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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랍어 시간 | 한강 | 문학동네
언제였더라, 이 책을 처음 알게 됐던 게. 아마 교보문고에서 약속을 잡아두고, 상대를 기다리면서 소설 코너를 어슬렁거렸던 때. 우연히 손에 잡힌 책이었고, 표지의 이미지, 저자의 이름, 소설의 제목 같은 것들이 묘하게 어우러져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결국 얼마 전 잔뜩 주문할 때 카트에 담았고, 출근길에 조금씩 읽었다. 생각보다는 읽는 데 오래 걸렸지만, 느낌은 좋다.
말을 잃어버린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의 이야기. 사실 '둘이 함께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각각의 이야기가 나열되다가 결국 하나로 합쳐지는 식. 왠지 그 둘은 작가의 서로 다른 내면. 결국 하나로 합쳐지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 같은 느낌.
솔직히 특별한 스토리는 없다. 둘의 독백들. 자라온 환경들. 최근에 벌어졌던 일들. 헌데 그걸 서술하는 방식이 참으로 유려하다. 아니 오히려 장식이 많고 아름답다고 해야 하려나. 하지만 거추장스럽지 않은 느낌. 많은 단어와 표현들은 글의 '분위기'를 아름답거나, 쓸쓸하게 만든다.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에 굉장한 신경을 쓴 느낌. 소설이라기 보다는 감각적인 시를 읽는 것 같은 기분.
그런 면에서 읽는 속도가 잘 붙지 않았던 거라는 생각.
마음을 차분히 하고 싶을 때 슬쩍 펼쳐보고 싶어질 것 같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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