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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닉 | 배명훈 | 북하우스
전작 중의 하나인 <타워>도 그랬고, SF라는 소개글을 달고 나오기는 하는데, 딱히 SF 소설이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오히려 하고 싶은 얘기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장치로 SF라는 장르를 빌리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외계인이나 우주선이 나오지도 않고, 엄청난 특수 장비들에 대한 복잡한 설명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남쪽이니 북쪽이니 하는 단어가 어딘지 모르게 정치적으로 들려 약간의 거부감이 든 것은 사실이지만, 빠르게 이어가는 이야기의 흐름은 꽤 재미있다. 굳이 체코가 배경인 이유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이 소설의 시작은 작가의 체코 여행이었다는 걸 봐서는 머릿속에 그려둔 어떤 이미지를 구체화하면서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빅데이터가 지배하는 시대. 개인의 행동 하나하나를 모두 추적/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 상부 조직의 시스템을 거르는 자를 조용히 처치하는 암살 집단. 거대한 두 세력의 견제. 새로운 무기의 개발... 이렇게 써두니 SF 소설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재밌는 소설이었지만, <타워>를 읽을 때 같은 신선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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