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약수 앞에서 산채 비빔밥을 그렇게 배가 터지도록 먹었으면서, 정암 해수욕장 앞에 있는 펜션에 도착하니 어느새 배가 쏙 꺼져 있더군요. 참으로 놀라운 인체의 신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니 펜션에 짐을 풀고서는 바로 저녁을 준비해야 되는 거죠. 일단 운전하고 온 녀석은 재워놓고, 펜션 사장님께 여쭤보니 회를 뜨려면 물치항으로 가보라고 하시더군요. 바로 가까운 곳에 있다고 말이죠.
자, 그래서 저녁 거리를 준비하러 물치항으로 출발~!
작고 낙후한(?) 항구를 생각했는데, 물치항 회센터는 생각보다 훨씬 현대식이더군요. 이쪽에서 올라가면 3층 건물, 반대편에서 올라오면 2층 건물입니다. 이쪽 주차장에서 들어가면 2층부터 회센터가 있습니다. 1층은 그냥 횟집들이고요.
몇 명이냐고 물어보시고는 이렇게 막 집어 넣고 2만원! 3만원! 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전 애들한테 자연산을 먹이고 싶었고, 대충 둘러보니 제가 좋아하는 것들도 많더군요. 그래서 아주머니들의 제안대로 사지 않고 별도의 흥정을 했습니다.
자연산 광어를 좀 작은 녀석으로 했더니, 서비스로 참가자미, 멍게, 오징어 등 이것저것 주시더군요. (아마 위의 사진이 광어 회 뜨시는 사진 같은데...)
그리고 제가 엄청 좋아하는 성게를 추가했습니다. 씨알이 굵은 녀석들도 골라 주셨어요.
빼놓을 수 없는 꽃새우도 샀지요. 정말 입 짧은 네 명이 먹기엔 많은 양인가? 싶긴 했지만, 이것도 저것도 모두 먹고 싶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술이랑 음료수 같은 것은 근처의 슈퍼에서 사들고는 다시 펜션으로 돌아왔습니다. 매운탕 거리는 미리부터 푹~ 고으고, 상을 준비했죠.
깨끗하게 씻은 꽃새우. 파닥 거리는 녀석들이라 찍기 어려웠어요.
아아아. 또 침이 고이게 만드는, 완전 신선한 성게알. 정말 다행히도 다른 일행들이 별로 안 좋아해서(???) 제가 다 먹을 수 있었습니다!!!
딱 봐도 찰지고 탱글해보이는 자연산 광어회. 그리고 뒤에 보이는 참가자미 세꼬시. 이것도 또 별미죠.
요건 오징어 회. 오징어가 요즘 비싸던데, 이걸 서비스로 받았는지 따로 산 건지 기억이 가물가물.
서비스로 바은 멍게와 개불. 멍게가 특이하게도 많이 빨갛죠? 맛도 일반 멍게보다 훨씬 더 진합니다. 뭔가 다른 이름이 있었는데 까먹었어요...
상 다 차려놓고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한 컷~!!
아, 살아서 퍼드덕 거리는 꽃새우를 도저히 못 잡겠다고 그래서 제가 머리를 다 떼줬습니다. 떼어낸 머리들은 모두 매운탕 속으로.
그렇게 한참 회와 소주를 흡입하고 있는데, 뒤에 고양이가 하나 오더니 자리 잡고 잠을 자더군요.
오징어랑 가자미를 좀 집어 주니, 허허, 고양이가 생선 좋아한다는 말이 진짜구나 싶네요.
그렇게 펜션에 밤이 오네요. 좋았다고 할 순 없겠지만, 딱히 흠잡을 점도 별로 없었던 펜션. 이름은 까먹었네요.
역시나 다들 재우고 나서, 혼자 달을 보면서 한 잔...
다음 날 아침. 차들이 막히는 시간을 피하려고 부지런히 일어나서 출발했습니다. 바다 바로 앞에 왔으니 바다는 보고 가자는 얘기가 나와서(어제 밤에는 바다를 안 봤습니다 -0-), 잠깐 들른 물치 해수욕장. 아직 개장은 안했습니다.
멀리 보이는 물치항.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다를 보면 참 마음이 편하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부지런히, 열심히 달렸습니다. 경춘 고속도로 타고 내려오다가 서종 IC 즈음에서 나가면 제가 좋아하는 해장국 집이 하나 있습니다. 전날의 숙취를 풀기 위해 길을 좀 돌더라도 이걸 먹고 가자고 했죠.
메뉴가 몇 개 있지만, 해장국 말고 먹어본 적은 없습니다.
깔끔한 밑반찬. 뒤에 보이는 청량 고추랑 앞에 보이는 정체모를 녀석은 해장국에 넣어 먹는 양념입니다.
전형적인 양평 해장국 스타일. 선지와 천엽이 아주 실하게 들어있습니다. 제가 천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집에서는 안 남기도 싹 먹습니다. 전혀 냄새가 안 나고 아주 부드럽거든요.
밥을 완전히 말아서 먹는 것보다는 이렇게 살짝 적셔서 먹는 걸 더 좋아합니다. 이렇게 한그릇 뚝딱하고 깔끔하게 해장하면서, 이번 여행도 막을 내렸습니다. 이후 7월달에는 여행을 못 가고, 8월에 다시 다녀왔군요. 다음 사진을 정리하는 건 언제가 되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