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Books 125

이런 걸 '힐링' 소설이라고 하는 건가? - 태양의 파스타, 콩수프

:: 태양의 파스타, 콩수프 | 미야시타 나츠 | 임정희 | 봄풀출판 | 2012.08 어떤 이유로 주문했는지도 기억 나지 않는, 정말 별 기대 없이 펼친 소설. 하지만 의외로 대단히 재밌었던 소설. 왜인지도 모르고 파혼당한 아스와. 실의에 빠져있는 그녀에게 롯카 이모가 다가와 '드리프터스 노트'라는 것 적어보라고 한다. 일종의 to do list 같은 건데, 하고 싶은 걸 적고 실행하면 지우는 노트. 적고 실행하고 지우고를 반복하다보니 어느덧 자기 존재의 소중함을 느끼고, 주변의 것들에 감사하게 된다는... 뻔하지만 그런 전개가 싫지 않은 - 전형적인 것이 가지는 힘이랄까 매력이랄까. 그리고 이럴 때 디테일이 힘을 발휘하는 듯 - 따뜻하고 귀여운 그리고 여성적인(?) 소설.

Media/Books 2013.11.06

숨막힐 것 같은 전개라는 말 말고는 표현할 말이 안 떠오르는 - 28

:: 28 | 정유정 | 은행나무 | 2013.06 전작이 많지는 않지만 바로 그 많지 않은 전작들이 하나같이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것들이었다. 특히 이 그랬다. 이번에도 역시나. '화양'이라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28일간의 이야기. 4명의 사람과 1마리의 개가 전해주는, 알 수 없는 그리고 치명적인 바이러스 앞에서 무력한 사람들의 이야기. 겨우 '개'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주인공으로 느껴지는 '링고'의 매력이 포인트라면 포인트. 하지만 점점 무너져가는 사람들과 그들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을 읽다보면... 마음이 벅벅 긁히는 건 어쩔 수 없을 듯.

Media/Books 2013.11.06

감성돋는 산문일줄 알았더니 의외의 인생 지침서 - 지지 않는다는 말

:: 지지 않는다는 말 | 김연수 | 마음의숲 | 2012.7 김연수의 책이니까 주문했다. 정말 다른 이유 없이. '산문집인데 괜찮아?'라는 생각도 별로 안 했다. 한꺼번에 많은 책을 주문서 쌓아두고 읽는 스타일이다 보니 '읽다보면 이런 류의 책을 읽고 싶어질 때도 있어(있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당시에 확 땡기지 않아도 주문하는 책들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 다음 안 읽고 쌓아두는 책들도 있고. 산문은 별로 읽지 않는 편이지만, 뭔가 잘 안 읽힐 때 말랑말랑한 산문집이라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어보니 왠걸, 말랑하다기 보다는 팔딱거리는 인생 지침서에 가까운 산문집. 의외로 달리기(심지어 마라톤!)를 좋아한다는 - 이게 왜 '의외'냐면,왠지 작가라고 하면 골방에 처박혀 담배를 피우다가 밤이..

Media/Books 2013.11.06

그림 많고, 아주 오래된, 하루키의 수필 -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 무라카미 하루키 | 김난주 | 안자이 미즈마루 | 문학동네 작년에 이런저런 책을 왕창 주문하면서 하루키 책이 뭐 이리 많이 나왔지? 하고 몽땅 주문. 한참이 지났는데 이제야 읽어봤다. 자그마치 1980년대(30년 전인가!!!)의 수필들. 함께 주문했던 책들(해 뜨는 나라의 공장, 발렌타인 데이의 무말랭이, ...)도 다 이런 식이겠지... 안자이 이즈마루의 대충 그린 듯 귀여운 일러스트와 하루키의 글(그림과는 별로 상관 없는)이 실린 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루키의 소설을 다 읽었고, 그의 문장을 더 많이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면 딱히 추천할 이유는 없을 듯. 남은 시리즈(?)들은 책이 잘 안 읽힐 때 하나씩 꺼내서 읽어야 겠다.

