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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Places 184

39. 유명인의 흔적을 찾아... - 무라카미 하루키의 DUG와 야마시타 타츠로의 이하토보

가끔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재밌는 여행기를 만나게 된다. 특정 영화의 촬영지를 따라다닌다거나, 유명 아이돌의 단골집을 방문하는 여행기도 있다. 심지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된 곳을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어서 해당 애니메이션의 장면과 비교하는 여행기도 본 적이 있다. 나는 그런 류의 여행을 일부러 꾸미지는 않는다. 사전 조사가 너무 많이 필요한 여행이니까... 흠... 그런데 가만히 되돌아보니, 이번 일본 여행은 [미스터 초밥왕] 덕분에 큐슈를 돌아다니게 됐고, [원령공주]의 배경이 된 야쿠시마의 이끼의 숲도 방문했으니 나도 이미 그런 여행을 하고 있었던 건가? 어쨌든 도쿄에서 특별한 목적지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배를 채워야 하고 술을 채워야 하는 시간이 오게 마련이다. 가끔은 커피가 마..

38. 뻔한 번화가는 갈 생각이 없었지만 - 신주쿠, 가부키초, 고르덴가이

신주쿠(新宿), 시부야(渋谷), 하라주쿠(原宿) ... 도쿄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었지만 대충 이런 곳들이 번화한 곳이라는 것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들은 적이 있다. 사람 많고 네온사인 가득한, 뻔한 느낌의 번화가. 어떻게 생각해도 내 취향은 아니다. 비슷한 이유로 서울에서도 명동이나 강남역은 잘 가지 않는다. 일본 친구들이 서울에 왔을 때도 될 수 있으면 그런 동네는 추천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도쿄라는 도시에 처음 온 것이긴 해도 이런 번화가는 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일본 친구들이 한국에 오면 반드시 명동을 함께 가자고 한다. 그들에겐 명동을 가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거다. 결국 나도 신주쿠를 가야 하는(?) 이유가, 신기하게도 생기더라.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쇼핑. 조카에게 줄 선물을 사기..

37. 도쿄에 도착했다는 기분은 집 앞 공원에서 - 우에노 공원과 시노바즈 연못

10월 12일, 서울에서 출발해 미야코지마에 도착했다. 이후 이곳저곳을 돌아 11월 4일, 도쿄에 도착했으니 여행을 시작한 지 어느덧 3주가 지난 셈. 친구네 집에 짐을 풀고는 말 그대로 며칠 동안 뻗/어/있/었/다.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여독을 풀어야 했다. 이곳이 도쿄인지 서울인지 알 수 없는, 그런 며칠이 흘러갔다. 체력을 어느 정도 회복했고, 친구 집에서 먹고 자고 씻는 것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난 지금 귀국한 것이 아니라 도쿄에 있다는 걸. 아직 나의 여행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와 템포가 좀 달라졌을 뿐이고, 계획했던 것과는 다른 곳에 와 있을 뿐이었다. 날씨가 좋았던 어느 날 오랜만에 집 밖으로 나왔다. 내가 '도쿄'에 왔다는 것을 깨닫고 싶었는데, 그렇다고 도..

36. 3주간의 도쿄 이야기를 시작하며

도쿄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었다. 출장으로도 여행으로도 가본 적이 없었다. 결정적으로 별로 가보고 싶지도 않았다. 한 국가의 수도이기는 하지만 역사/문화적으로는 교토가 더 수도답다고 생각했다. 드라마, 소설, 영화, 만화 등 다양한 매체에서 익히 들어본 도쿄의 다양한 지명들. 그곳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할 만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도쿄는 별로 내 마음을 끌어당기지 않았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예상 코스는 사실 큐슈와 시코쿠였다. 여행 도중 사람이 그리워져 친구들을 만나러 오사카로, 도쿄로 올라오지 않았더라면 나의 여행은 시코쿠를 돌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도쿄로 올라오면서 친구들을 만나고, 좀 쉬어 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라도 일주일 쯤 쉬고 나서 재충전이 된다면 어딘가로 다시 출발할 수..

