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여인숙 - 이용한

:: 물고기 여인숙 | 이용한 | 링거스 그룹

아주 많은 섬을 다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십여 개 정도면 왠만한 사람들보다는 많이 다녔지 싶다. 배를 타는 것을 좋아하고, 섬에 처박혀 바다 내음과 한가로움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정도는 되었고, 배가 뜨지 않아 갇히는 일에는 눈도 꿈쩍않고, 이장님이나 마을 사람들과 금세 친해지는 것도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뭐 어느 정도 섬 여행에는 익숙하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은 보자마자 읽고 싶었다. 십여 년 동안 섬을 떠돌며 여행한 저자가 섬에 대한 얘기를 풀어놓은 책. 여행 정보서라기 보다는 여행기이고 수필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오는 애틋한 섬의 풍경들은 출근 시간 지하철에서 나를 매번 들뜨게 만들었다 - 그래서인지 오히려 사진이 더 적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은 계절이 이렇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인 것이. 햇볕 쨍쨍 내리쬐는 계절이었다면, 출근 지하철에서 탈출을 시도해 어느새 먼 항구에서 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