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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일본 인디필름 페스티벌에 을 올렸었는데, 결국 어제 가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보고 왔다. 오가와 요코 원작의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작년? 재작년? (아 이 가물가물한 기억이여... 찾아보니 2004년 7월 출간. 그렇다면 2004년, 즉 재작년에 읽었을 확률이 가장 높다. 출판사에 다니던 친구가 새로 나온 책이라며 선물해 줬던 책이니까 -0-)에 읽은 소설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소설이었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미리 수집하던 중 우연히 들렀던 공식 홈페이지의 단아한 분위기가 참 좋았고, 후카츠 에리가 루트의 엄마라는 것을 보고는 '딱 어울린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어제 퇴근하고 나서 바로 스폰지 하우스(구 씨네코아)로 달려갔고, 예매했던 표를 찾아서 영화를 보는데... 맨 앞에서 두 번째 줄. 목이 아프거나 하진 않았는데, 화면의 왼쪽 위쪽의 구석 부분들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속상했다. 거의 좌석이 꽉 찼던 것으로 기억된다. 생각보다 이번 페스티벌의 반응이 좋은 듯.
아, 딴 소리 그만하고... 소설을 기초로한 영화들은 왠지 모르게 소설에 묶여 있는 것들도 있고, 아니면 완전히 원작과 따로 노는 것들도 있고... '잘' 만들기가 참 힘든 것 같다. 아마 보는 사람들에게도 글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자신만의 '장면'들과 감독이 화면으로 만들어 놓은 '장면'이 달라서 오는 괴리감 때문에 영화에 대한 점수를 박하게 주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영화의 경우, 원작을 읽었던, 게다가 원작을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확연한 개인차를 보이는 평가들을 하는 걸지도... 그렇다면 나의 경우는? 대단히 만족!! 배역들이 아주 딱 맞아 떨어져서 몰입하기도 좋았고, 연기들도 베리 굿! 약간은 밋밋하지만, 잔잔한 화면들도 영화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한 몫.
그리고 소설을 '그대로' 영화로 만들지 않으면서도 같은 이야기를 더 '영화처럼, 효과적으로' 보이는 방법을 찾아낸 것 같아서 말 그대로 영화'化'한 것 같아 좋았다. 뭐 예를 들면 소설에서의 화자는 가정부, 그러니까 루트의 엄마 자신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중학교(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이 된(머리카락도 '루트' 기호처럼 삐쳐나온), 성인의 루트다. 성인이 된 루트는 직업이 '선생님'이기 때문에 영화 전반에 나오는 수학 용어들을 학생들에게(관객에게) 설명해주기에 참 좋은 역할을 맡고 있다. 만약 소설처럼 박사님이 직접 모든 용어들을 설명했다면, 관객들은 지루해했을 지도 모른다.
참 잘 만든 영화고, 참 재밌게 봤다. 딱 한 장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는데, 일본의 전통극을 박사와 형수가 관람하는 장면이다. 단지 '관람했다'는 사실만이 중요한 것이라면 그렇게 길게 보여줄 필요가 없었을 텐데... 아마도 극의 내용이 영화와 관련이 있는 내용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장면만 제외한다면, 최근 본 영화(가 있긴 있어?) 중에서 최고라고 손을 꼽고 싶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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