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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Places 184

3. 어색한 3인방의 하루

별생각 없이 일찍 일어났다. 물론 평소의 나에게 이르다는 뜻이다. 아마 평균적인 여행객들이라면 훨씬 더 일찍 일어나 하루를 서둘러 시작하고, 더 많은 곳을 보고 더 많은 것을 먹으려 하겠지. 하지만 나는 여행할 때 그리 서두르지 않는 편이다. 숙소를 예약하는 정도를 제외하고는 스케줄도 미리 짜두지 않는다.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움직이는 편. 아침 바람을 쐬러 숙소의 마당에 나가보니 어제 만났던 교대생이 휴대용 기타 - 울림통이 없고 지판만 있는 기타 - 를 퉁기고 있다. 뮤지션이 꿈이라더니 음악적인 영감을 얻기 위한 여행을 떠나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 한 명, 고베의 서버 프로그래머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다. 오늘은 셋이서 함께 돌아다니기로 했으니 좀 더 기다려야 할 분위기. 교대생에게 가까운..

2. 미야코섬 남쪽에서 북쪽까지

자,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는 날이다. 어제는 숙소에 도착하고 나서 저녁을 먹은 게 전부였으니까 말이다. 여행이라고 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지는 않는다. 하루를 길게 쓰면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굳이 그렇게까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어 하는 스타일의 여행자가 아니니까. 배가 슬슬 고파질 즈음에 숙소를 나섰다. 숙소 근처에 세워둔 차에 올라타 에어컨을 켰다. 숙소에서 에어컨 없이 지내다가 이렇게 에어컨이 있는 곳에 나오면 컨디션이 급상승. 차에 타긴 했는데, 목적지가 없다. 그저 '미야코섬(宮古島)에 가야지!'하고 온 거지 딱히 어디를 찾아가서 뭘 구경하고 뭘 먹야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온 것은 아니었으니까. 구글맵을 켜고 지도를 살펴보니 미야코섬의 남쪽 해안도로를 따라 쭉 달리면 히가..

1. 서울에서 미야코섬까지

사실 이번 여행에 미야코섬을 들르는 것은 비용 낭비가 심한 일이었다. 직항으로 가는 비행기가 없는 곳이라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원래 계획보다 비용이 많이 추가되기 때문. 하지만 오키나와의 아름다운 바닷가를 드라이브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고 미야코섬은 그동안 가보고 싶어 했던 섬이기도 했다. 7년 전에 오키나와를 여행할 때 이리오모테, 이시가키, 타케토미, 자마미 등 여러 섬을 들렀었는데 '미야코 블루'로 유명한 미야코섬은 미처 들르지 못했던 것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마침 성수기가 아니라 그런지 특가 비행기 표가 있었다는 것도 결심을 굳힌 계기가 됐다. 비행기 표를 알아보니 인천발 나하행 항공편이 편도 9만 원대. 일본 국내선인 나하발 미야코행 항공편이 8만..

0. 프롤로그

원래 계획은 스페인이었다. 바르셀로나냐 마드리드냐 아니면 아예 작은 소도시냐 고민과 검색을 하고 있었다. 두 달에서 두 달 반 정도를 예상했다. 세 달은 무비자로 체류하기에 좀 아슬아슬해 보였으니까. 집을 하나 빌려 여행이 아니라 짧게 살아보는 기분을 느끼면서 가끔 차를 렌트해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는 걸로. 아, 이 소심한 마음은 걱정이 하나 생겼다. '국내 운전과 해외 운전은 다르겠지? 게다가 해외에서 렌트를 해본 적도 없잖아?' 정말 이유는 그거였다. 해외라고 하더라도 일본은 매우 익숙하니까 렌트도 연습해봐야지! (사실 이 시점에서 이미 에러다. 일본은 운전대가 반대에 있지 않은가! 하지만 여기저기 들은 바에 의하면 좌우 반대인 운전이 그리 헷갈리진 않는다고 하길래...) 생각의 물꼬가 한 방향으로 ..

