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그러니까 일천구백구십팔년의 일이었을 거다. 소위 말하는 '군번이 잘 풀린' 케이스라서 군생활이 참 널널했다. 갓 병장을 달았을 때 즈음이던가? 관사병으로 지내던 '형'이 부사수를 받으면서 부대 내로 복귀했다. (관사병은 관사에서 '살아야'하기 때문에 제대할 즈음이 되면 부대로 복귀한다.) 볕이 좋았던 어느 일요일 오전. 바로 그 '형'이 본부중대에 볼 일이 있었는지 찾아왔다가 옆 마당 벤치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던 나를 발견했다. "어! 00야. 너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하니? 기타도 좀 칠 줄 아네?" "뭐 이렇게 소일거리하는 거죠. 운동하는 건 지지리도 싫으니까요." "야, 내가 대학다닐 때 아카펠라 동아리했었거든. 사람들 모아서 노래나 부르면서 놀자. 어차피 남은 군생활 지루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