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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소박하고, 평범해서 그리운(?) - 바나나 키친

zzoos 2012. 8. 16.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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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나나 키친 | 요시모토 바나나 | 김난주 | 민음사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은 오랜만이네. 그녀가 쓴 음식에 관한 에세이라서 <바나나 키친>인가 보다. 일본 요리를 딱히 좋아하진 않지만 싫어할 이유도 없어서 자주 먹는 편인데, 그렇다고 해도 여기서 먹는 일본 요리라는 게 뻔해서, 그녀가 얘기하는 음식의 맛이나 모양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던 것은 '음식' 자체에 대한 얘기 보다는 준비하는 마음, 먹는 분위기... 뭐 그런 것들에 대한 얘기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벼운 글들이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었고(그래서 자려고 누웠다가 다 읽었고, 잠이 아직 오지 않아서 포스팅까지 남길 수 있었으니) 그렇게 빨리, 쉽게 읽은 것에 비하면 아련~하게 남은 것은 많다. 특히나 그 동안 몇 군데 다녀온 일본 여행에서 먹었던 음식들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면 괜히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그리운 미소를 지었다고나 할까.


솔직히 글도 글이었지만 표지에서부터 시작해 본문 중간중간에 삽입된 페이퍼 아트도 기억에 남는다. 더 잘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랬다면 어울리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글을 읽는 내내 오키나와 소바가 먹고 싶었고, 나가사키 짬뽕이 먹고 싶었고, 우미 부도가 미치도록 그립고, 씁쓸한 고야 찬푸르의 참맛을 마지막 날에서야 깨달았다는 게 아쉽고, 부드러운 양고기가 먹고 싶었고, 다 같이 둘러 앉아 이런저런 요리를 해두고 와인을 한참 마시던 그 파티 아닌 파티들이 뼈에 사무치도록 떠올랐고, 훌훌 털고 처음 받아보는 햇살 아래에서 이름도 모르는 음식과 술을 먹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