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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 문학과지성사
세 시간.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 책을 펼친 다음 덮을 때까지 걸린 시간이다. 책을 덮었을 때가 새벽 3:15. 월요일 출근을 앞둔 밤에 책을 읽다가 새벽 3시를 넘겼다는 것은 굉장히 용감한 일이었다(하지만 지금 그다지 피곤하지는 않다. 물론 지각도 하지 않았다).
1975년 생. 오은수는 나와 같은 나이. 수능 1 세대. 나이는 서른 둘.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편집 회사 대리. 절친한 친구 두 명과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다 하는 사이이긴 하지만, 서로에게 비밀은 있다. 강남의 조그만 원룸에서 보증금으로 확 BMW 미니를 질러버릴까 말까를 고민한다. 연하의 남자와 연상의 남자. 오래된 친구 같은 남자. 사이에서 어찌보면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 그녀는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다. 약간은 꼬여있는 가정 환경.
아... 뭐랄까. 소설이라기 보다는 내 주변 친구의 얘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같은 상표들이 있는 그대로 여과없이 쓰이고 있을 뿐 아니라 '지름신'이라던지 '갠찬아여?' 같은 통신 언어도 여과없이 등장. 더욱 현실감있게 느껴진다. 실제로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을 것만 같은 실감나는 얘기들.
뭐, 어차피 작품의 '질'에 대해서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의 사람이 아니니까, '재미'만을 생각한다면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중간중간 작가와는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긴 했지만, 몇몇 구절은 꽤 깊은 생각을 끌어내는 부분도 있었다.
(생각이 달랐던 부분... 문자 메시지를 물음표로 끝내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부분. 예를 들어 '무슨 일 있어요?'라는 식의 메시지.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물음표가 있는 문자 메시지는 '꼭 답을 받고 싶다'는 반증이다. '무슨 일 있는 것 같아요'로 끝나면 자기 생각을 보여주는 것 뿐이지 않는가. '무슨 일 있어요?'라는 건 대답을 꼭 듣고 싶다는 얘기. 그건 자신감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답이 오지 않으면 어쩌지? 라는 소심함의 표현이 아닐까)
오은수는 결국 이름없는 남자를 결혼 상대로 선택했다. 우습다. 이리 재고, 저리 재고 온갖 고민을 다 한 다음 선택한 사람이 결국 자기 자신이 없는 허상이었다는 것은. 결국 작가는 '제도로서의 결혼' 그러니까 '이 나이가 됐으면 결혼은 해야 겠지'라고 생각하고 조건을 맞춰 대충(?) 결혼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 없는 것인지를 말하려던 것이었을까?
<아내가 결혼했다>와 <달콤한 나의 도시> 그리고 이런 기사까지. 30대 초반. 결혼을 앞둔 나이(여기에 대해선 이견이 있긴 하지만). 다들... 생각이 많구나.
어쨌거나 저런 소설이나 글들을 읽으면서,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서 점점 환상을 버리고, 진지하게 대하게 된다. 그저 '할 때가 됐으니 해야지'라는 식의 생각은 접은 지 오래. 결혼은 목표가 아니고, 과정일 뿐이다. 결혼을 한다고 해서 행복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것도 아니다. 진지하게, 냉철하게,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면 스스로의 인생을 망쳐버릴 수도 있는 거다.
'결혼'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면서도... '나의 결혼'에 대해 생각할 때에는 또 다시 환상에 빠져드는 건... 병일까?
정이현 | 문학과지성사
세 시간.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 책을 펼친 다음 덮을 때까지 걸린 시간이다. 책을 덮었을 때가 새벽 3:15. 월요일 출근을 앞둔 밤에 책을 읽다가 새벽 3시를 넘겼다는 것은 굉장히 용감한 일이었다(하지만 지금 그다지 피곤하지는 않다. 물론 지각도 하지 않았다).
1975년 생. 오은수는 나와 같은 나이. 수능 1 세대. 나이는 서른 둘.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편집 회사 대리. 절친한 친구 두 명과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다 하는 사이이긴 하지만, 서로에게 비밀은 있다. 강남의 조그만 원룸에서 보증금으로 확 BMW 미니를 질러버릴까 말까를 고민한다. 연하의 남자와 연상의 남자. 오래된 친구 같은 남자. 사이에서 어찌보면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 그녀는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다. 약간은 꼬여있는 가정 환경.
아... 뭐랄까. 소설이라기 보다는 내 주변 친구의 얘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같은 상표들이 있는 그대로 여과없이 쓰이고 있을 뿐 아니라 '지름신'이라던지 '갠찬아여?' 같은 통신 언어도 여과없이 등장. 더욱 현실감있게 느껴진다. 실제로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을 것만 같은 실감나는 얘기들.
뭐, 어차피 작품의 '질'에 대해서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의 사람이 아니니까, '재미'만을 생각한다면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중간중간 작가와는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긴 했지만, 몇몇 구절은 꽤 깊은 생각을 끌어내는 부분도 있었다.
(생각이 달랐던 부분... 문자 메시지를 물음표로 끝내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부분. 예를 들어 '무슨 일 있어요?'라는 식의 메시지.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물음표가 있는 문자 메시지는 '꼭 답을 받고 싶다'는 반증이다. '무슨 일 있는 것 같아요'로 끝나면 자기 생각을 보여주는 것 뿐이지 않는가. '무슨 일 있어요?'라는 건 대답을 꼭 듣고 싶다는 얘기. 그건 자신감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답이 오지 않으면 어쩌지? 라는 소심함의 표현이 아닐까)
오은수는 결국 이름없는 남자를 결혼 상대로 선택했다. 우습다. 이리 재고, 저리 재고 온갖 고민을 다 한 다음 선택한 사람이 결국 자기 자신이 없는 허상이었다는 것은. 결국 작가는 '제도로서의 결혼' 그러니까 '이 나이가 됐으면 결혼은 해야 겠지'라고 생각하고 조건을 맞춰 대충(?) 결혼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 없는 것인지를 말하려던 것이었을까?
<아내가 결혼했다>와 <달콤한 나의 도시> 그리고 이런 기사까지. 30대 초반. 결혼을 앞둔 나이(여기에 대해선 이견이 있긴 하지만). 다들... 생각이 많구나.
어쨌거나 저런 소설이나 글들을 읽으면서,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서 점점 환상을 버리고, 진지하게 대하게 된다. 그저 '할 때가 됐으니 해야지'라는 식의 생각은 접은 지 오래. 결혼은 목표가 아니고, 과정일 뿐이다. 결혼을 한다고 해서 행복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것도 아니다. 진지하게, 냉철하게,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면 스스로의 인생을 망쳐버릴 수도 있는 거다.
'결혼'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면서도... '나의 결혼'에 대해 생각할 때에는 또 다시 환상에 빠져드는 건... 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