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ers

풍경(風磬) 소리

zzoos 2007. 5. 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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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급하게 그리고 배부르게 먹고, 따뜻해진 아니 이젠 약간 더워진 해살을 맞으며 사무실로 귀환. 자리에 외투를 벗어두고는 주섬주섬 담배와 출입카드를 챙겨서 1층의 뒷뜰로 나간다. 아무도 없는 그 곳에는 햇빛이 내리쬐고 있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다. 그다지 넓지 않은 그 곳에서도 제법 나무가 푸릇푸릇하니 여름이 다가옴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등나무는 자라지 않는 등나무 의자(이걸 도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 걸까)가 디귿자 형태로 쓰레기통을 감싸고 있는데, 그 중에 유난히 자주 앉게되는 의자에 걸터 앉는다.

담배를 꺼내고,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들이 마셨다가 길게 내뱉는다. 후우~

그 때 즈음 들려오기 시작한다. 아마도 계속 들리던 소리를 그 때 알아챈 것이겠지. 명랑하고 경쾌한 풍경(風磬) 소리. 어디서 들려오는 것일까. 바로 옆의 오피스텔(이라고 해도 될까?)을 올려다 보니 몇몇 집에서 창문을 열어둔 것이 보인다. 그 중의 한 집일까. 바람이 집 안을 시원하게 지나가고 있나보다.

담배를 몇 모금 더 들이 마시고, 내뱉는다.

사그랑 사그랑. 풍경소리가 계속 그 작은 뜰을 두드린다.
가만히 생각한다. 풍경 소리가 참 좋구나.
문득 생각이 든다. 요즘 참 푸석푸석하게 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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