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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ers 228

건군 50주년 기념 호국 가요제

에... 그러니까 일천구백구십팔년의 일이었을 거다. 소위 말하는 '군번이 잘 풀린' 케이스라서 군생활이 참 널널했다. 갓 병장을 달았을 때 즈음이던가? 관사병으로 지내던 '형'이 부사수를 받으면서 부대 내로 복귀했다. (관사병은 관사에서 '살아야'하기 때문에 제대할 즈음이 되면 부대로 복귀한다.) 볕이 좋았던 어느 일요일 오전. 바로 그 '형'이 본부중대에 볼 일이 있었는지 찾아왔다가 옆 마당 벤치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던 나를 발견했다. "어! 00야. 너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하니? 기타도 좀 칠 줄 아네?" "뭐 이렇게 소일거리하는 거죠. 운동하는 건 지지리도 싫으니까요." "야, 내가 대학다닐 때 아카펠라 동아리했었거든. 사람들 모아서 노래나 부르면서 놀자. 어차피 남은 군생활 지루한데"..

Litters 2019.01.28

집에 오는 길

"후, 이제 끝인가" 털썩. 하고 가게 구석의 의자에 몸을 던진다. 11시 30분. 술을 같이 파는 곱창집치고는 마감하기에 이른 시간이지만 주택가 뒷골목의 가게에서 이런 시간에 '새로운 손님'을 기다리면서 가게를 열어 두기엔 인건비나 전기세 같은 비용이 더 문제다. 벽쪽으로 머리를 기대면서 눈을 슬쩍 감는다. 오늘 하루 얼마를 팔았더라? 알바비는 나왔나? 하아.. 재료비나 제대로 뽑았는지 모르겠다. 처음 가게를 오픈할 때에는 의욕적이었는데 말이다. 그러고보니, 처음 가게를 오픈했었던 때가 생각난다. 호기롭게 회사를 관두면서 마누라한테 호언장담했었다. "내가 그동안 마신 술이 얼만데, 특히 곱창은 내가 자신있는 분야라고!" 사실은 마지막 부장진급 찬스를 놓친 이후 등 떠밀리다시피 하면서 퇴사를 결심했지만 ..

Litters 2018.11.01

중국 출장에서 있었던 일

회사를 관두기 전, 마지막으로 담당하고 있던 일은 우리가 만든 게임을 해외에 서비스하는 일이었다. 그 첫 번째 국가는 중국이었고 이후 서비스를 준비하던 곳은 미국, 동남아, 일본 등등 이었는데, 재작년 즈음에는 중국 서비스를 한창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루가 멀다하고 상해로 출장을 갔었다. 짧게는 3~4일 정도였지만 현지 테스트를 준비할 때에는 열흘씩 출장을 가 있기도 했다. 출장을 나가서 업무를 진행할 때에는 현지 업체의 사무실로 출근하는데, 우리가 사용할 PC를 세팅해 둔 큰 회의실을 준비해준다. 나는 기획자였지만 기획자, 프로그래머, 해외 서비스 PM 등 서로 다른 직군들이 같이 모여서 업무를 본다. 그러다보니 서로에게 생긴 문제를 주워듣게 된다. 사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출장 기간 중에..

Litters 2018.10.24

말랑함에의 강요

하루에 하나씩의 글을 쓰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고 있다. 매일매일 고민 중이다. 오늘은 어떤 내용으로 글을 써야할지. 사실 떠오르는 소재들이 있긴 한데, 매번 비슷한 분위기의 글을 쓰는 것 같아서 나름 필터링을 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글을 아예 쓰지 못하는 날이 생긴다. 사실 뭐 그러고보면 이틀 연속으로 글을 쓴 날이 한 번 밖에 없다.어쨌거나 주말 내내 '이번엔 좀 말랑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근데 마침 떠오른 소재는 매우 딱딱한 소재여서 - 이 소재는 나중에 정리해서 한 번 써보기로 - 어찌하면 말랑말랑한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느라 주말을 훌쩍 흘려보냈다.그러고보면 나는 내 자신이 '말랑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강한 강박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공대 ..

