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토요일 아침. 느지막히 침대에서 일어나다. 구석구석 남아있는 잠을 따뜻한 물로 씻어내고 마지막으로 랩 시리즈 세안제로 깔끔하게 세안. 따뜻한 물로 열려있던 모공을 찬물 샤워로 다시 꽉 조여놓고는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다. 자, 이제 순서가 중요하지. 먼저 랩 시리즈 에센스를 꼼꼼히 바르고 비오템 아이크림은 생략.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잭 블랙의 페이스 모이스춰라이저. 그 다음은 바디샵의 수분 크림으로 마무리. 여기서 끝내려고 했으나 오늘은 왠지 바디 크림을 바르고 싶어. 결국 오리진스의 진저 수플레를 잔뜩 덜어내 온 몸에 바르다. 머리는 갸스비의 쿨워터로 정리.
버스 정류장. 버스를 기다리면서 아이팟 터치를 꺼내 무슨 노래를 들을지 즐거운 고민. 오늘은 좀 신나는 노래를 들어볼까?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이리저리 화면을 터치. 아이팟 터치의 인터페이스는 정말 마음에 든단 말이야. 살짝 내리는 비와 함께 신나는 음악. 길은 뻥뻥 뚫리고 날씨도 그다지 덥지 않아.
운전 학원. 오늘은 기능 시험이 있는 날. 내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은 초조했지만 핸들을 이리저리 돌리고, 클러치와 브레이크를 적절히 조합해서 결국 기능 시험에 합격. 비가 조금 내리기야 했지만 뭐 어때. 깔끔한 기분으로 회사 앞에서 스타벅스 아이스 커피 벤티에 헤이즐넛 시럽을 추가했다. 약간은 찝찝해진 기분 때문에 손을 뽀도독뽀도독 씻고는 록시땅 라벤더 핸드크림으로 마무리. 라벤더 향을 맡으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자, 그럼 이제 일을 시작해볼까? 오늘은 왠지 좋을 일이 있을 것 같잖아?
(같은 얘기 또는 다른 얘기)
오랜만에 술을 마시지 않은 금요일이 지나가고 그 동안의 술독을 풀어내느라 늦잠을 늘어지게 잔 토요일 아침. 아, 그러고보니 어제도 맥주를 조금 마시긴 했다. 온 몸에는 지난 밤의 피곤함이 덕지덕지 묻어있다. 아마 일주일치 이상의 피곤함이겠지. 뜨거운 물로 정신을 차려본다. 하지만 그다지 효과가 없어. 결국 차가운 물로 다시 한 번 샤워. 이제 좀 정신이 든다. 책상 위에 어지럽게 놓여있는 로션들을 바르고 머리도 대충 말리고 보니 이대로는 너무 기분이 다운될 것 같아 언제 발라봤는지 조차 기억도 안나는, 그나마 좋은 향을 풍기는 바디 로션을 발라봤다.
비가 오는 둥 마는 둥. 우산을 쓰기엔 귀찮고, 안쓰기엔 가랑비에 옷 젖을 것 같은 날씨. 뭐 이래. 버스가 도통 오지 안는다. 결국 운전 학원에 지각. 오늘은 기능 시험이 있는 날인데. 제대로 등록되긴 한 걸까? 시험에 대한 긴장과 제대로 등록 안됐으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에 담배 한 대. 날씨는 여전히 우중충.
거의 마지막에 내 이름을 호명한다. 12호차. 경사로에서 시동을 꺼먹지 않았다. 이 차 클러치는 그래도 나랑 잘 맞는 것 같군. 아뿔사. 굴절 코스에서 너무 자신있게 진행하다가 마지막에 5점 감점. 이런! 이런 데서 감점당하면 안되는데. 곡선코스는 무사히 진행. 방향전환(T자)에서 평소처럼 또 5점 감점. 젠장 벌써 10점 감점이다. 이러다 내가 제일 약한 기어변속 코스에서 실수하면 끝장인데. 다행히도 기어변속 코스는 오케이. 자, 이제 주차 코스만 남았어. 그렇지 어깨를 여기에 맞추고, 차 끝을 저기까지 돌리고, 핸들을 풀고 조금 후진, 마지막으로 핸들을 돌리고 들어가면. 어랏! 핸들을 반대로 돌렸어! 젠장! 지금 내 차가 어떻게 서 있는 거지? 몰라 가볼까! 엇! 또 5점 감점. 이제 실수하면 끝장이다! 초긴장상태!!! 다행히 옆으로 강사님이 오셔서 코치해주시고, 겨우겨우 주차 코스 완료. 후아. 합격이다. 이게 뭐야. 연습할 때보다 훨씬 더 못했잖아!!
완전히 긴장한 상태로 주행 연습 신청을 하고는 회사로. 아, 그러고보니 점심도 못 먹었어. 샌드위치? 햄버거? 김밥? 혼자서 식당을 가고 싶진 않은데... 대충 커피나 하나 사서 때워야겠다. 용량이 큰 커피를 하나 사들고 사무실로. 주말에 우울하게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이 꽤 있네. 나도 마찬가지이긴 하구나.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올라오려는데 손이 왠지 찝찝해, 비누로 박박 씻고는 내 자리, 내 컴퓨터, 내 의자. 그래, 라벤더 향을 맡으면 기분이 좀 나아지겠지. 핸드 크림을 바르는데 왜 이렇게 많이 나와! 손이 오히려 질척거려.
후, 오늘 일진 왜 이런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