40일 차, 아니 에필로그 - 많이 늦은 전국 여행 총정리

:: 총 39일. 계획과는 많이 달라진 여행 40일이 아니라 정확하게는 39일 동안의 여행이 끝났습니다. 출발할 때 세부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진 않았어요.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자는 게 애초의 목표였으니까요. 그래도 대충 일주일이면 서해를 따라 내려가고, 제주에서 일주일쯤 있다가 남해를 따라 일주일 그리고 동해를 따라 일주일. 거기에 내륙으로 가끔 들어갔다 나오면 대충 한 달에서 4~5일 정도 늘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는 서해를 따라 내려가다가 이 섬도 가보고 저 섬도 가보느라 2주가 넘는 시간이 걸렸고, 제주에서만 3주 가까이 머무르느라 한 달이 넘는 시간을 다 써버렸네요. 결국 급하게 목포에서 부산까지 하루 만에 달려가고, 부산에서 강릉까지 하루 만에 올라와버렸습니다. 결국 '자..

초보의 자동차 전국일주 : 38, 39일 차 - 마지막 스퍼트 그리고 복귀

드디어 마지막 1박이 남았다. 친구에게 차를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일정을 더 늘릴 수는 없는 상황. 오늘의 출발지는 부산. 7번 국도를 달려보고 싶었고, 최대한 서울에 가까이 가서 마지막 1박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은 무리가 되더라도 부산에서 강릉까지 7번 국도를 따라 달려보기로 했다. 약 350km 의 여정. 고속도로를 달리지 않는다면 여섯 시간 반 이상이 걸리는 거리. 천천히 달리면서 중간에 쉬다보면 엄청 오래 걸리겠구나, 하지만 한 번 달려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한 달 이상 운전을 하면서 다녔으니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테스트해 보고 싶기도 했다. 과연 장거리/장시간 운전은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까?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달까. 혹시라도 중간에 너무 피곤하면 숙소를 잡고 쉬면 될테니 말..

초보의 자동차 전국일주 : 37일 차 - 부산, 이젠 장거리 운전이다

사실 고민이 생겼다. 차를 빌려준 친구는 자동차 보험 갱신 때문에 이제 그만 서울로 올라오기를 원하는데, 나는 아직 내가 목표했던 여행의 반도 진행하지 못한 상황. 서해로 내려와 제주도를 들어갔다가 나와서는 남해와 동해를 거쳐 강릉 쪽에서 서울로 들어가야 하는 계획이었는데, 생각보다 서해와 제주도에서 시간을 많이 사용한 거다. 어쨌든 물리적으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며칠 안 남은 셈이다. 친구의 보험 생신을 나 때문에 미룰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남은 일정을 최대한 압축해서 '여행'이 아닌 '운전'으로라도 코스를 다 달려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목포를 출발 바로 부산까지! 부산에서 1박을 한 다음 7번 국도를 따라 강릉으로! 바로 서울로 올라가긴 피곤할 테니 횡성에 있는 단골(?) 펜..

초보의 자동차 전국일주 : 36일 차 - 다시 목포로

그동안 제주 여행을 별로 다니지 않았었기 때문일까? 제주의 매력(아, 이런 식상한 표현이라니)에 뒤늦게 빠져버려서 계획했던 일정보다 쭉쭉~ 잡아 늘이다가 차를 빌려준 친구의 메시지를 받고 정신을 차렸다. '친구야. 자동차 보험 갱신해야 된다. 언제 올라오냐?' 그랬다. 내 차가 아니었다. 한 달 정도 빌리겠다고 얘기하고 벌써 36일째. 친구 녀석은 슬슬 불안과 걱정이 엄습하고 있었나 보다. 더 이상 제주 일정을 늘릴 수는 없었다. 이제 목포로 다시 올라가서 육지를 좀 더 돌아야지. 아무래도 육지에 있다 보면 친구가 필요할 때 바로 서울로 돌아갈 수도 있으니까. 모든 짐을 챙겨 내려와 숙소에서 차를 빼면서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이제 제주에 사는 지인들과 인사를 다 나눴고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

초보의 자동차 전국일주 : 35일 차 - 제주의 마지막 밤. 엄마손 횟집.

