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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Books 125

스릴러? 그건 모르겠지만 역시 오쿠다 히데오 - 소문의 여자

:: 소문의 여자 | 오쿠다 히데오 | 양윤옥 | 오후세시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이었기 때문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문할 예정이었지만, 더욱 기대하게 만든 건 '오쿠다 히데오 최초의 스릴러'라는 광고 문구였다. 헌데 읽고 보니 별로 '스릴러'는 아니다. 여러 명의 등장 인물들이 죽어 나가긴 하지만... 역시 오쿠다 히데오는 일상 주변의 사소한 것들을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다. 이번 소설도 마찬가지. 아주 소소한 얘기들이 흘러간다. 점점 규모(?)가 커지긴 하지만. 단편이라면 단편일 수도 있는 얘기들, 심지어 서로 상관이 없어도 될 것 같은 얘기들(하지만 얘기들은 서로 아주 큰 연결을 가지고 있다)을,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풀어내는 덕분에 쉽게 읽을 수 있다. 마지막엔 살짝 기대했다. 어떻게 마무리..

Media/Books 2013.08.29

오랜만에 돌아왔지만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되는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무라카미 하루키 | 양억관 | 민음사 책을 꺼내 읽은 것도, 하루키의 장편을 읽은 것도 오랜만이다. 길고 길었던 '책을 못 읽는 시기'를 끝내기 위해 하루키의 신작을 집어든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그리고 그 의도는 명쾌하게 적중해 다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빨강(あか, 赤), 파랑(あお, 青), 검정(くろ, 黒), 하양(しろ, 白)의 친구들 사이에서 색채가 없는 쓰쿠루(つくる, 作る) - 그의 이름이 형용사가 아닌 동사라는 것도 다분히 의도적이지 않을까 - 가 이유를 모른 채 쫓겨나고, 민트색 원피스가 잘 어울리는 연상의 여자 친구를 만나면서 덮어 두었던 과거의 일을 되짚으며 자신을 되찾는 순례의 길에 대한 이야기. 두 개의 시간에서 ..

Media/Books 2013.08.26

말 그대로 잔잔한 수필 -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무라카미 하루키 | 권남희 | 오하시 아유미 | 비채 첫째, 남의 악담을 구체적으로 쓰지 않기. (귀찮은 일을 늘리고 싶지 않다.) 둘째, 변명과 자랑을 되도록 쓰지 않기. (뭐가 자랑에 해당하는지 정의를 내리긴 꽤 복잡하지만.) 셋째, 시사적인 화제는 피하기. (물론 내게도 개인적인 의견은 있지만, 그걸 쓰기 시작하면 얘기가 길어진다.) 를 기조로 에세이를 쓴다는 하루키의 에세이. 그래서 그런지 참으로, 한없이 가볍다. 글의 '무게'라는 것이 뭔지 솔직히 잘 모르겠으니 '가볍다'는 표현을 써도 될런지는 모르겠는데, '특별한 배경 지식 없이 읽을 수 있고, 읽고 나서 크게 생각하게 만들지 않는' 글이라는 점에서 가볍다는 표현이 참으로 적절하지 않은가 싶다. 일본의 ..

Media/Books 2012.08.28

화려한 그의 귀환이라고 칭찬이 자자한 - 위풍당당

:: 위풍당당 | 성석제 | 문학동네 여기저기 난리다. '이 시대의 이야기꾼'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그'가 화려하게 돌아왔다고. 광고를 보자마자 사고 싶었고, 후딱 선물 받았고(읭?), 바로 펼쳤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 시작. 소설은 참 좋았는데, 개인적인 다양한 이유들로 너무 질질 끌면서 읽었다. 겨우 책 한 권을 읽는데 자그마치 세 달... 그랬더니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이어지기는 커녕 이름마저도 헷갈리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산골 마을에 모여 사는, 가족이 아니지만 가족인 이들. 그리고 검은 세계에 몸을 담고 있는, 가족이 아니지만 가족인 이들. 이 두 가족의 대결은 정말이지 입담 걸죽하게, 재미나게 읽힌다. 헌데 마지막에 뜬금없는 기계군단(?)에 대한 일갈은 무엇이었을까? 소설의 전반을 ..

