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ers

오랜만의 대청소

zzoos 2010. 10. 10.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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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인지 기억조차도 나지 않는, 대청소. 늦은 점심 즈음에 시작했는데, 저녁을 먹고 잠깐 쉬었다가 밤이 한참 지나서야 다 마칠 수 있었다. 그것도 생각보다는 조금 짧게, 몇군데 생략한 모양새로. 겨우 3평 남짓의 방 하나를 청소하는데 말이다. 워낙 오래동안 청소를 하지 않았기에 쌓여 있는 맥주캔과 커피캔 그리고 빈 담배곽을 치우는 데에도 한참. 쓰레기에 파묻혀있던 쓰레기통을 찾아내는데 한참. 각종 가구와 물건들을 이리 옮기고 바닥을 닦고 다시 저리로 옮기고 바닥을 닦고 먼지가 물과 뒤섞여 지저분한 쓰레기가 쌓이면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다시 닦고.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갈 때 즈음 본격적인 걸레질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쓰레기를 골라내서 버리고, 먼지들을 대충 털어내고, 가구와 물품들의 자리를 잡는 것은 겨우 초벌 수준의 청소였을 뿐. 본격적인 더러움을 닦아내는 걸레질은 한참 뒤에서야 시작된 것.

이상하리만치 박박 닦았다. 너무 오랜만의 걸레질이라 잘 닦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리만치 열심히 닦았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두 팔이 뻐근하고 힘이 하나도 없을 만큼 혼신의 힘을 다해 박박 닦았다. 다시 걸레질을 하는 것이 언제일지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었던 걸까. 기나긴 시간 동안 달라 붙어 바닥과 또 벽과 하나가 되어버린 그 더러움들이 미친듯이 싫었기 때문일까. 신음 소리를 내면서까지 나는 정말이지 온힘을 다해 바닥과 벽을 닦았다.

아직도 곳곳에 먼지들이 좀 남아있고, 너무 깊은 구석구석을 헤집었기 때문인지 퀘퀘한 냄새가 오히려 살아 올라온 느낌이 들 정도지만, 일단 내 방은 엄청나게 깨끗해졌고, 엄청나게 정돈됐다. 이제 이 방에선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이런 것을 왜 진즉에, 자주하지 않았을까 - 이렇게 말하지만 결국 청소는 자주 하지 않을 거다. 아암. 그렇고 말고.

깨끗한 방 구석구석을 보면서, 구석에 정리해서 쌓아둔 책들을 보고 책장을 꼭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역시나 끝까지 놓을 수 없는 생각은 그것이다. 왜 그렇게 죽을 힘을 다해 걸레질을 했을까. 난 도대체 무엇을 그렇게 닦아내고 싶었던 걸까. 내 방에서, 나에게서 닦아내고 싶은 그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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