35. 쿠마노코도 순례길을 걷다.

아침 일찍부터 움직였다. 조식이 8시까지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 온천민숙 코사카야(温泉民宿 小阪屋本館)의 조식은 간단했다. 미소시루에 낫토, 쯔케모노 한 종류와 생선구이, 날달걀과 김구이. 후식으로는 바나나 하나. 평범하고 손이 별로 갈 것 같지 않은 구성이었지만 의외로 든든했다. 낫토에 달걀을 함께 풀어서 한참을 휘휘 저은 다음 밥 위에 올려 먹는 것을 처음 배웠다. 낫토와 달걀의 조합이라니. 오늘의 계획은 쿠마노코도(熊野古道)를 실제로 걸어보는 것. 오전 중에 두세 시간 걷고 나서 점심을 먹고 오사카로 돌아가는 길에 한두 군데 포인트를 더 들러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음, 솔직히 말하면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이 뭔가 설명을 해줬지만, 나의 일본어 실력으로 ..

34. 친구와 함께 와카야마로

오전 10시. 신오사카역(新大阪駅) 앞. 숙소에서 짐을 챙겨 나와서 근처의 패밀리 마트에서 간단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친구들을 기다렸다. 1박 2일 동안 렌터카를 빌려 와카야마(和歌山) 쪽을 여행하기로 했다. 철저하게 모든 일정은 친구들에게 맡겼다. 식당도 숙소도 모두 맡겨두고 나니 마음이 훨씬 가볍다. 그리고 오랜만에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친구들은 모두 일본인이고 오사카 출신이다. 이번 여행을 위해 휴가를 냈다. 한 명은 도쿄에서 일하고 있는데 고맙게도 이번 여행을 위해 오사카까지 내려왔다. 심지어 이번 여행 내내 운전까지 도맡아주었다. 나도 국제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는데...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일본인 어쩌면 오사카인의 새로운 모습을 봤다. 분명히 내가 일본에서 운전하면서 만난 ..

33. 일정 전면 수정! 오사카로

사실은 며칠 전부터 친구들과 연락을 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 한 달 넘게 일본을 돌아다닌다고 하니 각자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는 들르지 않는 거냐며 보고 싶다고 하는데... 한 명은 오사카(大阪), 한 명은 도쿄(東京). 원래 나의 계획은 큐슈(九州)와 시코쿠(四国)였으니 전혀 다른 동네. 게다가 교통비가 꽤 나오는, 거리가 먼 곳들이라 올라가면 다시 내려오는 건 무리... 결국 시코쿠 일정을 포기하고 오사카를 거쳐 도쿄로 올라갔다가, 도쿄에서 귀국하는 걸로 계획을 변경했다. 덕분에 히로시마(広島)에 들러 미야지마(宮島)도 구경할 수 있었다. 아니었다면 바로 모지코(門司港) 다음 일정은 시코쿠 쪽으로 넘어가는 것이었을 거다. 미야지마에서 오사카까지 시간이 꽤 걸릴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32. 다음 날 아침, 미야지마 신사

앱을 살펴보니 오전 8시가 만조였다. 그래서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준비했는데도 만조 시간에 맞추지는 못하고 조금 늦었다. 그래도 삽시간에 물이 빠지는 것은 아니니까, 물이 가득 들어찼다가 슬슬 빠져나가는 시간에 미야지마 신사(宮島神社)를 돌아봤다. 아, 다시 한번 첨언하자면, 정식 행정구역의 명칭은 이쓰쿠시마(嚴島)인데, 마치 별명처럼 사람들은 미야지마(宮島)라고 부르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자료나 문헌을 찾아본 것은 아니고,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느낀 건데... 왠지 일본에서 '미야(宮)'라는 글자를 사용하는 지명은 '신화'와 관련이 깊은 곳이었다. 미야자키(宮崎)도 그렇고 이곳 미야지마(宮島)도 그렇다. 왕족과 관련이 있는 신사는 신궁(神宮)이라고 부르는 걸 봐도 '미야(宮)'라는 ..

