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에 둔내와 주문진을 다녀오고서 바로 일주일만에 다시 설악산과 정암 해수욕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이번에는 멤버가 바뀌었죠. 항상 다니던 녀석 두 명과 동생을 꼬드겼습니다. 결국 4명이서 출발. 차가 많이 막힐 거라 생각하고, 고속도로 보다는 국도를 이용했습니다. 다행히도 많이 막히지 않고 한계령 입구에 도착.
오랜만에 넘어가는 한계령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그 동안 고속도로로만 다니느라 잊고 있던 길이네요.
이렇게 한계령을 넘으면 오색약수가 나옵니다. 거기가 점심을 먹기 위한 기점이죠. 다행히 날씨도 너무 좋아서 멋진 산세를 보면서 고개를 넘을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물이 많을 때가 아니어서, 그리고 최근 많이 가물어서 굽이굽이 계곡에 물이 하/나/도 없더라는 겁니다. 참으로 아쉬웠습니다.
썬루프랑 창문 모두 열어 제끼고~~ 신나는 음악도 틀어놓고~ 속도는 일부러 아주 천천히. 풍경 감상해야 되니까요.
그렇게 해서 도착한 오색약수 앞 식당가. 아주 많은 식당들이 있습니다. 미리 알아보고 가지도 않았고요. 그간의 경험에 의하면, 이런 곳에서는 어느 식당에 들어가서 뭘 먹어도 맛있습니다. 그래서 주차하기 적당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일단 메뉴판을 보기도 전에 막걸리부터 한 사발 들이킵니다. 그랬더니 애들이 산채 정식이랑 더덕 정식이랑 막 섞어서 주문을 하더군요. 막걸리 안주하라고 나물을 조금 먼저 주셨어요. 막걸리 마시면서 경치 얘기도 하고, 날씨 얘기도 하고 있으니,
나왔습니다. 산채 정식. 간이 세지 않고 나물 자체가 싱싱해서 정말 맛있더군요.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있는 데다가, 야외에서 먹었으니 더했을 수도 있겠네요.
된장 찌개도 짜지 않고 칼칼하니 너무 좋았고,
요건 황태 구이. 자주 먹는 음식은 아닌데, 여행와서 먹으니 또 별미.
더덕을 지글지글 구우니 그 냄새가, 아유. 게다가 맛은 또 어떻게요. 더덕 특유의 질감이 잘 살아 있는데도 부드럽다는 느낌이 훨씬 더 강합니다. 그리고 특유의 향과 함께 메밀꽃 동동주를 마시니 기막힌 안주가 됩니다.
일단 나물들을 그릇에 모아 넣고, 참기름이랑 아주 적은 양의 고추장을 넣어서(고추장이 맛을 다 가릴까봐), 슥슥 비볐더니 끝장나는 산채 비빔밥이 됩니다.
그리고 한상 가득한 밑반찬들이 모두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깔지네요. 왼쪽 위의 사진이 곰취나물 맞나요? 너무 맛있어서 혼자 다 먹은 듯.
네 명이서 먹은 한 상입니다. 아, 하필 식사 시간에 포스팅을 하다보니 갑자기 입에 침이 고이네요.
정말 배가 터지도록 흡입하고는 소화도 시킬 겸 오색약수로 향합니다. 길이 아주 잘 정비가 되어 있네요.
오색약수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길래, 딱히 목적지는 정하지 않고 산책을 계속 하기로 합니다. 날씨도 좋고, 산세도 좋고. 아쉬운 건 계곡에 물이 없다는 것.
그나마 물이 좀 있는 곳이 겨우 이 정도. 콸콸~ 흘러 내리는 계곡을 보고 싶었단 말이죠...
어라? 산책 중간에 다람쥐를 하나 만났습니다. 헌데 이 녀석이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는지 별로 겁이 없더라고요.
이렇게 가까이 접근해도 말똥말똥 카메라를 바라봅니다. 쫓아오던 꼬맹이들이 장난치는 바람에 도망가버리긴 했지만요.
물이 많았다면 정말 멋들어졌을 계곡. 보면 볼수록 아쉽습니다.
아예 물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곳도 있어요.
산책을 하다가 그늘도 좀 있고, 앉기에 편한 돌도 좀 있는 곳을 골라서 발을 담궜습니다. 네, 기분 좋을 때만 찍는다는 그 맨발 샷.
기분이 좀 많이 좋았나봅니다. 여러 장 찍었더라고요.
조그만 물고기들 잡는다더니, 물고기한테 잡힐뻔한 계현이도 물에 발 좀 담그고
시현이랑 주현이는 그늘에서 발 말리는 중인가봅니다.
혼자 돌 위에 앉아서 아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발은 차가운 계곡물에 담궈 놓으니 세상 좋더군요.
내려오는 길에 오색석사(성국사)에 들러 약수를 한 모금 마셨습니다. 사진은 신라시대에 만들었다는 3층 석탑. 석가탑 만큼의 아름다운 비례는 아니지만, 나름 괜찮은 비례와 라인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