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이었나, 지지난 달이었나요. 집에 쌓여있던, 현상조차 하지 않은 필름들을 모두 현상/스캔했습니다. 집에도 조잡한(?) 필름 스캐너가 있긴하지만 도저히 스캔/보정할 시간이 없더군요. 특히 스캔하는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지요. 그래서 현상해주는 업체에 맡겼습니다. 너무 오래 지나서(3년 이상?) 필름들도 맛이 좀 갔더라고요. 겨우겨우 보정해본 사진들을 몇 장 올립니다. 한 장씩 따로 올리기도 뭣하고 해서 걍 묶어서 올려봅니다.
참고로 모든 사진은 Nikon FE로 촬영했습니다. 필름이나 렌즈는 그때 그때 다르지만요.
맨 처음 사진은 몇 년 전에 결혼한 친구 녀석의 웨딩 촬영장에서. 스냅사진 찍어준다고 갔다가 반사판만 열심히 들어줬습니다. 덕분에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 밖에 없네요. 그나마도 촬영 실수인지 현상 실수인지 뭔가 엉망이 되어 버려서 건진 사진도 없네요. 그 중의 한 장이에요. 제 기억이 맞다면 TMAX 400에 +2 증감했을 겁니다. 저런 거친 질감을 좋아하거든요.
같은 날 찍은 사진입니다. 좀더 거칠어 보이는 건 노출에 실패한 걸 일부러 보정으로 맞춰서 그럴 거예요. 구도도 주제도 불명확한 사진이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저런 거친 질감이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요.
이것도 한 2년 정도 전의 사진인 것 같네요. 새벽에 모여서 두물 머리 일출을 찍으러 갔던 사진입니다. 물안개가 찍고 싶었지만 이 날은 물안개가 피지 않았어요. 굉장히 이른 시간에 갔는데도 두물 머리에 카메라를 들고온 분들이 많은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추운 날이었는데 말이죠.
좀더 분명하게 계조를 살렸어야 되는데, 앞쪽의 섬이 뭉개져 버려서 좀 아쉽습니다.
앞의 사진과 같은 날 두물 머리에서 찍은 사진인데요. 산 등성이에 보이는 나무의 느낌을 살려보려고 찍었습니다. 100mm 렌즈로 찍었는데, 좀 더 고배율 렌즈가 있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좀 느껴지네요. 그리고 계조도 잘 살리지 못했고요.
마찬가지로 두물 머리에서 찍은 사진. 이 앞의 사진과 이 사진도 원래는 컬러 슬라이드 필름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헌데 너무 오래 현상하지 않아서인지 색이 엉망이 됐더라고요. 그래서 흑백으로 변환한 다음 보정했습니다. 그나마 이 사진은 계조가 좀더 봐줄만 한가요?
이 사진을 보고서야 이 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 올랐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첫째 날은 인천의 을왕리였던 것 같아요. 아마 이 사진은 공항 근처에서 찍었던 것 같고요. 그러다가 차가 고장나서 견인으로 서울까지 올라왔고, 차를 고친 다음 바로 춘천으로 날라가서 하루 더 놀았던 듯. 남자 둘이서 말이죠.
아차, 이 사진도 컬러 슬라이드 필름을 흑백으로 변환한 겁니다. 대략 4~5년 전의 사진. 필름 상태는 완전 엉망.
춘천 의암호 주변을 드라이브하다가 너무 경치가 좋아서 남자 둘이서 창문 크게 열어놓고 노래도 부르고, 중간에 차 세우고 사진도 찍고 그랬습니다. 녹음이 우거진 사진이어야 하는데 흑백으로 변환했더니 느낌이 좀 다르네요.
색감이 이 모양이라서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 혹시 아직 현상을 미루고 있는 필름들이 있다면 어서 현상하고 어서 스캔합시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도 바래집니다.
같은 날 찍은 사진. 하지만 도저히 어디서 찍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앞뒤 사진을 비춰봤을 때 춘천의 어딘가인 것 같기는 합니다만. 물론 컬러 슬라이드를 흑백으로 변환한 컷.
그나마 색감이 많이 안 바랜 한 컷은 변환하지 않고 올려봐도 될 듯. 하얀 자전거.
이 사진도 3년 넘은 사진이네요. 굴업도로 들어가는 배에서 찍은 갈매기 사진입니다. 온 가족이 함께했던 가장 최근의 여행이네요 -0-
조금 크게 찍힌 갈매기가 있길래. 역시나 색감이 다 바래버려서 흑백으로 변환했습니다.
이건 최근에 로모로 찍은 사진. 아무래도 로모의 셔터는 여전히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은 다시 서랍 속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그렇게 신뢰할 수 없는 카메라를 계속 가지고 다닐 수는 없겠죠. 아, 모든 로모의 문제가 아니라 몇번 고장과 수리를 반복한 제 로모를 말하는 겁니다.
위의 사진은 집 근처의 골목. 술취한 채로 이 골목을 지날 때에는 가끔 셔터를 누르곤 합니다. 혹시 어딘가에 추억이 슬쩍 묻어 나오지는 않을까 싶어서...
오랜만에 만났던 예쁜 동생. 여전히 건강하게 잘 살고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장소는 종로의 Rockers. 여전히 그곳에 건재해줘서 고마운 곳이죠.
자, 이 엔트리의 교훈이 하나 있습니다. 필름은 찍으면 바로바로 현상하고, 스캔하자. 최소한 스캔 데이터가 색이 바랠 일은 없으니까요. 정말이지 아예 보정으로 살려볼 수조차 없는 필름들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찢어졌습니다. 물론 지금은 찾지도 못하는 수십롤의 필름을 생각하면... 휴, 말도 안나오네요.
이젠 필름으로 찍으면 바로바로 현상/스캔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최근 일본에서 필름으로 찍은 것들은 다 바로바로 현상, 스캔 했습니다. 조만간 홋카이도에서의 필름 컷들과 키타큐슈에서의 필름 컷들을 모아서 올릴 겁니다. 그러면 최근의 모든 사진들이 정리되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