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전에 읽어서 자세한 표현들이 생각나진 않지만, 쿠엘료 할부지의 <연금술사>에서 누군가가 산티아고에게 해준 얘기가 갑자기 생각났다. 숟가락에 담긴 기름 두 방울에 대한 얘기. 요즘의 나는 기름 두 방울 때문에 소중한, 다른 많은 것들을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닌지. 나의 눈은 오로지 기름 두 방울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직 손을 얹을 수 있는 심장이 남아 있다면, 꽉 움켜쥐고 생각해 볼 문제다.
인터넷의 세계는 참으로 넓고도 오묘해서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검색을 해봤더니, 내가 찾는 바로 그 구절을 그대로 블로그에 올려둔 분들이 꽤 많았다. 그 중에 한 분의 블로그에서 해당 부분만을 발췌, 아래에 남겨본다. 아마도... 잘은 모르겠지만... 출판사에서 좋아할 일은 아닐 듯.
어떤 상인이 행복의 비밀을 배워오라며 자기 아들을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현자에게 보냈다네. 그 젊은이는 사십일동안 사막을 걸어 산꼭대기에 있는 아름다운 성에 이르렀지. 그곳 저택에는 젊은이가 찾고 있는 현자가 살고 있었어. 그런제 현자의 저택, 큼직한 거실에서는 아주 정신 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어. 장사꾼들이 들락거리고, 한쪽 구석에서는 사람들이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고, 식탁에는 산해진미가 그득 차려져 있더란 말일세.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까지 있었지. 현자는 이 사람 저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젊은이는 자기 차례가 올때까지 두 시간을 기다려야 했지. 마침내 젊은이의 차례가 되었어.
현자는 젊은이의 말을 주위깊게 들어주긴 했지만, 지금 당장은 행복의 비밀에 대해 설명할 시간이 없다고 했어. 우선 자신의 저택을 구경하고 두 시간 후에 다시 오라고 했지. 그러고는 덧붙였어.
'그런데 그 전에 지켜야 할 일이 있소."
현자는 이렇게 말하더니 기름 두 방울이 담긴 찻숟가락을 건넸다네.
'이 곳에서 걸어다니는 동안 이 찯숟갈의 기름을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되오.'
젊은이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찻숟가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 두 시간 후에 그는 다시 현자 앞으로 돌아 왔지.
'자, 어디....'
현자는 젊은이에게 물었다네.
'그대는 내 집 식당에 있는 정교한 페르시아 양탄자를 보았소? 정원사가 십년 걸려 가꿔놓은 아름다운 정원은? 서재에 꼳혀 있는 양피지로 된 훌륭한 책들도 좀 살펴보았소?"
젊은이는 당황했어. 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노라고 고백했네. 당연한 일이었지. 그의 관심은 오로지 기름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 것이었으니 말이야.
'그렇다면 다시 가서 내 집의 아름다운 것들을 좀 살펴보고 오시오.'
그리고 현자는 이렇게 덧붙였지.
'살고 있는 집에 대해 모르면서 사람을 신용할 수는 없는 법이라오.'
이제 젊은이는 편안해진 마음으로 찻숟가락을 들고 다시 저택을 구경했지. 이번에는 저택의 천장과 벽에 걸린 모든 예술품들을 자세히 살펴볼 수가 있었어. 정원과 주변의 산들, 화려한 꽃들, 저마다 제자리에 꼭 맞게 놓여 있는 예술품들의 고요한 조화까지 모두 볼 수 있었다네. 다시 현자를 찾은 젊은이는 자기가 본 것들을 자세하게 설명했지.
'그런데 내가 그대에게 맡긴 기름 두 방울은 어디로 갔소?"
현자가 물었네. 그제서야 숟가락을 살핀 젊은이는 기름이 흘러 엇어진 것을 알아차렸다네.
'내가 그대에게 줄 가르침은 이것 뿐이오."
현자중의 현자는 말했지.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데 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