Media/Books 2012.08.20

귀엽고, 소박하고, 평범해서 그리운(?) - 바나나 키친

:: 바나나 키친 | 요시모토 바나나 | 김난주 | 민음사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은 오랜만이네. 그녀가 쓴 음식에 관한 에세이라서 인가 보다. 일본 요리를 딱히 좋아하진 않지만 싫어할 이유도 없어서 자주 먹는 편인데, 그렇다고 해도 여기서 먹는 일본 요리라는 게 뻔해서, 그녀가 얘기하는 음식의 맛이나 모양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던 것은 '음식' 자체에 대한 얘기 보다는 준비하는 마음, 먹는 분위기... 뭐 그런 것들에 대한 얘기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벼운 글들이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었고(그래서 자려고 누웠다가 다 읽었고, 잠이 아직 오지 않아서 포스팅까지 남길 수 있었으니) 그렇게 빨리, 쉽게 읽은 것에 비하면 아련~하게 남..

Media/Books 2012.08.16

뭔가 복잡한 설정들이 난무하지만 몰라도 그냥 재밌다 - 제저벨

:: 제저벨 | 듀나 | 자음과 모음 링커 우주라는 독특한 개념으로 우주와 진화에 대한 배경을 설정해두고, 익숙하면서도 독특한 단어를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하면서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한 소설이다. 뭔가 개념에 대한 공부(?)를 따로 하고 나서 읽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지만, 그냥 막 읽어도 된다. 이해가 안 되면 그냥 안 되는 대로 넘어가도 된다. 계속 읽다보면 결국 알게 되니까. 듀나의 소설을 매번 읽는 이유는 처음으로 읽었던 그의 작품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이라는 제목의 단편 소설이었는데, 어떤 잡지의 창간호에 실렸었다. 나비효과를 이용해 세상을 조종하는 초능력자들이 일반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전쟁을 벌이는 내용인데, 그 설정이 독특하고 재밌어서 기억에 남았고, 두고두고 읽었던 글..

Media/Books 2012.05.31

역시!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라는 말밖에 안 나온다 - 나의 삼촌 브루스 리

:: 나의 삼촌 브루스 리 | 천명관 | 예담 일단 당부 하나만 먼저 하자면, '천명관'이라는 이름은 꼭 외워 두고 그의 작품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읽어라. 그래도 된다. 그만큼 재밌다. 진짜다. 어이 없게도 '오빠들이 돌아왔다(맞나?)'라는 낯 간지러운 제목으로 온라인 서점에서 기획 이벤트를 열 정도로 같은 시기에 김영하, 김연수, 천명관이 장편 소설을 들고 나타났다. 셋 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들. 모두 다 예약 구매 걸어두고 책들을 기다리는데 가장 먼저 도착한 책이 바로 . 참고로 두 권짜리, 꽤나 두툼한 소설이다. 천명관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하자면(개인적으로 전혀 모른다), 라는 문제의 소설로 제 10회 문학동네 신인상 수상. 단편집 . 이후 두 번째 장편 소설 발표. 그리고 그의 세 번째 ..

Media/Books 2012.05.31

천천히 읽다보면 정말로 체스의 바다에 빠져드는 -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

::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 | 오가와 요코 | 권영주 | 현대문학 오가와 요코. 당연히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이름이었다. 의 작가니까. 아마 2004년 즈음? 도서출판 이레에 다니던 친구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며 선물해줬고, 단연 그 해 나의 베스트 소설이었다(아마 향후 몇 년을 통틀어도 베스트일 거라 믿는다). 그리고 얼마 뒤 영화로 만들어져 상영했고, 바로 달려가서 봤는데, 그 영화마저 참으로 좋았다. 오랜만에 YES24를 둘러보다가 발견한 이름. 하지만 꼭 기억하고 있던 그 이름이라 망설이지 않고 주문. 출퇴근 지하철에서 조금씩 조금씩 아껴가며 읽었다. 참으로 신기한 재주다. 비일상적인 것들을 편안하게 만들어두고는, 자신의 세계로 독자를 훅! 끌어당기는 힘. 그리고 결코 쉽지 않은(수학도..

