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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음을 하지 않았는데도 일주일동안 굳어있는 위. 좀처럼 뭔가를 소화시키지 못한다. 지난 주말의 과식이 원인인 듯. 하지만 특별히 신경써서 관리하지는 않는다. 덕분에 전날도 과식. 일찍 일어났지만 여기저기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어제보다 좀 차가워진 날씨에 목도리를 좀더 동여매고 버스 정류장으로. 좀 이른 출근 시간인데도 버스들의 배차 간격이 짧다. 두 대의 버스를 놓쳤지만 바로 다시 한 대가 도착, 여유있게 자리를 잡고 지하철 역까지. 귀에 꽂혀있는 이어폰에서는 Boys Like Girls의 Two is more than one이 무한 반복하고 있다. 최근 마음에 든 노래. 하지만 몇 번 연속으로 들으니 좀 지겨워져서 새로 구한 Owl City의 Ocean Eyes 앨범을 플레이한다. 아직 듣지 못한 앨범. 첫곡을 들으니 느낌이 좋다. 특히 출근길에 듣기에는 제격인듯한 경쾌한 리듬과 음색들이 기분을 좋게 해줘서 살짝 들뜨는 버스 안. 역시 러시 아워를 피하면 출근길이 편안해진다.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고 잠실역까지 도착. 열차를 기다리면서 2009 황순원 문학상 수상집을 꺼낸다. 읽고 있는 글은 김숨의 <간과 쓸개>. 주인공의 암수술을 앞두고 열차가 들어온다. 열차에는 사람이 좀 있는 편. 이리저리 치이지 않으려면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가는 게 더 낫다. 적당한 자리를 잡고 다시 책을 펼쳐 수술 결과를 보려는 찰나.
책장 너머에 그녀가 있었다.
이어폰에서는 Owl City의 노래가 나오고 있고, 손에는 단편집이 들려있었지만 귀로 들어오는 소리는 없고 눈으로 들어오는 활자는 없었다. 아, 잠깐 멍하니 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왜 이리 출근길이 짧은지. 어느덧 삼성. 다음 역엔 내려야 한다. 다시 한 번 눈을 들어 봤다. 어이쿠. 눈이 마주쳤다. 커다란 데다가 유난히 하얗고 까만 눈. 얼른 눈을 돌리고 내릴 준비를 위해 출입문 쪽으로 이동. 아, 그 이후 무슨 정신으로 사무실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커피를 사들고 자리에 와서 먼저 출근한 직원과 인사를 나누고, PC에 전원을 넣고. 메일을 확인하고는 회신이 필요한 메일에는 회신을 보냈다. 한숨 돌리며 커피를 한 모금. 하하. 이런 기분 오랜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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