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쿠라가 중소도시 같은 느낌이었다면 모지코는 확실히 관광지의 느낌이 납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마지막 날에도 모지코를 돌아다녔는데, 마음에 드는 곳입니다. 예쁜 동네예요. 일단은 모지코에서 고생했던(?) 얘기를 먼저 들려드려야 겠네요. 자, 이제 2008년이 거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3 밥을 찾아서~!
역 앞에는 오늘 밤에 있을 카운트 다운을 위해 각종 준비가 한참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걸 준비하신 분들이 모두 상점가 분들이시겠죠? 그러니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았던 것이겠죠? 왜 드라마 같은 걸 보면 '상점가 축제'를 위해 분주히 준비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잖아요.
모지코 역 앞의 거리. 멀리 보이는 건물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호텔입니다.
나중에 낮에 찍은 사진들도 올리겠지만 모지코는 '모지코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레트로(retro)는 전통으로 회귀한다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모지코(모지 항)는 서양 문물을 받으들이던 항구였고(연락선을 타고 5분 거리에 유명한 시모노세키 항이 있습니다), 건물들도 당시 받아 들이던 서양의 문물을 따라 지은 서양식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거기에 일본 특유의 분위기를 접목했죠(그러고보면 하코다테도 바로 그런 분위기였지요). 그런 분위기를 잘 가꿔서 관광 명소를 만든 겁니다. 분위기가 참 좋은 곳이예요.
자, 모지코 레트로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하고 카운트다운은 12시!!. 그러니 그 전에 저녁을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간단하게 술도 좀 마시면 좋고요. 이제 어떤 맛집을 갈 것인가!!
하지만 31일과 1일에는 쉰답니다. 거의 대부분의 식당이 마찬가지. 아무리 돌아다녀도 문을 연 집이 없습니다. 찌롸니 형님, 정말 엄청 뛰어 다니시고 고생하셨지만 적당한 가게를 찾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형님이 뛰어 다녀서 지친 것 보다는 일행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크신 것 같더군요. 하지만 저희는 정말 괜찮았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미안해하는 형님이 더 안쓰러웠어요. 뭔가 돕고 싶지만 가게가 모두 닫았으니 어떡합니까. 허허, 참. 매우 난감하고 당황스러운 때였어요. 물론 배도 고프고요.
근처에 새로 개업한 집. 하지만 가게가 너무 작아서 일행이 모두 들어가지는 못하는 규모.
식당 찾아 헤매는 와중에 전통 가옥이 하나 보이길래 찰칵. 우리나라도 지방 도시에 가면 가끔 볼 수 있습니다. 네, 예전에 그들이 와서 지어두고 간 것이겠죠.
거리가 정말 한산합니다. 택시 기사님들에게 여쭤보아도 마땅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
그러다가 발견한 우동 가게입니다. 우동과 소바 그리고 오뎅을 하더군요. 새해 전 날에 소바를 먹는 풍습이 있다고 그랬잖아요. 그래서 우동 가게는 문을 여는 건가 봅니다. 손님들도 모두 우동을 먹고 있더라고요.
이것저것 주문을 했는데 하나같이 맛이 좋았습니다. 특히 우동의 면발이 끝내주더군요. 난생 그런 우동은 처음! 아, 물론 오뎅도 맛있었고요.
사장님께 '한국에서 왔는데, 우리는 와인 동호회 사람들이다. 와인을 하나 마셔도 되겠느냐?' 라고 양해를 구한 다음 오픈한 와인입니다.
샤토 크로아제 바쥬(Chateau Croizet-Bages, Pauillac) 2003. 포이악의 강건함을 상상했으나 매우 부드럽고 목넘김이 좋았습니다. 마고 2등급 샤토인 로장 가씨의 오너가 소유하고 있는 포도밭이고 랭쉬 바쥬의 옆에 위치한 곳이라네요. 마시기 편했던 이유는 까쇼의 비율이 59%로 낮은 것도 한 몫했겠지요. 각종 풀내음과 미네랄이 느껴지던 첫 느낌도 좋았지만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도 매력적인 와인이었습니다. 마지막엔 커피와 카카오가 강하게 느껴지더군요. 고쿠라역의 샵에서 6만엔선에 구입했습니다.
와인과 맥주 그리고 사케를 마시면서, 그리고 우동과 오뎅을 먹으면서 카운트 다운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일본에서 오뎅을 먹으면 우리 나라에서의 오뎅처럼 국물을 많이 주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오뎅 국물을 먹기가 힘들었습니다. 더 달라고 해도 잘 이해를 못하는 표정. '그걸 왜?' 하는 식입니다. 결국 이 집의 오뎅을 저희가 모두 먹어버렸습니다. 더 주문해도 이제는 없다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