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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학개론, 2012
일단 제목부터 주목. 나 나름 건축과 졸업한 사람이니까. 그리고 배경도 마침 내가 딱 1-2학년이던 94, 95년 정도를 배경으로 한 듯(전람회 앨범이 94년 5월 발매했으니, 95년도가 배경인 것이 더 자연스럽기도 하고... 그렇다면 그 재수 없는 2학년 선배가 94학번이겠네...).
기억을 더듬어 봤다. 건축학개론이라는 수업이 있었나? 내 기억 속엔 없는데, 동창들의 말에 의하면 그냥 1학년 애들 전체 다 큰 강의실에 모아두고 교수님 소개하는 것처럼 한 분씩 돌아가면서 이런저런 얘기 해주던 수업이라고 하더라. 얘기 듣고보니 그런 수업이 있긴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등장 인물에 사람을 하나씩 대입한다. (직업은 다르지만) 엄태웅에는 나를 대입해보고(아, 절대 외모나 그런 얘기가 아니다!!), 그 까불지만 웃긴 친구에는 비슷했던 친구를 하나, 압구정 사는 부잣집 선배에는 또 누구를, 이 배역에는 누구를... 실제로 그들끼리의 관계는 상관없고, 내 주위에도 저런 사람들이 하나씩 있었고, 저런 사건들이 하나씩 있었던 것 같은 기분으로 하나씩... 저기 저 속, 깊숙한 곳에 묻혀 있던 것들이 모래를 털고 부유하는 기분.
철저하게 추억을 돋게 하는, 그것을 노린 영화다. 마침 그 타겟인 세대는 현재 티켓 구매력도 충분하다. 비슷한 영화가 근래에 없기도 했고. 게다가 그들의 과거 첫사랑 역에는 삼촌팬들 그득한 수지를 내세웠다. 아, 이거 정말 작정한 영화(내가 티켓을 산 이유에 수지가 없었다고는 절대 말 못한다).
하지만 작정했다고 해서 혹평은 못 하겠다. 제대로 작정했고, 제대로 노렸고, 노림수는 제대로 터졌으니까. 이 정도면 됐으니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쓴웃음 한 번 짓고, 어디 포장마차에서 취하지 않을 정도의 쏘주 한 잔 하고 싶어졌으니까. 누군가가, 말해주지도 않았는데, 단번에 오래된 흉터를 살짝 만져주는 것 같은 느낌. 슬쩍 마음이 움직였으니까. 됐다.
아, 포스터는 (당연하게도) 수지의 캐릭터 포스터로. 사이즈도 평소 포스팅보다는 조금 크게.
2012.3.25 16:25 CGV 강동 2관 F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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