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nks, Wines, Foods

Beaujolais Nouveau est arrive!

zzoos 2007. 11. 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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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jolais Nouveau est arrive! (보졸레 누보가 도착했습니다!)

그렇다. 오늘은 보졸레 누보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간단하게 다시 설명하면 프랑스의 보졸레 지방에서 그 해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다. 올해가 2007년이니까 2007년 빈티지로는 '최초'로 마실 수 있는 와인인 것이다.

역발상이니 마케팅이니 뭐라고들 하지만 어쨌든 이미 보졸레 누보는 전세계에 알려진 축제가 됐고, 11월 세번째 목요일 자정에 "Beaujolais Nouveau est arrive!"를 외치면서, 전 세계에서 동시에 마시기 시작하기 때문에 시간을 맞추기 위해 전세계에 비행기로 배달한다. 그래서 일본이나 우리나라 같은 곳에선 운송료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좀 비싸다. 대신 배송하는 그 '비행기'를 주로 아시아나 항공이나 대한항공이 맡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외화를 벌어들이는 시즌이기도 하다.

몇 해 전 우리나라에서도 보졸레 누보라는 것이 처음 알려지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대대적인 파티가 곳곳에서 열리고, 심지어 한강 유람선상에서 보졸레 누보 파티를 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와인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정확한 지식을 알게 되면서 "보졸레 누보의 가격엔 거품이 너무 많다.", "사실 보졸레 누보는 그다지 훌륭한 와인이 아니다.", "보졸레 누보 따위를 비싼 돈 주면서 마실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 됐다.

물론 얼마만큼의 금액을 지불해서 얼마만큼의 만족을 얻느냐를 선택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에 나의 취향을 누군가에게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보졸레 누보는 아주 질이 낮은 와인을 비싸게 팔아먹는 상술"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좀 아쉽다.

'좋은 와인'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산미, 타닌, 당도가 적절하게 어우러지고, 복잡한 향이 지속되고, 오랫동안 보관하면서 마실 수 있는 것들을 말한다. 그런 의미로 보면 보졸레 누보는 좋은 와인이 아니다. 타닌은 거의 없고, 복잡하다기 보다는 상큼한 꽃향기만 짧게 피울 뿐 아니라 '절대로' 오래 보관할 수 없는 와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쁜 와인은 돈 주고 사먹으면 안 되는 걸까? 나도 와인을 자주 마시는 편이지만 위에서 말한 의미의 '좋은 와인'의 범주에 들어가는 와인을 마셔본 적은 거의 없다. 주로 할인 마트에서 파는 정도의 와인들을 마신다. 하지만 그것들도 나에게는 충분히 '좋은 와인'들이다. 어떤 녀석은 산미가 너무 강하고, 어떤 녀석은 당도가 너무 쎄고, 대부분 향은 짧고 단편적이지만 충분히 멋진 시간을 보내도록 도와주는 와인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보졸레 누보의 가격(1~3만원대)은 대략 할인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와인과 비슷하다. 품질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금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할인 마트에서 판매하는 와인에 비해 뛰어난 점이 있다. 그건 '축제'라는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진다는 점, 그리고 지금 이 시즌이 아니면 마실 수 없는 와인이라는 점이다.

(가격에 대해서 말하면 '보졸레 누보의 가격에 거품이 있다'는 것보다 '와인 가격에 거품이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보졸레 누보를 만드는 포도인 가메(Gamay)의 특징 때문에 보졸레 누보는 장기간 보관을 할 수 없다. 그래서 그 지역 사람들이 "오래 보관하진 못하지만 상큼하게 마실 수 있는 누보(Nouveau, 영어로는 New라는 뜻) 와인을 만든 것이다. 실제로 보졸레 누보는 상큼한 꽃향기와 타닌없이 가벼운 질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마시기가 매우 편하다.

개인적으로는 보통 와인을 마실 때보다 온도를 조금 낮게(10~12도 정도, 화이트 와인과 비슷한 정도) 맞추고, 야금야금 마시기 보다는 쥬스를 마시듯 벌컥벌컥 마시는 것이 좋다. "보졸레 누보는 맛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를 마시는 것"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잘 골라보면 맛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 정말 말이 주저리 주저리 길어졌는데, 결론은 이거다.

가격으로도, 맛으로도, 분위기로도 보졸레 누보는 마실만한 와인이다.

거품이니, 마케팅이니, 싸구려니, 저질이니... 그런 거 다 필요없다. 이 시즌에 나에게 가장 좋은 와인은 보졸레 누보다. 와인의 좋은 점이 무엇이었던가? 그건 맛과 향의 스펙트럼이 매우 폭넓다는 것이 아니었는가? 헌데 왜 유독 보졸레 누보를 그 스펙트럼에 끼우면 기분 나빠하는지 모르겠다.

아차, 참고로 보졸레 빌라주 누보도 보졸레 누보와 거의 같다고보면 된다. '보졸레'와 '보졸레 빌라주'는 우리나라에서 '경상북도', '경상남도'하는 식으로 프랑스의 지역 명이다.

아차, 또 하나. 보졸레 지역에서 '누보'만 생산하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위에서 말한 '좋은 와인'의 범주에 드는(복합적이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멋진 와인들도 만든다. 10개의 그랑 크뤼가 있고, 그것들은 매우 멋진 와인들이다. 보졸레 누보에 가려져서 오히려 피해를 보는 애들이라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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