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son Bouachon Duc de Montfort, Gigondas 2004 (France, →) Dr. Loosen Dr.L Riesling, Mosel-Saar-Ruwer 2007 (Germany, →) Dominus Esatate Napanook, Napa valley 2003 (U.S.A, →) Mongeard-Mugneret 'Les Plateaux', Nuits-St-Georges 2004 (France, →) Gaja Sito Moresco, Langhe 2005 (Italy, →)
금요일 밤. 아무런 약속도 없이 퇴근하고 집에가서 발 닦고 자야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찰나에 연락이 왔습니다. 삼성국수에서 BYOB가 있으니 한 병 들고 오랍니다. 후딱 뱅뱅 사거리의 The Wine Gallery에 가서 시원하게 칠링된 리즐링을 한 병 샀습니다.
삼성국수를 운영하시는 지인분께서 소집하신 자리랍니다. 삼성국수는 국수와 만두, 전, 수육, 어복쟁반 등의 한식을 판매하는 집인데, 봉은사 바로 옆 그러니까 아셈타워 바로 길 건너편에 있는 집입니다. 1층엔 동춘홍(?)이 있는 건물의 2층이죠.
만두도, 수육도, 전도 맛있더군요. 특히 어복쟁반도 괜찮았고, 거기에 국수를 말고, 밥도 볶으니 이건 뭐 배가 터질 지경이었습니다.
이후 2차로는 프리마 호텔 뒤에 지점을 연 하시에서 사케를 마시고, 3차로는 청담 박대감네 근처의 으악새에서 쭈꾸미와 꼼장어를 구워 먹었습니다. 하시의 참복타다키와 시메사바가 참 좋더군요. 으악새도 깔끔하고 맛있는 양념으로 꼼장어를 굽는 집이었습니다.
에.... 살짝 고백하자면, 모두와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 근처의 바에 들러서 잭콕을 좀 더 마셨습니다. 에효. 택시 안에서 왜 그리 갑자기 목이 타던지요;;;;;
10분 정도 늦게 도착하니 이미 지공다스의 와인을 드시고 계시더군요. 아직 제 모습을 다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좀 밍밍한 맛이 나더군요. 아쉬웠던 와인입니다.
여름이니까 시원한 리즐링! 그래서 제가 사 간 녀석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달았습니다. 달달한 리즐링보다는 좀 묵직한 리즐링을 원했는데 말이죠. 하지만 기분나쁜 단 맛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모이셨던 분들이 주로 레드만 드셔보셔서 닥터 루젠 리즐링을 궁금해 하시더군요. 와인 초보자에게 권해주기 딱 좋은 녀석이었습니다. 병도 예쁘고, 단 맛도 느껴지고. 모스카토 다스티와 비슷한 정도의 단맛이었다고나 할까요.
개인적으로 이 날의 베스트였던 와인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유명 와이너리인 도미누스의 세컨이죠. 확실히 요즘 세컨들이 저의 마음을 휘어잡네요. 너무 마시기 좋았습니다. 이 날 마셨던 다른 와인들은 훨씬 더 시간을 들여서 마셨어야 했던 게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자기 모습을 잘 보여주지 못했던 느낌이었다면 이 녀석은 바로 기분 좋게 해주더군요. 아마 그것도 자신의 모습을 모두 보여준 건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의 지론. "따자마자 마시기 좋은 게 나에게 좋은 것이다." 그래서 이날의 베스트는 이 녀석입니다. 레이블도 세련됐네요.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건 이 녀석입니다. 그러고보니 빈티지도 못 찍었네요(가져온 사람에게 직접 물어보니 2004년 빈티지였답니다). 좀 오래오래 열어보고 싶은 와인이었는데 너무 후딱 마셔버렸습니다. 과연 제대로 열렸을 땐 어떤 향을 보여줬을까요? 밭 이름 붙은 와인을 자주 마셔보지 못하는 저로서는 참 아쉽네요.
가야를 마셔본 게 두 번째? 세 번째? 이탈리아의 와인을 자주 마시지 않는 데다가, 별로 고가의 와인들을 마시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가야는 저에게 참으로 먼 이름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가야. 하지만 이 녀석도 별 감흥을 보여주지 못하더군요. 뭐랄까... 이런 녀석들은 좀더 시음환경이 좋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이날 마셨던 와인들은 하나같이 모두 좋은 와인들이었습니다. 하지만 10을 보여줄 수 있는 와인들에게서 1, 2의 모습밖에 못 보는 건 좀 아쉬우니 말입니다. 1, 2만 보기 위해 마시는 거라면 1, 2만 보여주는 와인들을 마셔도 되지 않느냐...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