Media/Books 2013.10.10

초반이 좀 지루하지만 탄탄하게 잘 짜여진 미스터리 - 솔로몬의 위증

:: 솔로몬의 위증 (전 3권) | 미야베 미유키 | 이영미 | 문학동네 참 두껍다. 권당 700 페이지가 넘는다. 게다가 세 권이라니... 온라인으로 주문할 때는 잘 못 느꼈는데, 막상 배송 받고 나니 압박이 장난 아니다. 미뤄두고 미뤄두다가 요즘 책 읽는 속도가 좀 붙은 것 같아서 드디어 1권 시작! 하지만 잘 읽히지 않는다.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대한 너무나도 섬세하고 자세한 묘사 덕분에 사건의 전개가 너무나 느리다. 꾹 참고 2권으로 돌입. 뭔가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그렇게 치달려서 3권쯤 오면 이제 책을 놓기가 싫어진다. (실제로 2권 중반 이후 부터는 침대에 앉아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읽은 듯)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참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한 작가구나~' 싶다. 자그마치 9년을..

Media/Books 2013.10.08

왠지 뻔해 보이는 어릴적 얘기 - 안녕, 내 모든 것

:: 안녕, 내 모든 것 | 정이현 | 창비 정이현의 글을 좋아한다. 참하지만 똑부러지는 젊은 여성같은 느낌이랄까. 유복한 가정에서 곱게 자란 당찬 여성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소설을 챙겨보려고 하는 편. 이번 소설도 역시 읽기도 쉽고, 내 주변에서 정말 벌어지고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를 풍기는 편안한 글이다. 헌데, 뭐랄까... 좀 뻔해보인다고 하면 너무 혹평인가. 작가들은 한 번씩 자신의 어린 시절(어쩌면 작가 자신의 모습)을 소설로 적고 싶어 지나보다. 서태지, 삼풍백화점 등의 커다란 사건이 있었던 시절 중, 고교생들의 이야기. 약간은 웃자란 것 같은 - 일반적인 아이들과는 달라도 어딘가 다른 - 아이들. 그들은 작가의 서로 다른 모습이거나 그중의 한 명이 작가의 모습이겠지? 뻔해서 읽기 쉬..

Media/Books 2013.09.12

단편 소설이라고 하기에도 짧은 장면들의 모음 - 하늘 모험

:: 하늘 모험 | 요시다 슈이치 | 이영미 | 은행나무 이후에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꼭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 작년 연말 쯤이었나, 잔뜩 주문할 때 같이 주문했던 책을 이제서야 읽고 있다. (사실 요즘 읽고 있는 책들이 모두 그때 주문했던 책들) 헌데 읽고 보니 이걸 뭐라고 해야 될까. 단편집이라고 하기엔 글 하나하나가 '단편 소설'이라고 하기가 힘들다. 기승전결을 가지는 '사건'이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길이가 매우 짧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떤 장면(Scene)을 설명하는 정도의 느낌. 기내 비치 잡지에 기고했던 글이라고 하는데, '분량'의 문제는 거기서 오는 듯. 그렇다고 읽기가 싫었다거나, 글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특히 뒤쪽에 실려있는 수필들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

Media/Books 2013.09.10

치밀한 전개로 결말이 궁금한 미스터리 - N을 위하여

:: N을 위하여 | 미나토 가나에 | 김난주 | 재인 이후에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을 챙겨보게 된다. 그 소설은 당시 읽었던 어떤 소설들 보다도 대단한 소설이었으니까. 심지어 영화마저도 대단해서(소설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뇌리에 딱 박혀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후의 소설들은 딱히 마음에 드는 것들이 없었다. 문체나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이 대단했던 건 그런 쪽이 아니었으니까. 이번 소설은 바로 그런 점에서 과 닮아있다. 사건을 미리 알려주고, 각 사건에 대한 등장인물의 상황을 차례차례 알려준다. 치밀하게 짜여진 소설. 오랜만에 두근두근하며 글을 읽어나갔다. 대기업의 주목 받는 간부와 젊은 부인이 살해당한다. 그리고 현장에 있던 네 명의 남녀(공교롭게도 모두 이니셜이 N이다). 그중의 한 명이 범인으로 ..

