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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 10

오랜만에 돌아왔지만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되는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무라카미 하루키 | 양억관 | 민음사 책을 꺼내 읽은 것도, 하루키의 장편을 읽은 것도 오랜만이다. 길고 길었던 '책을 못 읽는 시기'를 끝내기 위해 하루키의 신작을 집어든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그리고 그 의도는 명쾌하게 적중해 다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빨강(あか, 赤), 파랑(あお, 青), 검정(くろ, 黒), 하양(しろ, 白)의 친구들 사이에서 색채가 없는 쓰쿠루(つくる, 作る) - 그의 이름이 형용사가 아닌 동사라는 것도 다분히 의도적이지 않을까 - 가 이유를 모른 채 쫓겨나고, 민트색 원피스가 잘 어울리는 연상의 여자 친구를 만나면서 덮어 두었던 과거의 일을 되짚으며 자신을 되찾는 순례의 길에 대한 이야기. 두 개의 시간에서 ..

Media/Books 2013.08.26

기대가 너무 컸나? - 화차

:: 화차 | 미야베 미유키 | 이영미 | 문학동네 사실 미스터리 소설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이걸 전제에 깔고 가야겠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처음 읽게 된 것은 다른 사람과 착각했기 때문이고(누구랑 착각했는지는 까먹었다), 그렇게 읽은 은 아주 좋았다. 그래서 그녀의 대표작이라고 불린다는 이번 소설은 엄청 기대를 했다. 게다가 영화로까지 만든다니, 심지어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그래서였을 거다. 다 읽고 나서 조금 허전하고 실망스러웠던 것은. 절대로 그 자체로써 실망스러운 소설은 아닌데, 내가 너무 기대했기 때문일 거다. 그러고보면 읽는 도중에는 참 재밌게 읽었다. 풀어가는 방식이 흥미진진했으니까. 하지만 중간중간 저자의 (물론 등장 인물의 입을 빌리고 있기는 하지만) 설교..

Media/Books 2012.03.15

잘 안 맞는 옷 입은 것 같은 불편함 -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 에쿠니 가오리, 모리 에토, 가쿠타 미츠요, 이노우에 아레노 | 임희선 | 시드페이퍼 | 2011 나오키 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단편 모음. 그리고 주제(소재)는 맛있는 음식들. 특별히 주저할만한 이유가 없어서 바로 주문한 책인데, 막상 읽어보니 좀 실망스럽다. 모두 일본 작가들인데 소설의 배경은 유럽(프랑스, 포루투갈, 스페인, 이탈리아)의 지방 그것도 완전히 외진 시골이고, 등장 인물들은 철저하게 그 지방의 사람들. 모두들 유명 작가들이고, 상도 받을 정도로 인정 받은 사람들이다보니 당연하게도(?) 글은 잘 흘러간다. 얘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나쁘지 않고, 묘사도 좋다. 아, 하지만 뭔가 어색한 기분이다. 특히나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가 대단히 토속적인 것들이기 때문에 더욱..

Media/Books 2012.01.30

꿈의 도시 - 오쿠다 히데오

:: 꿈의 도시 | 오쿠다 히데오 | 양윤옥 | 은행나무 '오쿠다 히데오의 집대성'이라는 광고 문구는 좀 과장됐다. [올림픽의 몸값]을 떠올려보면 그에게 진지함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소설은 진지하고 무겁고 잘 짜여졌으나 뻔하고 예상 가능한 캐릭터들의 집대성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자그마치 다섯명이나 되는 인물 각자의 입장과 시선으로 사건들을 서술하면서 전혀 간섭을 일으키지 않고 독립적인 시선을 유지했다거나,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속도감 넘치게 잘 읽힌다거나, 의외의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다섯 인물이 얽히는 플롯 구성은 결코 이 소설을 나쁜 소설이라거나, 재미가 없는 소설이라거나, 읽을 가치가 없는 소설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게 만드는 이유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그의 소설은 ..

Media/Books 2011.06.13

올림픽의 몸값 - 오쿠다 히데오

:: 올림픽의 몸값 | 오쿠다 히데오 | 양윤옥 | 은행나무 올림픽을 인질로 몸값을 요구하는 젊은 테러리스트(?)의 이야기. 오쿠다 히데오의 입담은 정말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동안 읽었던 그의 책들은 대부분 가벼운 내용이었는데, 이번 것은 좀 얘기가 다르다. 하지만 풀어가는 방식은 너무나 그답다. 쉽게쉽게 하지만 그림이 그려지듯 치밀한 설명. 그 동안의 글들이 시트콤을 보는 것 같았다면 이번엔 캐주얼한 정극을 보는 기분. 시간이 순서가 뒤섞여 있기 때문에 초반에 집중하지 않으면 헷갈릴 수도 있지만, 그 덕분에 새로운 경험이 가능하다. 사건을 먼저 알고 왜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이유가 나중에 밝혀지는, 전개. 하지만 걱정 마시라. 결말을 미리 알려주지는 않으니까. 마약이나 테러리즘을 옹호할..

