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후기

아. 이번 연휴를 정말 연휴라고 부를 수 있는 건가? '연휴인가?' 싶더니만 금방 '어, 출근이네'가 되어버려서 아쉽기만... 몸은 바로 연휴에 적응해버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지 않아서 후유증만...

#4.
출근하자마자 책상 위에 쌓인 3개의 머그잔을 탕비실로 가져가 씻었다. 얼마나 퇴근하는 데 바빴으면 컵조차 씻지 않고 퇴근했을까. 커피가 눌러붙은 잔을 보니 근육 사이사이에 눌러붙은 피로와 알콜과 아직도 분해되지 않은 니코틴들이 떠올랐다. 평소 같으면 대충 물로 헹굼 당하고 말았을지도 모르는 머그잔들은 근육 사이사이에 기생하고 있는 녀석들 덕분에 뽀드득뽀드득 세제 목욕을 할 수 있었다. 커피잔을 놓으러 휴게실로 갔더니 원두를 막 갈아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연휴에 뭘하고 지냈는지 얘기하면서 커피가 내려오길 기다리고, 순서대로 커피를 받았다. 진하다. 쓰다.

#3.
지하철을 타는 곳은 8-1번 승강장. 그러면 양재역에 도착했을 때 계단과 가장 가까운 출구로 나갈 수 있다. 4번 출구. 계단을 오르는 데 낯익은 뒷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너무 빨리 지나가버려 인사를 하지 못했다. '왜 저리 빨리?' 시계를 보니 아직은 여유있는 시간. 내 걸음걸이가 느린 편인가?

#2.
택시를 타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시간이 아슬아슬했으니까. 하지만 지하도 출구를 잘못 나왔다. 이쪽은 버스를 타러 나가는 쪽이라고. 아, 그럼 돌아서 저쪽으로 가야하는 건가. 순간 눈에 버스가 들어왔다. 한 번 놓치면 10분 기다려야 하는 버스. 그래서 택시를 타려고 했던 건데. 버스는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고, 버스 정류장은 약 100~200 미터 전방이다. 달렸다. 미쳤나보다. 달렸다. 전속력으로. 숨이 머리 끝까지 차오른다고 생각할 때 즈음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아마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이 2명만 적었어도, 버스 엉덩이를 두드리며 세워 달라고 했어야 할 지도 모른다. 지하철 역에 내리면서 시계를 보니 여유있게 출근할 수 있는 시각. 하지만... 오랜만의 전력 질주는 다리를 후들거리게 만들고, 온 몸에서 땀이 흐르게 만들고, 계속해서 숨이 턱까지 차올라 있는 상태를 만들어줬다. 무사히 출근할 수는 있을까?

#1.
알람이 울린 것은 7시 정각. '아, 오늘은 연휴가 끝난 뒤의 월요일이야(사실은 화요일이지만, 이렇게 생각해버렸다). 그럼 차가 많이 막힐 거야(그게 뭔 상관이야. 넌 지하철 탈 건데). 그러니 일찍 일어나야지'라고 생각하고는 다시 눈을 붙였다. 다시 눈을 뜬 것은 7시 47분. 최소한 수서역에 8시 30까지 도착해야 여유롭다. 아침에 샤워하고, 머리감고, 머리 말리고, 옷 입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분. 집에서 수서역까지 걸리는 시간이 가장 유동적인 시간인데... 길게는 30분에서 짧게는 15분.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준비를 마치고, 수서역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택시 타야 된단 얘기). 후다닥 준비를 마치고, 집을 뛰어 나오며 시계를 보니. 시각은 8시 15분.

#0.
연휴 내내 집에 틀어박혀 있었다. 한 것이라고는 TV와 게임이 전부.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1을 다 보고, 시즌 2의 2편 까지 시청. 그리고 WOW에서 2단계 레벨업. 먹고, 자고, 누워서 TV보고, 컴터 앞에 앉아서 게임하고. 근육들은 점점 퇴화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SUPER ACTION에서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1을 모두 방영했다. 자그마치 20시간 정도의 연속 방송. 나? 나는 약 18시간 정도를 연달아서 달렸다. 밤 10시 정도가 되니까,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길래 잠자리에 들었다. 잠자리에 들면서 허리가 매우 아팠고, 눈물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