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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Books 125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 히가시가와 도쿠야

::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 히가시가와 도쿠야 | 현정수 | 21세기북스 제목에 혹했고, 추리소설처럼 보여서 주문했다. 미모의 여형사와 번뜩이는 추리력의 집사라는 설정도 뭔가 솔깃했다. 딱 일본 드라마같은 소설이다. 어설프지만 특이하고 관심이 드는 설정. 그 묘한 괴리감만 잘 넘어 선다면 이후의 스토리 전개는 피식피식 웃으면서 따라가게 된다. 물 흐르듯이 써내려간 간결한 글과 옴니버스라는 형식이 주는 '읽기 쉬움'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일 듯. 출퇴근 시간에만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2일? 3일? 아주 짧은 시간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추리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린 작가와 독자의 퀴즈게임 같은 느낌이 더 강하게 들기는 하지만, 어디서 이 책의 무게감을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그걸 도대체 왜 찾아..

Media/Books 2011.06.30

7년의 밤 - 정유정

:: 7년의 밤 | 정유정 | 은행나무 아마 남은 반년 동안 특별한 책을 읽지 못하면, 아니 왠만한 책을 읽는 정도로는 결국 나의 2011 올해의 책은 바로 이 이 될 듯하다. 회사 일이 많지 않았더라면, 스트레스가 많지 않았더라면 절대 이렇게 오래 읽었을 책이 아니다. 처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읽어치워버렸을, 그런 책이다. 회사에서, 점심 시간에, 너무 결말이 궁금해서 책을 펼친 적은 처음이었다. 등장인물도 많지 않고 무대도 그리 넓은 곳이 아니다. 시간은 7년을 넘나들지만 책의 80% 이상은(아니 비중으로 따진다면 90% 이상은) 7년 전의 며칠간을 묘사할 뿐이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자세하다. 엄청나게 자세하게 묘사한다. 섬뜩하리만큼 치밀하다. 와 비교하면서 얘기를 꺼냈으니 끝까지 비교하자면, 처..

Media/Books 2011.06.27

왕을 위한 팬클럽은 없다 - 이사카 코타로

:: 왕을 위한 팬클럽은 없다 | 이사카 코타로 | 양윤옥 | 웅진지식하우스 5월에 읽은 책이었는데, 아직 글을 써두지 않았다. 뒤늦게 기억나서 정리해보는 중. 를 시작으로 이사카 코타로의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가 좋았고 최근엔 도 좋았다. 아마 그 덕분에 이 책도 주문했을 듯. 담담하고 빠르게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읽기 편한 소설이다. 그 중 기억에 남았던 문구 하나. 야마다 군은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거예요? 해바라기 씨앗에게 해바라기가 될 거냐고 물어보니? 운명이었다. 야마다가 야구 선수가 된 것은. 그리고 일반 선수들을 훌쩍 뛰어 넘은 엄청난 실력을 가진 것은 불행이었다. 너무 담담하게 얘기를 풀어가는 통에 얼마나 불행한 건지, 얼마나 잔인한 장면인지... 여러 가지를 실감하지 못하고 그저 '읽..

Media/Books 2011.06.24

오늘의 책주문

회사에서 분기마다 책을 살 수 있는 포인트를 준다. 이번 분기에 책을 별로 안 샀는지 포인트가 남아 있길래 책을 주문. 주문 금액은 저만큼이지만 실제 결제한 금액은 1.5만원 정도. 나머지는 남아있던 포인트로 계산. 우선 가장 먼저 집어넣은 책은 [미스터 초밥왕 전국대회편]. 얼마전에 [미스터 초밥왕]을 구매했는데, 그 뒤가 너무 궁금해서 어쩔 수 없이. 한 번에 끝날 줄 알았더니, 다른 편이 또 있다는게 뭔가 속은 느낌도 들지만 어쨌든 주문 완료. 참, [미스터 초밥왕 애장판 세트]에는 뭔가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13권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14권이 포함되어 있다. 13권에서 완결하고 14권은 별도로 '외전'이라거나, '또다른 이야기' 정도로 붙여넣었어야 할 것 같은 정도. 그림체도 전혀 다르고, ..