전날 신나서 새벽까지 달리느라 수고를 했으니 당연히 오전 시간은 날아갈 수밖에 없었다. 게으르고 여유로운 여행자에게 '오전 시간'보다는 푹 자고 일어난 뒤의 '좋은 컨디션'이 훨씬 중요했다. 오랜만에 느지막이 일어나 컨디션을 회복하고 어젯밤의 해장을 위해 두 명의 멤버들을 대원가(↗)에서 만났다. 이곳으로 우리를 인도한 멤버가 주문을 마치고 나서 식탁에 등장한 것은 엄청난 크기의 활전복해물탕. 우리의 인원수는 세 명이고, 어제 술을 잔뜩 마셔서 속도 그리 좋지 않고, 지금은 점심시간일 뿐이라고 이건 너무 거한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가관이다. "우리 이제 늙어서 몸보신하면서 마셔야 돼. 이 정도는 먹어야 오늘 돌아다닐 기력이 생길껄?" 그랬다. 우리를 걱정해서 주문한 메뉴였다. 그리고 딱히 ..

초보의 자동차 전국일주 : 34일차 - 제주, 탑동, 마틸다

여행이 막바지를 향해가는 즈음, 이번엔 밀양에 계신 지인분이 제주에 며칠 내려오신다고. 그래서 어차피 널널한(?) 내가 공항으로 픽업을 나가기로 했다. 어제 아파트먼트 커피(↗)에서 사둔 콜드 브루로 아침을 시작했다. 숙소에서도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게 이렇게 좋은 것이었구나. 물로 조금씩 희석해가면서 며칠을 두고두고 마셨다. 시간을 맞춰 공항에서 지인을 픽업한 다음 바로 탑동으로 향했다. 지인과 올댓제주의 매니저(?)는 서로 아는 사이라 셋이서 같이 돌아다니기로 했다. 일단 근처에 차를 세우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신해조식당(↗)으로. 지인이 먹고 싶다던 한치회. 빛깔이 정말 뽀야면서 투명하다. 이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공항을 다녀오느라 차를 가지고 나왔는데, 대낮부터 이런 거 먹기 있음?..

초보의 자동차 전국 일주 : 33일차 - 제주, 타이어 펑크, 아파트먼트 커피

깔끔한 숙소에서 푹 자고 일어났더니 컨디션이 매우 좋은 상태. 심지어 어제는 술도 거의 안 마셨으니 (둘이서 사케 500ml 한 병) 해장할 꺼리도 없다. 아침에 일찍 일어났지만 딱히 가보고 싶은 곳도 없어서(이미 많이 돌아다녔다) TV를 보면서 뒹굴거렸다. 사실 여행을 다니면서 이렇게 숙소에 뒹굴거리는 건 일정이 충분히 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슬슬 점심을 먹어야 하는 시간. 지도를 펼쳐보니 숙소 근처에 제주 국수 거리가 있다. 그리고 바로 앞이 제주 민속 자연사 박물관(↗). 그래! 박물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국수를 한 그릇 먹고 박물관을 구경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차를 몰고 나섰다. 박물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렸는데... 어라? 뒷바퀴 하나가 심하게 주저앉았다. 수상한 정도가 아..

초보의 자동차 전국 일주 : 32일차 - 제주, 곰탕, 이노찌

어제 새벽 3시가 넘도록 술을 마셨으니 아침에 일찍 일어났을 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일찍 일어났다. '눈'을 뜨는 것을 일어난 것으로 친다면 말이다. 분명 눈은 떴으나 정신이 들지 않아서 침대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그러다가 짐을 싹~ 정리하고 우드스탁 형님과 함께 해장하러~ 형님이 추천 및 선택하신 해장 메뉴는 소머리 곰탕. 세화에 있는 만조 소머리 곰탕(↗)이라는 집이었다. 관광객들은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은 위치와 분위기. 손님들은 대부분 서로 잘 아는 분위기. 그러고보면 메뉴 자체도 굳이 제주 관광객이 찾을 것 같은 메뉴는 아니다. 말 그대로 동네 식당처럼 반찬에 떡볶이가 있는 것도 반가웠다. 아주 걸쭉한 스타일의 곰탕은 아니고 깔끔하면서 담백한 스타일. 역시 따끈한 고깃국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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