치어리더들과 그런 그녀들과 사사건건..

Media/Movie, Drama 2020.04.01

[WATCHA] 죽여줘! 제니퍼 (2009) - 이게 뭔 영화야? 하다가 궁금해서 끝까지 보는 영화

:: 죽여줘! 제니퍼 | Jennifer's Body | 2009 무슨 영화인지 전혀 모른 채 보기 시작했다. 메간 폭스를 내세운 포스터가 관심을 끌었고, 아만다 사이프리드까지 출연한다고 하니 더욱 궁금해졌다. (헉! 포스터에서 메간 폭스 뒤에 손이 하나 있다는 걸 지금에서야 알았다!) 영화의 초반부는 '도대체 이게 무슨 영화야?' 싶을 정도로 해괴하다.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뭔가 수상하다는 느낌이 슬쩍 들다가, 갑자기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그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녀의 독백을 통해 메간 폭스와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고교 시절로 돌아간다. 그래서 아, 그냥 하이스쿨 무비인가? 했더니 갑자기 메간 폭스가 기괴한 일들을 벌인다. 아, 이거 도대체 무슨 영화야!! 굳이 말하자면 호러 영화에 가깝지만 전혀 무섭지..

Media/Movie, Drama 2020.04.01

[WATCHA] 그랑 메종 도쿄 - 여전하다는 것의 반가움. 전형적인 김탁구식 드라마.

20년 전쯤이었던가 보다. 일본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던 게. 당시의 우리나라 드라마들보다 소재가 다양하다는 것이 좋았다. 당시 일본 드라마를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코스(?)를 쭉 돌다 보면 언젠가 한 번 김탁구, 아니 기무라 타쿠야를 만나게 된다. 당시 일본 드라마의 황금 시간대인 월요일 9시(게츠쿠)에는 제작비를 쏟아부어 최고의 배우와 작가를 총동원한 드라마들이 방영됐고, 김탁구의 드라마는 언제나 월요일 9시였다. 스케일이 큰 드라마 안에서 그의 존재감은 특별했다.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독불장군처럼 밀어붙이는 상남자 스타일의 주인공이지만, 남들 모르게 뒤에서는 동료를 챙기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츤데레이고, 결국 집념과 노력 그리고 진심으로 주위 사람들을 하나씩 감동하게 해, 다 같이 힘을 합쳐 ..

Media/Movie, Drama 2020.03.31

[WATCHA] 아직 결혼 못하는 남자 - 뻔한 얘기를 캐릭터로 커버하는 유쾌한 이야기

어제 왓챠플레이에 들어가서 새로 올라온 작품들을 살펴보는데 눈에 띈 드라마. 2006년에 방영해서 대힛트했고 우리나라에서도 리메이크했던 드라마인 [결혼 못하는 남자]의 시즌 2, [아직 결혼 못하는 남자]. 2019년 4분기에 방영했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은 드라마다. 시즌 1은 당시에 재밌게 봤던 드라마이기도 하고 주인공인 아베 히로시의 코믹하면서도 진중한 연기를 좋아하는지라 늦은 새벽까지 정주행 해서 10편을 해치웠다. 주인공과 그의 조수였던 배우는 시즌 1과 그대로, 나머지 주요 인물들은 모두 새로운 인물들이다. 아, 주인공의 가족들도 그대로인데, 조카는 아역에서 대학생으로 배우가 바뀌었다. 시즌 1에서 13년이 지난 이야기인데 이야기의 흐름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40세에서 53세가 된 주인공은 ..

Media/Movie, Drama 2020.03.30

20. 야쿠시마 일주 드라이브

야쿠스기 랜드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때우고 여전히 운전하기 힘든 산길을 내려왔다. 차 안에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고 운전을 하는데도 진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어려운 운전이다. 왕복 1차선의 좁은 길에 커다란 관광버스가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 절로 한숨이 날 정도였다. 초보운전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가장 어려운 운전이었다. 하지만 약 한두 시간 뒤에 '가장' 어려운 운전 기록은 갱신된다. 오늘의 목표는 야쿠시마 일주 드라이브였다. 일단 지도 상으로 봤을 때 일주도로가 있었으니까. 그래서 야쿠스기 랜드 트래킹 - 이라기보다는 산책에 가까웠지만 - 을 마치고 나서 해안도로까지 내려온 다음 시계 방향으로 섬을 돌기 시작했다. 어제 시라타니운스이쿄 트래킹을 했고, 오늘 오전에도 야쿠스기 랜드 트래킹을 했으니 근육..

19. 야쿠스기 자연관, 야쿠스기 랜드

어제의 트래킹이 너무 좋았다. 시라타니운스이쿄(白谷雲水峡)는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이끼의 숲(苔むす森)도. 그러다 보니 야쿠스기(屋久杉), 즉 야쿠시마에만 자란다는 야쿠 삼나무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그래서 오늘 오전의 첫 번째 일정은 야쿠스기 자연관(屋久杉自然館)으로 정했다. 숙소를 떠나 30분 정도 달렸을까? 야쿠스기 자연관에 도착했다. 날이 흐려서 그런지 회색빛의 건물이 좀 스산하게 보이는 기분이었지만, 주변에는 키가 큰 나무들이 많아서 숲 속에 있다는 기분이 드는 곳이었다. 텅 빈 주차장에는 차가 한 대 정도 주차되어 있었다. 아마도 직원의 차였겠지? 그렇다면 관람객은 나 밖에 없다는 얘긴가? 입장료 600엔을 내고 들어가니 규모가 그리 큰 박물관은 아니다. 하지..

18. 어제는 날치 튀김, 오늘은 날치구이

시라타니운스이쿄 트래킹을 마치고 나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오늘의 점심은 뭘로 해야 하나? 주차장에서 차에 앉아 문을 열고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식당을 검색했다. 그 결과 선택한 곳은 KITCHEN&CAFE 히토메쿠리(ヒトメクリ). 간단한 점심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곳이라 선택했다. 힘들게 올라갔던 산길은 내려올 때라고 해서 특별히 달라진 건 없었다. 다만 얼마나 많은 맞은편 차량을 만나느냐가 운전을 힘들게 하는 포인트인데, 내려올 때는 차를 많이 만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쩌면 올라갈 때 한 번 경험해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게 됐기 때문에 마음이 더 편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구글맵에 목적지를 찍어두고 도착한 식당은 야쿠시마에서 보기 드물게 깔끔하고 스타일리시한 곳이었다. 메뉴판을 보니..

17. 야쿠시마에 온 목적, 이끼의 숲으로 가는 길

전날 푹 쉬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너무나 가보고 싶던 곳을 갈 수 있다는 설렘 때문이기도 했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트래킹 준비를 했다.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가장 편한 옷을 입고, 신발 끈을 꽉 조였다. 체온을 잃지 않기 위해 위에 걸칠 옷도 하나 더 준비하고, 혹시나 중간에 당이 떨어질까 봐 초코바를 두 개 정도 가방에 넣었다. 어차피 주차장까지는 차를 가지고 갈 거라서 차에는 여벌의 옷도 챙겨두었다. 민숙 후렌도에서 출발해 시라타니운스이쿄의 주차장까지 가는 길은 꽤나 험난했다. 좁은 산길을 굽이굽이 올라가야 하는 난코스. 구글맵으로 검색해보면 20분 정도가 걸릴다고 나오지만 초보운전자에겐 두 배가 훨씬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왕복 1차로인 구간이 많은 데다가 차선도 굉장히 좁은 길이라서 반대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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