Media/Books 2010.06.14

요노스케 이야기 - 요시다 슈이치

:: 요노스케 이야기 | 요시다 슈이치 | 이영미 | 은행나무 역시 요시다 슈이치라고 할까. 적절하게 재미있고, 적절하게 흥미롭고, 적절하게 잘 읽히고, 적절하게 주제의식도 있다. 항상 너무 '적절해서' 오히려 수상하게 느껴질 정도. 꽤나 두꺼운 책임에도 금세 읽었다. 대학 입학과 함께 나가사키 시골에서 도쿄로 올라온 요노스케. 어찌보면 평범하고 어찌보면 특별한 대학생의 성장 소설이다. 스토리는 별 것 없을 것 같지만 그 구성이 탁월하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한 흥미로운 구성으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은 확실히 상업적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을 수밖에 없을만큼 아슬아슬하게 경계를 오간다(만약 경계라는 것이 있다면 말이다).

Media/Books 2010.03.05

내 안의 망가지지 않은 - 시라이시 가즈후미

:: 내 안의 망가지지 않은 | 시라이시 가즈후미 | 양윤옥 | 소담출판사 생각이 많은 책이고, 읽다보면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다. '끈질기게 사유하지 않는 것'이 현대인의 문제라고 말하는 주인공은 살아가야 하는 이유. 아니 죽어가는 이유에 대해 끈질기게 고민한다.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매력적인 캐릭터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줄창 주인공 머릿속의 생각들을 읽느라 힘들기도 하다. 게다가 그 생각들이 나와는 많이 다른, 시니컬한 사고들이라 이질감도 느껴진다. 하지만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나에 대한 질타와 비판을 던지는 것 같은 느낌은 사뭇 새로웠다. 분명히 이 책의 주제는 왜 태어났고, 왜 살아가고(왜 죽어가고) 있는가에 대한 사색이다. 그 주제부터가 일단 나랑 잘 안..

Media/Books 2010.02.26

용의자 X의 헌신 - 히가시노 게이고

:: 용의자 X의 헌신 | 히가시노 게이고 | 양억관 | 현대문학 천재 수학자가 만들어 놓은 완벽한 알리바이. 그걸 풀어내려하는 천재 물리학자. 뭔가 설정이 좀 억지스러우면서도 자극적일 것 같은 광고 문구. 영화로도 제작됐고, 읽거나 본 사람들은 칭찬해 마지않는 내용. 좀 늦었지만 궁금했다. 어떤 소설인지. 어떤 스토리인지. 어찌보면 진부한 내용을 얼마나 깔끔하게 풀어냈을지. 그러다가 책 뒷면에 쓰인 어떤 블로거의 평. 정확하진 않지만 '이것은 미스터리의 탈을 쓴 위대한 러브 스토리다'. 아, 동감이다. 철저하고 완벽하게 미스터리의 탈을 쓰고 있지만 결론은 러브 스토리다 - 물론 그렇다고 연애 소설을 기대하고 책장을 펼쳐선 안된다. 미스터리를 읽고 눈물을 찔끔거릴 수 있다는 걸을 알았다. 영화가 궁금하다..

Media/Books 2010.02.19

밤의 피크닉 - 온다 리쿠

:: 밤의 피크닉 | 온다 리쿠 | 권남희 | 북폴리오 온다 리쿠의 책은 이것으로 세 번째. [삼월은 붉은 구렁을], [황혼녘 백합의 뼈] 와 함께 작년에 사두었던 그녀의 책을 이젠 모두 읽었다. 우연히 내가 읽은 것들이 그랬을 지도 모르겟지만 미스터리 물이라고 하기에는 가볍고, 순수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미스터리 물스러운 글들. 전체적으로 빨리 읽히는 것은 공통점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얘기를 세밀하게 풀어가는 재주가 있다. 확실히 책이 잘 잡히지 않을 때 가볍게 읽기에는 좋다. 너무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너무 별 것 아니어서 잊어버리고 사는 것들에 대해서 아주 감성적이로 세밀하게 묘사해서 괜히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글들을 가끔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그런 일이 있는 지 모르겠지만 ..

Media/Books 2009.11.02

1Q84 - 무라카미 하루키

:: 1Q84 | 무라카미 하루키 | 양윤옥 | 문학동네 | 총 2권 (링크 1, 2) 국내 출간일이 8월 25일.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이제서야 읽었다는 건 평소에 비하면 많이 늦은 감이 있다(하루키나 코엘료의 책은 출간과 동시에 읽어버리곤 하지 않았던가). 우연한 기회에 1권을 얻게 되어 지난 주말에 읽었고, 어제 퇴근길에 2권을 사서 저녁도 거르고 완독. 결코 얇지 않은 책이지만 절대 읽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꽤나 큰 기대감으로 책장을 펼쳤다. 목차를 살펴보는데 매 장마다 '아오마메'라는 이름과 '덴고'라는 이름이 교차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세계의 끝과 하드 보일드 원더랜드](참고로 이 책은 서로 다른 출판사의 몇 가지 버전이 있고 [일각수의 꿈]과 같은 책이다. 나는 김난주씨가 번역..

Media/Books 2009.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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