Litters 2018.02.26

바 이야기 - 음악을 듣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바에서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한다. 혼자서도 부담없이 찾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바텐더들이랑 얘기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칵테일을 잘 만들거나 좋은 술을 잔으로 마실 수 있는 바들을 좋아한다.일본을 여행하면서 바를 찾아다니는 것도 엄청 좋아라하는데, 흔히 우리나라에서 바(BAR)라고 생각하면 떠올리는 모습 그러니까 비싼 가격의 양주(이럴 땐 왠지 이 표현이 더 어울린다)를 마시면서 젊은 여성 종업원들과 이야기를 하는 형태의 바 말고, 술이나 이야기 또는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형태의, 사실 본래의 '바'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곳들이 아주 작은 동네 구석구석에도 있을 정도로 많기 때문.위의 사진은 얼마전 도교에서 지낼 때 시모키타자와에서 꽤 오래되고 유명한 뮤직 바라고 해서 찾아갔던 트러..

Litters 2018.02.23

하루에 글 하나씩 쓰기

비슷한 글을 여러 번 썼었다. 하지만 계속 실천하지 못했다.매번 이번에는 기필코! 하는 마음이지만, 매번 실패하고 말았다. 백수인 지금은 그 결심과 다짐의 결이 조금은 다르다.어쨌든 써야하고, 쓰고싶다. ----------------------------------- '글을 쓴다'고 생각하니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뭘 쓰지?'다. 그래, 가장 힘든 건 역시 소재다. 주제는 그 다음 얘기인 듯. 가장 잘 알고 있는 주변의 것을, 느끼는 그대로, 나의 생각을 쓰자! 는 뻔한 얘기로는 적당한 소재를 골라낼 수가 없다. 사실 난 '00에 대해서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 바로 키보드 앞에 앉는 편이라 소재에 대한 고민을 크게 했던 적이 없는데, 무조건 매일 하나씩의 글을 쓰자도 결심을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Litters 2018.02.19

우연이었다

몰랐었다. 우연이었다.나는 그런 걸로 작전을 짤 만큼의 인간이 아니다.심지어 소개팅 이후의 첫 만남(흔히들 말하는 애프터)에서 그런 작전(?)을 짤만한 과감한 인간이 아니다. 우연이 좀 겹쳤달까?소개팅 날짜가 잡혔는데 마침 가보고 싶던 식당이 있었다. 당시 막 떠오르는 이국적인 식당. 요즘엔 좀 흔해졌지만 그땐 그리 많지 않았고, 나도 별로 먹어본 적 없는 국가의 요리. 하지만 그 나라의 와인은 좀 마셔봤었기에 와인을 주문했고, 고기 요리와 해산물 요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스파라거스를 주문했을 때, 상대방이 활짝 웃었다. "저, 아스파라거스 좋아해요. 하지만 식당에서 그런 걸 시키면 친구들한테 혼나곤 했어요. 왜 그냥 야채를 시키냐고. 아스파라거스 좋아하시나요?" 아마 아스파라거스 때문이었을 거다.좀처럼..

Litters 2018.02.19

수첩 정리하다가 발견한 오래 전의 글

가끔은 한걸음 물러서서 보아야 한다고 되뇌이곤 했습니다.정작 물러서서 볼 필요가 있을 때에는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한걸음 물러서서 보는 일의 필요성을 알고 있습니다. 한걸음 물러서 있습니다.세상 일로부터. 회사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친구들로부터.한걸음 물러서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아니 어쩌면 너무 멀리 물러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물러서, 떨어져, 도망쳐 있으니돌아가기가 싫어졌습니다.이대로 이렇게 많은 일들과 떨어져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등지고 시골로 내려가는 이들.자연과 하나가 되려고 노력하는 도인들의 마음이 슬쩍 이해됩니다. 이 방 한 구석의 저 특이한 창문.저 창문을 열면 어제의 내가 보일 것 같습니다.지금 들리는 저 소리들이 어제의 소리 같습니다.나는 저 문을..

Litters 2017.06.04

11년 만에 백수가 되었습니다.