Media/Books 2012.04.13

넘쳐나는 이미지의 향연, 아름다운 단어들 - 희랍어 시간

:: 희랍어 시간 | 한강 | 문학동네언제였더라, 이 책을 처음 알게 됐던 게. 아마 교보문고에서 약속을 잡아두고, 상대를 기다리면서 소설 코너를 어슬렁거렸던 때. 우연히 손에 잡힌 책이었고, 표지의 이미지, 저자의 이름, 소설의 제목 같은 것들이 묘하게 어우러져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결국 얼마 전 잔뜩 주문할 때 카트에 담았고, 출근길에 조금씩 읽었다. 생각보다는 읽는 데 오래 걸렸지만, 느낌은 좋다.말을 잃어버린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의 이야기. 사실 '둘이 함께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각각의 이야기가 나열되다가 결국 하나로 합쳐지는 식. 왠지 그 둘은 작가의 서로 다른 내면. 결국 하나로 합쳐지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 같은 느낌.솔직히 특별한 스토리는 없다. 둘의 독백들. 자라..

Media/Books 2012.03.29

기대가 너무 컸나? - 화차

:: 화차 | 미야베 미유키 | 이영미 | 문학동네 사실 미스터리 소설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이걸 전제에 깔고 가야겠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처음 읽게 된 것은 다른 사람과 착각했기 때문이고(누구랑 착각했는지는 까먹었다), 그렇게 읽은 은 아주 좋았다. 그래서 그녀의 대표작이라고 불린다는 이번 소설은 엄청 기대를 했다. 게다가 영화로까지 만든다니, 심지어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그래서였을 거다. 다 읽고 나서 조금 허전하고 실망스러웠던 것은. 절대로 그 자체로써 실망스러운 소설은 아닌데, 내가 너무 기대했기 때문일 거다. 그러고보면 읽는 도중에는 참 재밌게 읽었다. 풀어가는 방식이 흥미진진했으니까. 하지만 중간중간 저자의 (물론 등장 인물의 입을 빌리고 있기는 하지만) 설교..

Media/Books 2012.03.15

역시 김영하! - 2012 이상문학상 작품집 | 옥수수와 나

:: 2012 이상문학상 작품집 - 옥수수와 나 | 김영하 외 | 문학사상 올해도 어김없이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었다. 헌데 다른 해보다는 좀 부지런히 챙겨 읽게 됐는데, 이유는 대상 수상작이 김영하였기 때문이다.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니... 아, 김영하는 이상문학상을 받은 적이 없구나! 누군가의 심사평처럼 '늦은 감이 있는' 수상이다. 그의 최근 장편들은 '탄탄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만들기는 했지만, 초기 단편들 같은 재기 발랄함이나 신선한 느낌을 점점 잃어가는 기분이 들었었는데, 이번 단편 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훨씬 초기의 단편들에 가까워진 신선한 분위기를 가지고, 훨씬 능숙하게 얘기를 풀어 나간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장편인 도 엄청 기대가 된다(음, 내가 이거 예약 주문 했던가??). 그..

Media/Books 2012.03.08

깊은 뜻은 모르겠지만, 일단 재밌게 읽히는 - 리투아니아 여인

:: 리투아니아 여인 | 이문열 | 민음사 유명한 작가라서 그런가? 뭔가 책에 대한 수식어가 엄청 많다. 작가의 '예술가 소설'의 새로운 시리즈라느니, 국경을 넘어선 다국적 정체성이 어쩌고... 대충 어떤 내용들에 대한 수식이지는 알겠는데, 책을 읽고나서 그런 것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뭐, 잘은 모르겠지만 주인공인 '리투아니아 여인'이 결국 '코스모폴리턴'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의 '세계인'으로 받아들여지기는 한다. 저자의 말에서도 밝혔듯이 이 소설은 분명히 픽션이기는 하나 실제로 리투아니아계 미국인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어떤 음악 감독에게서 들은, 그녀의 이야기들이 모티브가 됐다고 한다. 주인공의 이름(혜련, 헬렌)과도 비슷한 이름인 박칼린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 그래서인지 이런저런..

Media/Books 201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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