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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미 | 구병모 | 자음과 모음
음, 쉽지 않다. 소설의 내용이나 구성 또는 글을 읽어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이 소설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마치 두 시간 짜리 영화를 10분으로 압축해놓은 영상을 보고 영화 전체의 감상문을 적어야 하는 것처럼 쉽지 않은 기분이 30 퍼센트 정도. 그리고 정체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 20 퍼센트 정도. 마지막으로 과연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스스로 이 소설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데에 무슨 영향을 준다는 것인가? 에 대한 혼란스러움이 50 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이유로 이 소설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쉽게 말해보면, 아주 짧은 소설이다. 일상에 아주 근접한 환타지 소설이다. 그래서 가볍게 장르 문학으로 치부하고 출퇴근 길에 아무런 생각없이 읽어버리면 될, 그런 소설이다.
여기서 시작됐다. 과연 이 소설을 장르 문학으로 치부해 버려도 되는 것인가? 사실 그러기엔 조금 걸리는 것이 있다. 비록 특정 인물에게 너무 과장된 캐릭터를 부여하는 바람에 전체 등장 인물들의 비중이 좀 엉뚱하게 꼬이기도 하고 스토리는 너무 짧고, 아주 단편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스케치 같은 소설이지만, 서사 방식도 날렵하고 그 문장들 자체는 가볍게 밀어 두기엔 아쉬운 것들이다.
거기서 한 발짝 더 들어가 버렸다. 장르 문학이란 뭔가? '장르'의 본래의 뜻과는 상관없이 사용되는 단어. 상대를 낮은 급으로 치부하면서 스스로를 순수하고 고고하다고 돌려 말하는 그 오만방자함이 혹시 나의 모습은 아닌가 싶어, 이 소설에 대한 평을 미뤄두고 있었다.
그래서 쉽지 않다. 이 소설에 대한 평을 제대로 내리기 위해서는 나의 입장을 먼저 정리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여전히 쉽지 않고, 나는 아직 비겁하게, 보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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