Media/Books 2011.06.20

아가미 - 구병모

:: 아가미 | 구병모 | 자음과 모음 음, 쉽지 않다. 소설의 내용이나 구성 또는 글을 읽어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이 소설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마치 두 시간 짜리 영화를 10분으로 압축해놓은 영상을 보고 영화 전체의 감상문을 적어야 하는 것처럼 쉽지 않은 기분이 30 퍼센트 정도. 그리고 정체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 20 퍼센트 정도. 마지막으로 과연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스스로 이 소설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데에 무슨 영향을 준다는 것인가? 에 대한 혼란스러움이 50 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이유로 이 소설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쉽게 말해보면, 아주 짧은 소설이다. 일상에 아주 근접한 환타지 소설이다. 그래서 가볍게 장르 문학으로 치부하고 출퇴근 길에 아..

Media/Books 2011.06.13

꿈의 도시 - 오쿠다 히데오

:: 꿈의 도시 | 오쿠다 히데오 | 양윤옥 | 은행나무 '오쿠다 히데오의 집대성'이라는 광고 문구는 좀 과장됐다. [올림픽의 몸값]을 떠올려보면 그에게 진지함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소설은 진지하고 무겁고 잘 짜여졌으나 뻔하고 예상 가능한 캐릭터들의 집대성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자그마치 다섯명이나 되는 인물 각자의 입장과 시선으로 사건들을 서술하면서 전혀 간섭을 일으키지 않고 독립적인 시선을 유지했다거나,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속도감 넘치게 잘 읽힌다거나, 의외의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다섯 인물이 얽히는 플롯 구성은 결코 이 소설을 나쁜 소설이라거나, 재미가 없는 소설이라거나, 읽을 가치가 없는 소설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게 만드는 이유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그의 소설은 ..

Media/Books 2011.06.13

에키벤 - 하야세 준

:: 에키벤 | 하야세 준 | 채다인 | 사쿠라이칸(감수) |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총 10권이 계획인듯 하고, 현재 국내에 5권까지 나온 듯. 일본의 기차 역(驛, えき, 에키)에서 파는 도시락(べんとう, 벤토우)을 에키벤(えきべん)이라고 하는데, 바로 그 에키벤에 대한 만화다. 도쿄에서 작은 도시락집을 운영하는 주인공이 부인에게 허락을 받고(?) 철도를 통한 전국 여행을 하면서 각 지역의 특색있는 에키벤을 소개하는, 어찌보면 스토리가 전혀 없는 단순한 만화. 하지만 철덕(철도 오덕)인 주인공이 설명해주는 기관차 얘기, 일본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다양한 도시락에 대한 삽화와 설명을 보고 있자면, 술술 읽히는 것은 물론이고 슬슬 배가 고파지는 그런 책이다. 5권까지 읽고 났더니, 정말로 여행을 떠나고 ..

Media/Books 2011.03.07

끝까지 이럴래?

:: 끝까지 이럴래? |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작품집 | 한겨레출판사 오랜만에 집어 든 단편집. 총 13명의 단편이 실려 있다.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적이 있는 작가들의 최근 단편들. 책이 잘 읽히지 않거나, 긴 호흡이 힘들 때에는 역시 단편집이 좋다. 그리고 단편집을 읽다보면 보석같은 신인 작가들(물론 '나에게'만 신인이라는 얘기다)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도 한창훈의 '그 아이'가 기억에 남는다. 이런 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다. 어딘가 모르게 살짝 고루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 단편 하나로 그런 느낌이 확 달아났다. 좀더 긴 호흡의 얘기를 만나보고 싶어졌다. 박민규의 글은 언제나 재기 발랄함이 넘쳐서 좋다. 심지어 지구 멸망 하루 전의 얘기하니. 하하. (이번에 처음 읽..

