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된 사진을 이제서야 꺼냅니다. 지난 여름, 가을의 여행들이 귀차니즘에게 패배해 하드에서 잠만 자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몇 장을 정리할 여유가 생겼네요(어쩌면 술김일지도 -0-). 이번에 정리한 사진은 지난 여름, 그러니까 8월 하고도 5일부터 7일까지 금토일, 2박 3일간 둔내의 애비로드에서 푹~ 쉬고 온 기록입니다. 사실 애비로드는 여러 번 다녀온 곳이기 때문에 포스팅도 몇 번 있지요.
이번엔 금요일 밤에 출발했습니다. 퇴근하고, 사람들이 모이고, 장을 보고 출발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늦어지더군요. 그래도 역시 여행을 떠나는 마음은 참 가볍습니다. 게다가 당시 제 마음이 참 너덜너덜하던 때고, (평소에 비해) 코에 바람 넣는 횟수가 급격히 줄어 있던 때라서 단지 달리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지더라고요.
그렇게 달려서 애비로드에 도착한 건 11시가 다 되어서였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바로 불을 지폈죠.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사장님의 숯불은 정말 최고입니다 숯의 질도 질이지만, 불을 너무 잘!!! 붙여 주시거든요. 이런 숯에 고기를 구우면 맛이 없을 수가 없죠. 암요.
고기가 익는 동안 잠깐 애비로드를 바라봅니다. 찍고 또 찍어도 반가운 장면. 보고 또 봐도 그리운 곳.
식전주(?)로 일단 화이트를 하나 열어 봅니다. 주종이 어떤 것이었어도 맛이 있었겠지만, 이 화이트도 참 맛있더군요. 사실 정확한 맛은 기억 안 나지만 기억 속에서는 적어도 그렇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다들 계곡으로 놀러가보자는 얘기가 나옵니다. 스피커도 챙겨들고, 책도 챙기고, 과일도 좀 챙기고, 술도 좀 챙겨서 근처의 계곡으로~ 다들 처음 가봤다고 하시는데, 숨겨진 피서지더군요. 여름에 들르게 되면 계곡가에서 한참을 지내도 되겠더라고요. 사진을 올리진 못하겠지만, 여벌의 옷도 없이 물에 모두 퐁당퐁당 빠져서 말 그대로 피서를 즐겼습니다. 어우 시원해.
그렇게 물놀이를 하고 올라왔더니 일행 중 한 분이 특제 알리오올리오를 준비해주십니다. 아, 이 무슨 호사란 말입니까. 살짝 익힌 피클도 좋고, 빵도, 발사믹도 훌륭. 당연히 파스타는 최고였지요.
그렇게 한적한 시간을 보내며 다시 해가 지고, 음악을 들으며 맥주도 마시고...
두 번쨰 날의 밤이 그렇게 깊어 갑니다. 다시 불이 지펴지고, 고기가 구워지고, 술이 돌아가고... 더 이상은 카메라로 남기는 것보다는 그 시간에 폭 빠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진은 더 없네요.
애비로드에서의 사진이 참 부실한(?) 이유는 사진을 찍기 보다는 푹~ 쉬고 여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떄문인가봅니다. 가을에 다녀온 사진도 포스팅을 하겠지만, 같은 이유로 사진은 별로 많이 찍지 못했습니다. 연말에 (그러고보면 얼마 남지 않았네요) 또 들르기로 했는데, 그때도 마찬가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