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애초에 1박 2일이 아니라 2박 3일로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이튿날의 숙소는 정하지 않고 출발을 했죠. 발길 닿는대로 가보자는 취지였습니다. 영귀와 숙리는 다음 날의 일정때문에 먼저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강원도로 넘어가서 화천의 삼일 계곡으로 향했죠. 멀리 움직인 것 같지만 조무락 계곡이 경기도 끝자락이라서 사실 30분 정도 밖에 안 걸리는 거리입니다.
하지만 삼일 계곡에서 당일날 갑자기 방을 구하기가 좀 힘들더군요. 워낙 외진 곳(??)이라서 민박집조차 많지 않은데다가 연휴였잖아요. 그래서 친구들이 예전에 몇번 가본적이 있다는 광덕 계곡의 펜션에 연락해봤더니 마침 방이 두 개 남았더군요. 일단 예약을 잡아두고 해장을 위해 민물 매운탕을 하는 집을 찾았습니다.
우선 송어회를 맛봤죠. 좋던데요? 민물고기 회는 처음이었는데 부드럽고 향긋했습니다. (사진을 찍진 못했지만) 잡어 매운탕도 좋더군요. 비린내를 없애기 위한 향신료들이 조화롭게 향긋해서 아주 개운했습니다. 이 송어를 좀더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갔어야 했어요. 흑흑. 또 생각납니다.
해장한다고 매운탕 먹으면서 저 혼자 또 달렸습니다. 아마 한 병정도 마신 것 같아요. 삼일 계곡 하류를 바라보면서 여유로운 한 컷. 정말 꼼짝도 하기 싫었습니다. 너무너무 기분 좋게 평온했어요.
그 동안 놀러 다니면서 이렇게 날씨가 좋았던 건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너무나 파란 하늘. 오랜만에 보는 정말 파란 하늘. 하늘의 파란 빛을 살려보려고 하니 아래쪽이 좀 어둡습니다. 이럴때 그라데이션 필터가 필요한데 말이죠. 뭐 있어봐야 제 카메라에 끼울 수 있을 것도 아니긴 하지만;;;
계현이 차를 탔는데 호준이가 운전합니다. 광덕 계곡으로 가는 길이죠.
드디어 도착! 펜션에 짐 풀어놓고, 어제 젖은 옷들 빨아서 말려놓고 다시(!!!!) 계곡에 들어갑니다. 아, 어제도 그 차갑던 계곡 물에 모두 뛰어 들었었거든요. 호준인 안경도 잃어버리고;; 오늘은 물총과 뿅망치까지 사서 지대로 물놀이를 시작합니다.
정말 시원했고, 오랜만에 아이가 된 것처럼 즐거웠어요. 계현이 블로그에 가면 물놀이 사진도 더 있더군요(링크 1, 2)
광덕 계곡에서 상류쪽을 바라봤습니다. 여긴 어제의 조무락에 비해서 훨씬 규모가 크네요. 조무락은 정말 산골짜기 같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조무락 계곡이 더 좋았습니다.
광덕 계곡 하류쪽을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물놀이하기엔 광덕 계곡이 널찍널찍해서 좋더군요. 이 곳도 물살은 좀 쎈 편이라서 어린 아이들이 놀기엔 적합하지 않은 곳입니다.
물놀이가 끝나고 다시 바비큐가 시작됩니다. 한 근 가격이 같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굽습니다. 오늘은 철우가 수고해주네요.
자연스러운 장면 좀 연출하랬더니 바로 건배하는 녀석들. 그 와중에 브이는 뭐냐 호준아.
사진엔 안 찍혔지만 제가 오랜만에 - 아마 이 녀석들과 여행 다니면서는 처음일 거예요 - 참치김치찌개를 끓였습니다. 워낙 이 녀석들 요리 솜씨가 좋아서 저한테까지 요리할 기회는 잘 오지 않거든요. 하지만 저도 몰래(??) 한 요리 합니다........ 라기 보다는... 이날 제가 속이 좀 안좋았는지 이상하게 고기가 안 땡기고, 육즙이 입에 들어오니까 자꾸 헛구역질이 나오더라고요. 이상하게 고기 안받는 날 있잖아요 왜. 하필 이날 그랬던 거죠. 그래서 제가 먹을 안주 제가 끓인 겁니다;;;;;
이 사진을 끝으로 카메라는 방에 던져버렸습니다. 제가 아이팟과 스피커를 가져가서 계속 음악을 틀었고, 노래를 따라부르고, 수박씨 뱉어서 얼굴에 붙이는 놀이도 하고 주인 아저씨한테 좀 조용히 해달라는 쿠사리를 먹을 정도로 신나게 놀았습니다. 이런 유쾌하고 즐거운 친구들이 있다는 게 너무 고마워서 자꾸 목 뒤에서 울컥울컥 올라오는 눈물도 꾹꾹 참고요.
다음 날 아침. 날씨는 정말 쾌청하고 하늘이 너무 파랗더군요. 앞선 하늘 사진과 마찬가지로 하늘 색 표현하느라 아래 꽃들은 엉망;;; 사람 눈처럼 모든 존(zone)을 다 표현하고, 저절로 노출 맞추고, 색온도 따위 신경안써도 되는 카메라가 어서어서 개발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