될 수 있으면 포스팅에 사진을 최소한 하나씩 붙여두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 포스팅에는 어떤 사진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포스팅을 반말로 해야할 지 존대말로 해야할 지도 고민이 되더군요. 제목도 잠깐 생각을 해봤는데, 도통 적절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지난 주에 11년 만에 백수가 되었습니다. 어느덧 11년을 꽉 채웠더군요(정확하게는 6/1에 11년이 꽉 차기 때문에 18일 정도가 부족합니다만). 자주 입에 달고 다니던 말이긴 한데, 이렇게까지 오래 다닐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게임 회사 취직을 준비하고 있던 게 아니라 우연한 기회에 일을 시작하게 됐었거든요. 대학을 졸업하고 30대 초반까지 건축 설계 사무실, 인쇄물 디자인과 웹 디자인, 전문 월간지 기자 등의 일을 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다..

Litters 2017.05.14

죽어가는 블로그

아니 정확하게는 죽어가는 '내' 블로그가 더 맞는 말이겠다. 최근 SNS의 대활약으로 이제 블로그나 개인 홈페이지는 죽어가고 있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니까(실제로 그런지 안 그런지는 전혀 모른다;;;). 마지막에 글을 쓴 게 올해 4월. 그것도 엄청 오랜만에 쓴 것이었는데... 찾아보니 그 바로 앞 포스팅은 2월. 예전에는 혼자 이런저런 생각하는 것들도 올리고 그랬는데, 그런 포스팅은 페이스북에 올리다보니 블로그 포스팅이 줄어드는 건 이해가 되지만... 사진 찍어둔 것도 안 올리고, 여행 다녀온 것도 안 올리고, 뭔가 포스팅을 준비했던 것들도 안 올리고, 독후감도 안 올리고(최근 아예 책을 안 읽고 있긴 하다;;;), 영화 후기도 안 올리고... 그냥 블로그 포스팅 자체를 아예 안 하고 있다. 이유는..

Litters 2013.06.20

오랜만에 사진 정리 시작

만날 술만 먹고, 포스팅도 안 하고...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아예 라이트룸으로 옮겨두지도 않았던 사진들을 모두 라이트룸으로 넣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포스팅을 찾아보니 2011년 8월에 다녀온 춘천이더군요, 그 다음 여행은 바로 그 다음 달인 9월에 혼자 다녀왔던 울릉도입니다. 날씨가 안 좋아서 배를 기다리며 동해에서 하루 묵었었는데, 그날의 사진들을 정리해보는 중입니다. 물론 이 정리가 언제 끝나서 첫 번째 울릉도 여행기를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이후 남아 있는 부산 여행, 제주도 여행, 오키나와 여행 그리고 두 번째의 울릉도 여행. 아, 최근에 후쿠오카를 한 번 더 다녀왔죠. 어쨌든 2년 사이에 다녀온 각종 여행들을 정리해야, 앞으로 다녀올 여행들의 사진도 차곡차곡 정리할 수..

Litters 2013.04.08

아이폰 사진으로 돌아보는 2013년 1월

대단히 바쁜 것도 아닌데 도통 포스팅을 하지 않는 나날이다. 여행기도 엄청나게 밀려 있고. 그래서 오랜만에 생각해본 포스팅.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를 잘 들고 다니지 않고, 아이폰으로 척척 사진을 찍어버리니까 사진 보관함에 엄청난 사진들이 쌓인다. 그걸 가만히 살펴보고 있자니 이걸 잘 정리만 하면 내가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 돌아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첫 시도. 2013년 1월에 찍은 사진들을 모아서 한 달을 어떻게 지냈는지 정리해보기. 모든 사진은 아이폰으로 찍었고, 보정 안 했고 크기만 줄였다. 페이스북에 이미 올렸던 사진이 있을 수 있다. 요즘 자주 가는, 동네에 새로 단골 뚫은(아직 단골이라고 하기엔 좀 그런가?) 뮤직바. LP가 없고 대부분의 경우 인터넷 음원을 틀어준다는 것이 대단히..

Litters 201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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