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핸드폰이 없다는 걸 몰랐다. 방 정리를 하다가 뭔가 허전했고, 평소에 핸드폰을 두던 곳에 그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신없을 땐 다른 곳에 두기도 하니까... 몇 군데를 더 뒤져봤지만, 여전히 못 찾았다.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울린다. 하지만 내 방 어느 곳에서도 벨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고는 "여보세요". 여보세요라니? 내 전화기에서 들리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 "야, 이놈아 정신 좀 챙겨라. 전화기를 두고 가냐" 친구의 목소리다. 며칠 전 모임, 먼저 귀가하면서 자리에 전화기를 두고 가더란다. 그래서 자기가 챙겨뒀다고.
전화기를 두고 온 건지, 정신을 두고 온 건지 모르겠다. 그 사실을 알아채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 더 황당했다. 어차피 내 전화엔 메시지도 오지 않는다. 벨이 울리는 경우는 더욱 희귀하다. 그러니 주말 내내 전화기가 없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지. 또, 전화를 할 곳도 없다. 술에 취해 기억 속의 전화번호들을 더듬기 전에는 전화를 할 곳도 없다. 주말 내내 어디 한 군데 전화 아니 메시지라도 보내려고 했다면 없어졌다는 것을 알아 차렸을텐데. 핸드폰? 아니 이름을 바꿔도 좋겠다. 모닝콜 머신.
주변에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듣는다. 어쩜 그렇게 아는 사람이 많냐고. 뭐 그렇게 바쁘냐고. 그게 다 뭔가. 결국 서로의 안부조차 확인하지 않는 사이들일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술을 마시고, 즐겁게 수다를 떨다가 뒤 돌아서면 바이바이. 참을 수 없는 관계의 가벼움. 그런 관계들 때문에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최근엔 바로 그 '관계' 때문에 얼마나 아파하고 힘들어 했던가. 항상 하는 얘기. 스스로 되새기는 얘기. 언제나 참인 진리. 세상엔 나 혼자 뿐인 것을.
사람들 속에서야 비로소 내가 혼자라는 것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내가 두고 온 것은 전화기였고, 내가 깨달은 것은 다른 것. 전화기를 다시 찾게 되겠지만, 깨달은 것은 참인 명제. 깨달았다기 보다는 잊고 있던 것을 기억해 낸 것. 그 간의 착각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청소를 했다. 정말 오랜만에. 깨끗하게 먼지까지 닦아내고 싶었지만, 몸이 아니 마음이 너무 피곤했다. 아직도 옷장 정리는 하지 못했다. 청소를 했다기 보다는 방에 난잡하게 쌓여있던 쓰레기들을 정리했다. 아직도 난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