Media/Books 2013.09.06

정성을 다해 가다듬었을 것이 분명한, 멋지고 아름다운 문장과 은유들이 가득 - 나비의 무게

:: 나비의 무게 | 에리 데 루카 | 윤병언 | 문예중앙 얇은 책이라 금방 읽을 것 같아서 집어 들었다. 작년에 잔뜩 주문하고는 한동안 전혀 읽을 수 없어서 방치해둔 책들. 금방 읽을 수 있을만한 두께라 부담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이태리 작가가 처음이라 집어 들었다. 국내 작가와 일본 작가의 소설만을 읽다가 오랜만에 다른 나라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아마 주문할 때도 이런 기분이 들 때 읽겠다는 계획 비슷한 것이 있었겠지. 책날개의 설명을 보니 에리 데 루카는 이태리의 국민 작가라고 한다. 처음 읽는 이태리의 작가, 역시 시작은 국민 작가부터인가. 두 산양왕의 이야기다. 한 산양왕은 산양이다. 무리에서 떨어져 태어났지만 타고난 지혜와 육체로 순식간에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고, 이제 삶의 무게를 짊어..

Media/Books 2013.09.05

전혀 SF같지 않은 SF - 은닉

:: 은닉 | 배명훈 | 북하우스 전작 중의 하나인 도 그랬고, SF라는 소개글을 달고 나오기는 하는데, 딱히 SF 소설이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오히려 하고 싶은 얘기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장치로 SF라는 장르를 빌리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외계인이나 우주선이 나오지도 않고, 엄청난 특수 장비들에 대한 복잡한 설명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남쪽이니 북쪽이니 하는 단어가 어딘지 모르게 정치적으로 들려 약간의 거부감이 든 것은 사실이지만, 빠르게 이어가는 이야기의 흐름은 꽤 재미있다. 굳이 체코가 배경인 이유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이 소설의 시작은 작가의 체코 여행이었다는 걸 봐서는 머릿속에 그려둔 어떤 이미지를 구체화하면서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빅데이터..

Media/Books 2013.09.04

오가와 요코의 잔잔한 단편집 그리고 인터뷰 - 바다

:: 바다 | 오가와 요코 | 권영주 | 현대문학 오가와 요코라고 하면 누군지 모를 수도 있을테니, 그녀의 대표작을 하나 같이 언급하자면 .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꽤나 좋은 평을 들었던 소설이고 영화였으니 기억이 나는 분들도 있을 듯. 최근에 읽었던 에서도 그랬듯 이번 단편집에서도 역시나 평범한 소재를 가지고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고, 천천히 빠져드는 이야기를 풀어 낸다. 단편이다보니 호흡이 꽤 빠른데도 충분히 빠져들만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몇몇 엽편소설에서는 너무 짧아서인지 느낌이 충분하지 않긴 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표제작이기도 한 . 혹등고래의 부레로 만들었다는 악기와 바다의 바람으로 연주하는 소리를 상상하게 된다. 는 '애로소설'을 의뢰받고 썼다는데 풀어내는 방식이 재밌고 기발하다고 말할..

Media/Books 2013.09.03

있는 힘껏 악셀을 밟다가 뒷통수를 때리는 급 브레이크 - 살인자의 기억법

::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 문학동네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하나인 김영하의 작품이니까 주문. 받아 들었더니 그리 두껍지 않은 두께. 아멜리 노통의 을 떠올리는 제목. 어떤 소설일까? 펼쳐보니 알츠하이머에 걸린 살인자의 독백. 수많은 연쇄 살인을 저지르고 잡히지 않은 살인자. 이젠 공소시효도 모두 지났고, 성인이 된 딸과 함께 살고 있는데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을 잃어 가고 있다. 자신의 기억을 스스로 신뢰할 수 없는 그는 메모와 녹음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억을 유지하려 하지만 쉽지 않은 일. 그리고 그의 딸에게 위험이 닥쳐오는 걸 느끼지만... 이런 상투적인 말줄임표가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소설이랄까. 어쨌든 활자의 수가 많지 않기도 하고, 대단히 읽기 편하게 쓰여 있기 때문에 엄청난 속도로 읽을 ..

Media/Books 201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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