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정말 오랜만에 화창하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주말이었습니다. 원래 금요일에 휴가를 내고 금/토 1박 2일로 굴업도에 잠깐 들어갔다 나오려고 했는데, 평일에 휴가를 내려니 멤버를 짜기도 힘들고 저도 금요일에 출근을 잠깐 해야되는 상황이 생겨서 일정을 급수정했습니다.
토요일에 시간이 되는 친구들을 몇명 모아서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 가기로 한 거지요. 그 중에 한 명이 오랜동안 단골로 다니던 곳이 있다면서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양수리 근천데요, 정확하게는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입니다. 리버힐 리조트라는 곳인데, 찜질방도 있고 등갈비 바베큐를 구워주는 식당도 있고, 수상스키/웨이크보드/땅콩/바나나보트 등의 수상 스포츠를 할 수도 있고, 펜션까지 가지고 있는 데다가 굉장히 잘 꾸며놓은 곳이었습니다.
급하게 짜인 모임이라 아무런 준비없이 갔더니 애들이 수상스키 하자고 그러더군요. 사실은 할 줄도 모르고, 준비도 없이 갑자기 시작하기는 싫어서 '오늘은 물에 들어가기 싫어'라고 무조건 잡아 뺐습니다. 아마 친구들이 절 죽이고 싶었을 지도 모릅니다. 제 덕분에 모두 물에 안들어갔거든요;;;;
굉장히 깔끔하고 분위기가 좋지요? 많이 다녀본 길인데도 조금만 들어오면 이런 곳이 있는 줄 전혀 몰랐습니다. 앞에 보이는 건물이 펜션이예요. 오른쪽에 보이는 하얀 구조물은 번지 점프를 하는 곳인데, 아무도 뛰어 내리지 않더군요. 생각보다 높이는 매우 낮아요.
잔디밭 한쪽에는 이렇게 조그만 계곡이 흘러갑니다. 뭔가 인공적인 느낌도 나고요. 이 물은 흘러흘러서 강으로 폭포처럼 떨어집니다.
하늘이 이렇게나 푸르고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 그저 잔디밭에 앉아 있는데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날씨.
물론 그냥 앉아있지는 않았습니다. 화이트 와인 두 병을 비웠지요. 투명한 와인에 비춰보는 푸른 하늘.
아름다운 색이예요. 하늘도, 와인도, 거기에 비친 잔디도...
잔을 치우면 이렇게 푸른 하늘.
주위를 둘러보면 나무에 이렇게 새집도 지어져 있고요.
저는 잔디밭에 다리를 쭉 뻗고 앉아있지요. 편안한 느낌.
슬슬 배가 고파져서 고기를 먹으러 자리를 옮겼습니다. 말이 옮긴거지 100 미터도 안 걸었어요. 그냥 다 거기에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구별이 될지도 모르겠는데, 등갈비 두 꼬치, 삼겹살 두 꼬치입니다.
참, 이 리조트에는 황토방도 있는데요. 친구의 말에 의하면 앉은뱅이가 일어서고, 장님이 눈을 뜨는 기적의 황토방(찜질방)이랍니다. ㅎㅎㅎㅎ. 어쨌든 친구의 어머니가 주말이라고 황토방에 놀러 오셨더라고요. 그래서 등갈비랑 삼겹살을 함께 먹게 됐습니다. 아주 멋진 분이셨어요.
와인도 같이 마시고, 얘기도 즐겁게 잘하고요. 결정적으로 계산을 해주시더라고요. ^0^ 이 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헤헤.
초벌구이가 된 삼겹살을 먼저 구워 먹고 있다보면...
요로코롬 다 익은 등갈비가 나타납니다. 위에 삼겹살 사진 보시면 오른쪽 구석에 목장갑 있지요? 그걸 왼손에 끼우고, 갈빗대를 잡고 뜯습니다. 막 뜯습니다. 그럼 엄청 맛있습니다.
슬슬 하늘도 조금씩 어두워지네요.
그러다가 운전자 두 명이 모두 술을 마셔버렸어요. 술을 깨고 서울에 올라가야 하느냐 마느냐 고민하다가 그냥 펜션에 방을 하나 잡았습니다. 역시 단골이 좋더군요. 겨우겨우 방을 하나 만들어 주네요. 그리고 서울에서 뒤늦게 두 명이 합류합니다. 그들을 기다리면서 어두워진 리조트 주변을 찍었습니다.
밤이 되니까 이런 장식에도 불이 켜지더군요. 루미나리에?
자판기 앞에 있던 무거운 쇠의자. 가로등 불빛이 오묘합니다.
어두워진 강 건너에 불빛들이 보입니다. 집에서 약 3~40분 만에 도착하는 곳에 이런 멋진 곳이 있는 줄 왜 모르고 살았을까요. 역시 여기저기 돌아다녀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는 건가 봅니다.
루미나리에(?) 장식의 뒷면. 이걸 찍고, 서울에서 출발한 두 명이 도착하고, 카메라는 방에 던져놓고, 등갈비를 또 먹고, 소주를 마시고, 마시고, 마시고, 방에 들어와서 또 마시고, 마시고, 마시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다음날 차막히기 전에 아침 일찍~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다음에는 꼭 물놀이 준비를 철저히 해서 수상스키고 땅콩이고 바나나보트고 전부 다 타기로 약속을 하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