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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개 | 요시모토 바나나 | 김난주 | 민음사
오랜만에 읽은 바나나의 글. 잊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차분하게 만들고 힘빠지게(?) 만드는 그녀의 어투를. 기억 저 속에서 꺼낸 것 같은 약간은 바랜 그녀의 글은 왠지 무기력했다. 여성스러움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어딘가가 비어있는 그녀의 글들을 단숨에 읽어내린 것은 중고로 구입한 이후 음악보다는 TV와 게임 음향을 주로 뱉어내던 5.1 채널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맥스웰의 음반 덕분이었다.
무슨 일이었을까? 맥주도 소주도 그 어떤 알콜도 없이 케이블 TV 채널을 돌리며 재방송을 전전하지 않고 현란한 하이킥을 날리는 언니의 액션 게임을 플레이하지도 않고 맥스웰의 음악을 틀고 이 책을 집어든 것은. 글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타이티에 홀로 여행을 떠난 작은 체구의 여인도 식물과 동물을 아끼고 밋밋한 결혼 생활을 별거로 유지하고 있는 타이티를 좋아하는 남성도 아니었다. 조금씩 볼륨을 올릴 때마다 방안 구석구석 소리가 퍼지는 것을 느끼며 글을 읽고 있다는 것이 좋았다. 소리가 퍼지고 있는 방안이 지저분하다는 생각에 청소를 하고 싶어졌다. 찢어지고 뭉개지는 베이스 음색을 들으며 좀더 좋은 스피커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쩌면 뭉개지는 이유는 소스가 아이폰에 담긴 MP3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하며 제대로된 턴테이블과 CD 플레이어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머릿속을 가장 크게 채운 생각은 남태평양의 섬나라로 충분한 일정을 가지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 혹시 그곳에서 무지개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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