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을 계획했던 굴업도 여행은 이제 삼 일째 아침(자그마치 월요일)을 맞이했습니다. 오늘은 배가 뜨려나? 아침부터 알아본 것은 바로 그것이죠. 하지만... 여전히 배가 뜰지 어떨지 모른답니다. 시간이 되어봐야 알 수 있다는 얘기만 들리네요.
불안한 삼 일째의 얘기 시작합니다.
어제보다는 좀더 진지한 분위기에서 얘기들이 오갑니다. 벌써 무단 결근이 하루씩입니다. 하루 더 빠지면 이제 우리 다 같이 굴업도에 일자리 찾아봐야 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좀 비쌀지 모르겠지만 낚시배 빌려서 덕적도로 나가보자는 의견이 역시 압도적입니다.
그래서 배를 빌렸습니다. 굴업도에서 덕적도까지는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하네요. 배를 빌리는 비용은 꽤 들었습니다만 우리의 마음은 그만큼 급했던 거죠. 덕적도까지는 들어오는 배편들이 많으니 그 중에 하나라도 걸리면 인천으로 나갈 수 있으니까요.
오늘도 안개는 심합니다. 배는 달립니다.
소나도르. 좀 지쳐보입니다. 아마 마음이 가장 불편했던 건 이 녀석이었겠지요.
그렇다고 오바이트까지 할 건 없잖아!!! 아, 바닷물 마시는 건가?
중요한 회의가 취소되어버린 아로아스 형도 지쳐보입니다. 음... 폼 잡는 건가?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동생. 그래 우리 남매는 역시 별로 걱정 같은 거 없는 피를 이어받았구나.
왠지 회사 걱정보다는 술 기운에 괴로워하는 듯한 죄인. 등 좀 쳐주랴?
그렇게 덕적도 서포리 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안개가 자욱하네요. 뭔가 불길불길.
서포리에서 봉고차를 타고 진리 선착장으로 나왔습니다. 저희가 토요일에 도착했던 곳이 덕적도 진리 선착장이었죠. 선착장 앞 풍경입니다. 가게들 뒤를 보세요. 뒷산이 안보이죠? 포샵아닙니다. 안개가 저렇게 산을 가렸습니다.
썰렁한 선착장. 저희 말고도 배가 들어오는지 안들어오는지 목뽑아 기다리는 분들이 좀더 계셨습니다. 해군 아저씨들도 있었는데, 뭐 어쩔 수 없는 건 모두 마찬가지지요. 그 분들 통화를 엿들었는데 시야 500m가 안나왔다고 하네요.
결국 배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어제 했던 얘기는 또 반복됐죠. 어차피 못나가는거 신나게 놀아버리자!!!
선착장 앞 할매 포장마차에서 맛난 라면과 파전 그리고 소주로 간단하게 점심을 때우고(그게 어디가 때운거냐!!) 다시 서포리로 향합니다. 펜션(과 민박의 중간쯤?)을 하나 잡았거든요. 서포리는 덕적도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이죠. 예전에 CF 하나로 갑자기 유명해져버린 해변입니다. 꽤나 큰 섬이지만 아직 많이 개발되진 않았어요. 경기도 양평이나 가평에 있는 펜션들을 생각하면 안됩니다.
하지만 저희가 운이 좋기는 한가봐요. 꽤나 마음에 드는 곳이었습니다. 민박집에서 보이는 경치를 줌으로 당겨 찍어 본거예요. 경치가 진짜 끝내주는 집입니다. 그리고 아주 깨끗한 집이었고요. 이름은 서랑 민박이예요. 주인 아저씨도 시원시원하시고, 요리를 맛나게 해주시는 미모의 사모님이 계십니다.
짐을 풀어놓고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안개가 정말 끝내주죠? 삼일 내내 안개랑 놀았어요. ㅎㅎ
사실 덕적도만해도 경치가 참 좋은 섬입니다. 제가 특히 굴업도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덕적도로 맨날 놀러 갔을지도 몰라요.
서포리 해변도 참 마음에 드는 곳이죠.
낚시하시는 걸 옆에서 구경해봤는데, 낚싯대를 넣기만하면 손바닥만한 우럭들이 올라오더군요. 와 진짜 재밌어 보였어요.
서포리 해면의 갈매기들. 이렇게 많은 갈매기를 한꺼번에 본 건 처음이었어요. 뭐 더 많이 보신 분들도 있는 것 같긴 했지만요. 흥!
일렬로 날아가는 갈매기들. 패닝(panning) 연습이기도 합니다. 갈매기는 정지하고 배경은 흐르죠? 셔터 속도가 조금 더 느렸어야 되는데... 쩝.
이 포스트의 대표 사진으로 쓴 갈매기 사진.
갈매기 참 많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우리의 숙소. 서랑 민박.
해무와 고깃배. 흑백으로 변환해볼껄 그랬나요?
산책이 끝나고, 고스톱으로 서로의 친목을 좀 다진 다음 꽃게탕으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민박집에 손님은 저희밖에 없었어요. 사장님과 사장님 친구분까지 모두 같이 마시는 즐거운 저녁이었습니다. 모닥불 피우고 감자를 구웠던 것 같아요. 서울엔 폭염주의보였다고요? 저희는 밤에 보일러 켜고 자고, 모닥불 피워야 될 만큼 추웠다니깐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 드디어 배가 들어옵니다. 원래 예매했던 배가 아니고 가장 빨리 인천으로 나갈 수 있는 배표를 샀어요. 저 멀리 드디어 드디어 배가 보입니다. 야호!!
2층으로 올라가보니 유람선처럼 좌석이 만들어져 있어요.
이렇게 푸른 하늘!!! 정확하게 4일만입니다. 푸른 하늘을 보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일이었다니!
아아~ 푸르러라~~ 왠지 다시 배 돌려서 들어가고 싶은 기분!
그래서 한 컷!
죄인도 한 컷.
배타고 나오다보니 공사중인 인천대교가 보이더군요. 저렇게 공사해 나가면 결국 중간에서 만나게 되는 건가요? E.T와 아이의 손가락처럼? 그러다 안만나면 낭팬데.
왠지 공사중인 사진은 이 때가 아니면 못 찍을 것 같아서 계속 인천대교.
좀더 가까이에서 본 인천대교. 참. 인간들의 기술이란 대단한 것 같아요. 바다 한 가운데에 저런 걸 세울 수 있다니 말이죠.
드디어 연안부두에 도착!! 참 반가운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서 사진은 괜히 오래된 관광사진 느낌으로 보정해봤습니다. 부두 앞에서 해장국으로 점심을 먹고 1박 2일 계획이었지만 3박 4일이 되어버린 기나긴 여정의 여행이 끝났습니다. 다들 엄청난 추억을 만들었다고 말해줘서 무거운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어요.
집에 도착해서 샤워하고, 옷갈아입고 바로 회사로 튀어나갔습니다. 살아돌아왔네? 라고 다들 반겨주더군요. 그렇게 일상으로 복귀했죠. 그러니까 화요일 오후에 겨우 출근한 거죠. 그런데 주말엔 래프팅. 에헤라디야~ 노느라 바쁜 쭈였습니다. 래프팅 사진도 조만간(어쩌면 오늘?)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