Media/Books 2011.03.07

SOS 원숭이 - 이사카 코타로

:: SOS 원숭이 | 이사카 코타로 | 민경욱 경쾌한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적중. 역시 이사카 코타로다. 어찌보면 무거운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언제나 가볍고 경쾌하게 풀어낸다. 보다 훨씬 더 정감이 가는 소설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힘겨워하는 SOS 신호를 듣는 엔도 지로. 모든 일의 인과 관계를 밝혀내야 직성이 풀리는 꼼꼼한 이가라시 마코토. 그리고 히키코모리가 되어 버린 마사토. 그들 사이에 자꾸 등장하는 원숭이는 환영인가? 전혀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소재들로부터 출발했다는 이 소설은, 정말로 '이게 어떻게 연결되는 이야기지?' 싶은 두 개의 이야기를 교대로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결국 기막힌 설정으로 두 개의 이야기가 교차되고, 그 교차되는 지점 이후 멋지게 끝을 향해 달려간다. 푹 가라..

Media/Books 2011.02.24

그녀에 대하여 - 요시모토 바나나

:: 그녀에 대하여 | 요시모토 바나나 | 김난주 | 민음사 앞서서 읽었던 책이 쉽게 읽히지 않길래 좀 가볍게 읽어보고자 선택한 요시모토 바나나. 하지만 잘못된 선택이었다. 경쾌한 것을 골라야 했다. 가볍게 하늘거리지만 경쾌함보다는 우울함과 외로움이 엿보인다는 것을, 읽으면서 알았다. 약간 환상적(또는 몽환적)인 분위기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중에 샤악 퍼져있는 수증기처럼 우울함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그런 식의 우울함은 별로 좋은 공기는 아니었다. 남편을 칼로 찔러 죽인 엄마. 엄마의 쌍둥이 동생의 아들인 슈이치. 어느 날 유미코에게 슈이치가 찾아오고, 둘은 함께 과거를 찾는 여행을 다닌다. 마침내 유미코는 아픔과 상처를 치유받고 과거를 제대로 기억해낸다. 단순하고 간단한 얘기지만 여..

Media/Books 2011.02.15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 송병선 | 문학동네 201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페루의 국민작가(확인해본 바는 없음;), 마리오 바르갓 요사의 작품. 내가 기억하는 한도 내에선 내가 읽은 최초의 페루 소설이다. 이 책 외에도 도 사서 쟁여 둔 상태. 읽기 시작한 것이 12월 초였으니 자그마치 한 달하고도 보름 이상을 읽은, 엄청 오래 걸린 책이다. 작년 마지막 소설이 될 줄 알았더니, 올해의 첫 소설이 되고 말았다. 읽는 데 오래 걸린 이유를 굳이 생각해보자면 연말, 연초의 수많은 약속들이 가장 큰 원인이 될 수도 있었겠으나, 사실 그걸 핑계로 하기에는 소설 자체의 화법에 적응하지 못한 문제가 더 컸다. 결코 쉬운 구성이 아니다. 시공을 무시하고 나열되는 대화들 덕분에 큰 따옴..

Media/Books 2011.01.24

이기적 고양이 - 이주희

:: 이기적 고양이 | 이주희 | 씨네21 고양이에 대한 기억은... 희한하게도 없었다. 레이지를 키우기 전 까지는. 의 남자 주인공인 시라토리 레이지의 이름을 딴 고양이(결국 암컷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지만;) 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오면서 고양이에 대한 기억이 생기기 시작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조그만 녀석을 안심시키기 위해 왼쪽 품에 꼭 안고 자던 첫날 밤(심장 소리를 들으면 안심한다고 그래서), 피투성이가 된 채 방구석에서 울고있다는 동거인의 전화를 받고는 정말이지 내 새끼가 사고라도 난 것마냥 일을 집어 던지고 택시타고 종종거리며 달려가던 날, 발정나서 밤새 시끄럽게 울어대는 통에 주위 사람들에게 눈치 보일까봐 같이 밤새며 꼭 안아 주던 일... 레이지가 내 곁에 있었던 시간은 얼마 되지..

Media/Books 201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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