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 다운은 밤 12시에 하는 거잖아요. 호텔에 돌아온 시각이 대략 5시.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서 일단 호텔 주변을 산책해보기로 했습니다. 쉬실 분은 쉬시고, 해야 할 일이 있으신 분은 하시고 말이죠.
#2 조용한 세밑 풍경
일단 호텔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차차 타운(Cha Cha Town)이라는 아케이드 있다고 해서 들러봤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쇼핑몰 같은 곳입니다.
요렇게 중앙 광장도 있고, 푸드 코트도 보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구경 거리는 이런 게 아니라구!!
뒤돌아 나오기 전에 대관람차는 한 장 찍었습니다. 저걸 타봤어야 하는 걸까요? 그러기에는 마음이 너무 급했어요. 뭔가 조금이라더 더 보고 싶었거든요.
차도 별로 없는 거리를 걸어서 고쿠라역을 지나 시장쪽을 향합니다. 아까 100엔 버스를 타고 지나면서 커다란 재래시장을 봤거든요. 일단 일본어를 매우 잘하시는 찌롸니형님은 함께 나오지 않으셨기 때문에 버스 노선을 거꾸로 되짚는 식으로 걸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거리를 그냥 걷는 것 조차도 좋아요.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말이죠.
하지만 재래시장에 도착했을 때 시장은 모두 철시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발을 돌려 역 근처의 상점가로 향했습니다.
역 근처의 상점가. 하지만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12월 31일의 저녁이라 그런 건지, 원래 이 시간에는 닫는 건지. 아마도 전자가 맞겠죠?
사람들도 좀 있고, 간판들도 불이 켜져 있지만 그 내부는 썰렁. 지난 번 하코다테나 도야코에서도 그랬었어요. 해가지면 썰렁해지는 거리. 일본은 원래 그런 나라인 걸까요?
그저 사람 구경도 재밌습니다. 그냥 거리를 걸으면서 사람 구경도 하고, 지나가는 차도 보고. 그렇게 그 도시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 그리고 그들과 같은 공기를 마시며 같은 길을 걸으며 그 안에 있는 것도 좋더라고요. 물론 다른 분들은 피곤하셨겠지만...
역을 지나 호텔쪽으로 걷고 있는데 노래 소리가 들리길래 지하도를 보니 한 청년이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더군요.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지금은 노래가 기억나지 않아요. 당시의 기분도 '노래 참 좋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날이 이렇게 추운데 관객도 없이 노래를 부르는구나'
관객이 없는 것은 아니었어요. 두 명의 언니들이 계속 옆을 지켜주더군요. 서로 친한 사이들 인 것 같았는데. 박수를 쳐주고 노래가 참 좋다고 한 마디 하고는 돌아섰습니다.
복잡한 머릿속을 조금 정리해주는 경험이었어요. 저에게도 한 때는 저런 열정이 있었을텐데요. 그리고 지금도 어느 한 구석에서는 그 열정이 남아 있을 텐데요.
갑자기 눈이 내립니다. 아주 많은 양은 아니지만 말이죠. 헌데, 여기가 제주도랑 비슷한 위돈데 눈이 온단 말이죠. 이거 흔한 일이 아닌 거 아닐까요?
호텔로 돌아와서 잠시 쉬고 모지코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TV를 틀어보니 NHK 홍백가합전을 방영중. 사회는 SMAP의 마사이나카이와 나카마 유키에. 위의 장면에는 김탁구 형님이 귀여운 포즈를 취하고 계시네요.
홍백가합전의 무대 규모는 실로 대단하더군요. 그리고 그 커다란 무대가 노래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데 정말 볼만하더라고요. 심사위원 중 호리키타 마키와 츠마부키 사토시도 아는 얼굴. 그 외에도 몇몇 가수들은 알아 보겠더라고요. 그러다가 나가야할 시간이 됐는데, 아아!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 주제곡 메들리가 시작됩니다. 오케스트라와 군악대 그리고 어린이 함창단이 연주하고 부르는 노래들. 너무 멋져서 다 듣고 싶었지만, 다른 분들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모지코로 출발하기 전에 호텔 스카이 라운지에서 소바를 나눠준다기에 올라갔습니다. 일본은 새해 전날에 무병장수를 기원하면서 따뜻한 소바를 먹는다고 하네요. 양이 많지도 않고 후루룩~ 하면 끝이긴 하지만 꽤 맛있는 국수였습니다.
국수 옆에는 동행 중 한 분이 선물해주신 바비 브라운의 휴대용 가방. 접으면 저렇게 작은데 펼치면 꽤 커다란, 여행 다닐 때 유용하게 쓰일 것 같은 물건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 번 땡큐~!
다시 고쿠라 역으로 갔습니다. 이제 호텔에서 고쿠라 역 사이의 길은 완전히 외워버린 상태.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제 그 거리가 집 앞 거리 같은 기분입니다.
모지코 역으로 가기 위해 타야하는 JR. 고쿠라 역과 모지코 역은 세 정거장? 네 정거장? 정도입니다. 대략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
사실 JR은 홋카이도에서 지겹도록 탔지요. 여행의 주제가 '기차 여행'이었으니까요. 그래도 탈 때마다 새롭습니다. 여기는 큐슈니까요.
기차 손잡이에 달아놓은 광고.
고쿠라에서 모지코로 가는 차표. 나중에 알게 됐는데, JR에서는 새해가 되면 '하루 종일 사용 가능한 프리 패스'를 판매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표는 전날(12월 31일) 9시 이후부터는 같이 쓸 수 있다고 하네요. 즉, 12월 31일 저녁 9시부터 1월 1일 저녁까지는 한 장의 표로 다 해결이 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꽤 저렴하고요. 그걸 미리 알았으면 2,700엔을 아낄 수 있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뒤늦게라도 알았으니 다행입니다.
갑자기 왠 딥 클린징 오일이냐고요?
아예 실물 모형을 붙여놓은 광고를 보고 신기해서 하나 찍어놨습니다. 사진보다 더 느낌이 확~ 오네요.
드디어 모지코 역에 도착.
하코다테가 그랬듯 모지코도 노선의 끝에 위치한 역이라서 선로가 끝납니다. 모지코 역 밖에서 벌어진 일들은 다음 포스팅에 계속 하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