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s, Cameras

오래전 선유도의 일몰

zzoos 2008. 12. 23.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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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와서 뜬금없이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골랐습니다. 2002년 여름에 선유도에서 찍었던 사진이에요. 그다지 날씨가 좋았던 날은 아닙니다. 선유도 공원이 2002년 4월에 개장했으니 개장하고 얼마 안됐을 때 갔던 사진이네요. 제 기억이 맞다면 남자들 네 명이서 갔던 것 같습니다.

카메라야 볼 것도 없이 Nikon FE인데 필름이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나요. 렌즈는 아마도 Nikon E 100mm 였던 것 같습니다만 확실친 않네요.

당시부터 지금까지 쭉~ 담아보고 싶었지만 마음에 들도록 담기지 않던 장면은 '물 위에 반짝이는 햇살'입니다. 쉽지 않아요. 물의 질감도 살아야 되고, 적절한 노출로 빛과 물을 잡아야죠. 셔터 속도도 중요합니다. 물의 움직임을 잡아 내야 하니까요. 위의 컷도 성공한 컷은 아닙니다. 너무 어두워요. 그때나 지금이나(솔직히 그 때가 더 나았다고 생각합니다만) 노출은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장면을 만나면 브라케팅(Bracketing)을 합니다. 단어는 어렵지만 디카가 보급된 이후에는 아주 보편화된 사진 기술이라고 봐도 될 것 같네요. 쉽게 말하면 '서로 다른 조건으로 한 장면을 여러 장 찍기'입니다. 주로 셔터 속도를 고정하고 노출을 적정 노출 대비 -2 스톱부터 +2 스톱까지 1/3 스톱씩 조정하면서 찍는데요(뭐 스톱의 범위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만). 위의 경우처럼 셔터 속도도 중요한 변수인 경우에는 셔터 속도까지 브라케팅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한 장면에 필름 한 롤이 쉽게 날아가죠.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쉬운 일이지만 필름 카메라로는 (필름 가격의 압박과 스캔의 귀찮음 때문에) 아주 중요한 장면이라고 판단하기 전에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리고 스냅 사진의 경우에는 브라케팅을 할 시간적인 여유마저도 없죠. 순간을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이건 디카도 마찬가지예요).

브라케팅을 할 여유가 있다면, 그건 피사체를 사진에 담아내는 가장 훌륭한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너무 무식한 방법 아냐?'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시간은 흘러가 버리거든요. 그리고 사람의 눈과 카메라의 눈은 다르거든요. 여러 가지 조건으로 찍은 다음 하나를 골라내는 일은 절대 부끄러운 일이거나, 실력이 없기 때문이 아닙니다.

요즘들어 가끔씩 예전 사진을 골라서 올리곤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때가 그리운 거예요. 그리고 당시처럼 열심히 찍지 않고 있는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가만히 예전의 사진들을 들춰보면 우습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기왕이면 좀 잘 찍은 사진들을 올려야 할 텐데, 막상 고르다보면 이렇게 좀 부족한 사진을 고르게 됩니다. 희한하네요. 좀더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이 드는 것일까요? 아니면 우연히 잘 나온 사진보다는 부족한 내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에 마음이 끌리는 걸까요.

그러고보니 이렇게 고르는 사진들은 결국 예전에 갤러리에 올려뒀던 사진들이군요. 아예 공개한 적도 없는 B컷(사실 대부분의 컷들이 B컷들이지만 어떤 식으로던 공개를 했으니, 그런 의미로 A컷이라고 쳐두죠)은 없네요. 다들 필름으로 남아 있어서 다시 스캔해야 되는데, 그건 좀 귀찮은 일이기도 하고요;;;

다음엔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컷을 하나 골라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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