31. 일본삼경, 세계문화유산. 미야지마

시모노세키(下関)에서 바로 신칸센을 탈 수 있을 줄 알았으나 기차역을 잘못 찾아가는 바람에 다시 고쿠라(小倉)로 이동해서 신칸센을 타야 했다. 하루에 간몬해협을 세 번 건넌 거다. 배 타고 올라가면서 한 번, 일반 기차 타고 내려가면서 한 번, 신칸센 타고 올라가면서 한 번. 고쿠라에서 히로시마(広島)까지 신칸센으로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히로시마역(広島駅)에 내리니 외국인 - 그러니까 동양인이 아닌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커다란 백팩을 매고 있거나 트렁크를 끌고 있는 사람들. 미야지마(宮島)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알려진 곳일 뿐만 아니라 일본삼경(日本三景)이라고 해서 일본에서 가장 멋진 풍경 세 군데 중에도 꼽힌 유명 관광지. 그러다 보니 외국인이 많을 수밖에 없는 곳이었던 거다. 그러고 보니 야..

30. 5분 바다 건너 시모노세키

어제저녁에 모지코(門司港)는 충분히 돌아봤다. 별로 큰 동네가 아니라 그 정도면 됐다. 오늘은 시모노세키(下関)로 건너갈 예정이다. 반나절 정도면 시모노세키의 남쪽 항구 주변은 돌아볼 수 있겠지. 그런 다음은 신칸센을 타고 히로시마(広島)로 넘어가야 한다.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하는 날이구나.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 천천히 걸어서 모지항 옆에 있는 간몬연락선 매표소로. 배를 타고 5분이면 시모노세키로 건너갈 수 있다. 아, 오후에는 시모노세키에서 기차를 타고 히로시마로 갈 계획이라 돌아오는 배표는 사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넘어오긴 해야 했는데... 어쨌든 그건 나중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어린아이들이 소풍을 나왔나 보다. 왁자지껄 시끄러운 분위기로 간몬해협을 건넌다. 창밖을 보니 무지개다. 아이들도..

29. 첫 여행의 추억을 걷다

첫 해외여행은 아니었지만 익숙하진 않았고, 일본 여행은 처음이었다. 여행작가인 선배 형의 인솔을 따라 고쿠라와 모지코를 돌아봤다. 2008년 12월 31일이었다. 2009년 새해를 모지코역 광장에서 맞이했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었고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공존하는 모지코라는 도시가 마음에 남았다. 언젠가 다시 한번 여행하고 싶은 곳으로 남겨두었다. 2017년 10월 31일. 모지코역(門司港駅)에 도착했다. 첫 여행의 기억. 추억의 장소라 잔뜩 기대를 하고 개찰구를 나섰는데... 어라? 이게 무슨 일이야! 보수공사 중이라 내 기억 속의, 멋진 건물을 다시 한번 볼 수 없었다. 너무 진한 감정 표현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정말이지 너무 아쉬웠다. (검색을 통해 확인해보니 2019..

28. 가을 햇살, 킨린코, 커피 한 잔

2017년 10월 31일. 내 마흔두 번째 생일의 다음 날이자 시월의 마지막 날. 여행을 떠나 온 지 열아흐레가 지난 날. 조식 시간에 맞춰 식당에 내려갔더니 뭔가 엄청 복잡스러운 세팅이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조식이다 보니 각각의 양은 많지 않은데 종류가 다양하다고 할까? 자리에 앉고 나니 따끈한 밥과 국을 가져다준다. 어제 저녁과 비슷한 느낌이다.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흠잡을 건 없는데, 인상적이라거나 기억에 남는 맛은 아니다. 오히려 료칸 하나무라(はな村)는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가 기억에 남아서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간단하게 목욕을 한 다음 체크아웃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모지코(門司港)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 유후인에는 가을이 한창이었고, 마침 오늘은 맑게 갠 파란 하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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