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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이야기 - 음악을 듣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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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이야기 - 음악을 듣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zzoos 2018.02.2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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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에서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한다. 혼자서도 부담없이 찾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바텐더들이랑 얘기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칵테일을 잘 만들거나 좋은 술을 잔으로 마실 수 있는 바들을 좋아한다.

일본을 여행하면서 바를 찾아다니는 것도 엄청 좋아라하는데, 흔히 우리나라에서 바(BAR)라고 생각하면 떠올리는 모습 그러니까 비싼 가격의 양주(이럴 땐 왠지 이 표현이 더 어울린다)를 마시면서 젊은 여성 종업원들과 이야기를 하는 형태의 바 말고, 술이나 이야기 또는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형태의, 사실 본래의 '바'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곳들이 아주 작은 동네 구석구석에도 있을 정도로 많기 때문.

위의 사진은 얼마전 도교에서 지낼 때 시모키타자와에서 꽤 오래되고 유명한 뮤직 바라고 해서 찾아갔던 트러블 피치의 입구. 낡은 가게 분위기와 음악도 좋았으나 바에는 앉을 수 없었고, 테이블에 혼자 있기에는 좀 뻘쭘해서 맥주 한 잔만 마시고 나왔던 곳이다.

갑자기 왠 바 이야긴가 하니, 며칠 전 좀 늦은 시간에 찾았던 단골 가게에서 손님들이 없는 시간이라 마스터랑 알바생이랑 이런저런 음악을 찾아 들으면서 같이 술 마신 생각이 났다. 뭐, 그곳은 '바'가 아니라 '갓포'였으니 오늘 이야기하려는 카테고리에 들어오는 곳은 아니지만 어찌보면 갓포를 즐겨 찾는 이유도 바(다찌라고도 하는)에 앉아서 마스터와 이야기하면서 맛있는 안주와 괜찮은 술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니 전반적인 맥락에서는 비슷하기도 하다.

그날 서로 찾아 들었던 노래는 '들으면 알만한 오래된 일본 노래'들이었다. 서로 한 곡씩 찾아서 들려주며 '이 노래 기억해요?'라고 물어보고 참 좋은 노래였다고 맞장구치는 그런 분위기였다.

간단하게 리스트를 뽑아보자면... 시작은 마스터가 들려준 나가부치 쯔요시(長渕剛)의 Run이었다. 이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본 가수인 야마시타 타츠로(山下達郎)를 소개하며 들려준 노래는 ずっと一緖さ(즈읏또 잇쇼사, 계속 함께야). 옆에서 듣고 있던 알바생이 노래를 전혀 모르겠다고 해서 포지션이 리메이크한 노래들의 원곡을 들려주기도 했는데, 오자키 유타카(尾崎豊)의 I LOVE YOU 라이브 영상은 다시 봐도 참 좋더라. 또 오랜만에 들었던 곡은 Southern All Stars의 TSUNAMI. 이 노래도 알게 모르게 경음악으로 여기저기 많이 쓰인 노래.

구마모토에 가면 들르는 작은 바. CHARMING 이라는 곳이다. 정말 작은 곳이고 칵테일이나 주류의 종류도 그다지 많지 않은데, 단골 중에 재미난 사람들이 많고 매우 자주 디제잉 이벤트가 열린다. 얼마전에 방문했을 때는 Rock DJing이 있는 날이었다. 세 명의 DJ가 돌아가면서 음악을 선곡해 틀어주는데 일본의 롹부터 내가 들어도 익히 하는 유명한 곡들까지 레파토리가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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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축구 경기가 있었다며 구마모토를 대표하는 소주 브랜드인 하쿠타케(쌀로 만든 소주인데 역한 냄새가 전혀 없어서 신기했다!)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나타난 DJ(이름을 까먹었다 ㅠㅜ). 특이하게 하쿠다케를 우롱와리(소주에 우롱차를 섞어서)로 마시길래 나도 따라서 우롱와리로 소주를 마시며 들썩들썩 음악을 들었다.

한번은 BAR Charming을 찾았을 때 손님들은 없고 마스터와 그의 친구만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마스터가 자신이 직접 작곡한 곡이라며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줬다. 왠지 답가를 해야만 할 것 같아서 핸드폰으로 급하게 악보를 검색해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 역시나 기타 반주와 함께 불러줬던 적도 있다. 그 영상을 차밍의 인스타에 올려서 뭔가 부끄럽기도 했고.

사실 한국에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바, 흔히들 LP 바라고 하는 곳들이 있다. 주변의 지인들도 각자의 단골집들을 가지고 있는데, 나의 단골은 역시 집에서 가까워 자주 들를 수 있는 신천(이제는 잠실 새내라고 불러야 하나?)의 OASIS. 몇 년 전 우연히 들렀던 날이 가게 오픈하는 날이라 오픈 당일부터 단골이 되어버린 집. 마스터가 구해달라는 LP를 일본에서 사다 드렸더니 내가 가면 일단 그 LP를 한 번씩 틀어주시곤 했었다. 바로 이츠와 마유미(五輪真弓)의 고이비토요(恋人よ).

요즘 신천의 오아시스는 예전처럼 올드팝과 락음악만을 틀어주진 않는다. 가게 운영의 문제일테니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말 그대로 '아무노래나' 나오는 게 좀 아쉽다. 그 좋은 기계들을 놔두고 인터넷 음원을 사용하는 것도 아쉽고. 그래도 손님이 적어진 늦은 시간에는 마스터랑 둘이서 볼륨을 높여 LP들을 골라 들을 수 있다는, 여전히 단골이라 가지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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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면 신천은 마치 바의 불모지 같은 곳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좋은 가게를 찾아서 단골이 된 집이 있다. PANTERA라는 작은 바. 어찌보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동네 바'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작은 규모의 가게에 적지만 다양한 위스키를 보유하고 있고, 칵테일 실력도 좋다. 무엇보다 친절하면서 선을 넘지 않는 바텐더도 매력적. 가끔은 엣지있는 위스키 보틀을 구해 소개받으면 재미가 쏠쏠하다.

이곳은 음악 신청을 받지 않는 곳인데, 딱 한 번 신청곡을 틀어줬던 적이 있다. 판테라의 시그니쳐 칵테일 중 하나인 Starry Night 을 주문하고서 Don Mclean의 Vincent를 틀어 달라고 졸랐다. 좀 당황하는 기색이 보였지만 음악을 신청한 이유가 꽤나 낭만적이라고 생각하신 것인지 칵테일이 서빙될 때 음악을 틀어 주셨다. 재밌었던 경험 중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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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가게는 음악을 듣거나 노래를 불렀던 곳은 아니라서 포스팅에 넣을까 말까 고민을 좀 했는데, 그래도 사실상 나의 최고 단골집이자 최애 바라서 사진 한 장만 투척.

판교 백현동에 있는 앤젤스쉐어(Angel's Share)라는 곳이다.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뭐, 청담동 쪽 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고, 바텐더들의 매너도 좋다. 보유하고 있는 위스키의 종류도 엄청 많고, 마무리로 상당히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 있다는 것도 매력. 아마 아직도 내 이름이 적힌 보틀이 몇 병 잠자고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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