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Places/2017 초보의 자동차 전국 일주

초보의 자동차 전국일주 : 37일 차 - 부산, 이젠 장거리 운전이다

zzoos 2019. 1. 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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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고민이 생겼다. 차를 빌려준 친구는 자동차 보험 갱신 때문에 이제 그만 서울로 올라오기를 원하는데, 나는 아직 내가 목표했던 여행의 반도 진행하지 못한 상황. 서해로 내려와 제주도를 들어갔다가 나와서는 남해와 동해를 거쳐 강릉 쪽에서 서울로 들어가야 하는 계획이었는데, 생각보다 서해와 제주도에서 시간을 많이 사용한 거다.


어쨌든 물리적으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며칠 안 남은 셈이다. 친구의 보험 생신을 나 때문에 미룰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남은 일정을 최대한 압축해서 '여행'이 아닌 '운전'으로라도 코스를 다 달려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목포를 출발 바로 부산까지! 부산에서 1박을 한 다음 7번 국도를 따라 강릉으로! 바로 서울로 올라가긴 피곤할 테니 횡성에 있는 단골(?) 펜션에서 마지막 1박을 한 다음 서울로 올라가면 오늘로부터 2박 3일 뒤에 서울에 입성하는 계획.


이 정도의 스케줄로 남은 일정을 정리하면 모든 코스를 '여행'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운전'은 모든 코스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일정이 꽤나 체력을 요구하는 일정이 될 것 같아서 (라는 핑계를 대면서) 늦은 아침이자 점심으로 선택한 메뉴는 목포에서 가장 애정하는 집 중의 하나인 대명관(). 진하고 깔끔한 곰탕과 실하게 들어 있는 꼬리를 잡아 뜯어 바닥까지 비운 다음 목적지를 부산 해운대로 찍고 출발!


휴게소를 세 번 들르면서 부산까지 다이렉트로 달렸다. 그동안의 여행은 최대한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는 코스를 달렸는데, 이제는 시간이 금인 상황이다 보니 고속도로'만'을 이용하면서 부산에 도착.


오후 4-5시 정도 부산에 도착했는데, 부산 시내는 슬슬 막히는 상황이었다. 초보운전자에게 굉장히 험난한 코스가 될 것이라고 상상했던 부산의 운전은 의외로 큰 무리가 없었다. A4 용지에 커다랗게 써붙여놨던 '초보운전'이라는 문구 때문이었을까? 깜빡이를 넣으니 홍해가 갈라지듯 차선이 열리는 신기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도대체 누가 부산 운전이 어렵다고 했던가!



해운대가 멀리 내려 보이는 숙소에 짐을 풀어두고 저녁을 먹기 위해 해운대를 산책하다가 우연히 눈에 띈, 새로 생긴 스페인 식당. 못 가봤던 집이라 궁금해서 혼자 들어가 바 쪽에 자리를 잡았다. 혼자 와서 바에 앉는 사람을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주문을 받던 분들.


서너 가지의 음식과 와인을 주문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음식은 그리 나쁘지 않았으나 타파스라고 하기엔 양이 좀 많은 편이었는데 정작 중요한 문제는 음식이나 와인에 있지 않았다. 가게가 아주 큰 편도 아닌데 일하는 사람은 엄청 많다. 헌데 주문이나 서빙이 원활하지 않고 그들끼리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말 그대로 '새로' 오픈한 집이라서 그랬던 걸까?


약간은 불편한 마음으로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2차 갈 곳을 고민하고 있는데 페이스북으로 BAR를 하나 추천받았다. 기왕이면 해운대에서 걸어갈 수 있는 곳이 좋았을 테지만 진즉에 가보고 싶었던 가게라서 택시를 타고 광안리 쪽으로.


9시 정도 된 시각일까? 의외로 차가 많이 막히길래 '부산도 차가 많이 막히네요'라면서 기사님께 슬쩍 말을 걸었는데 기사님께서 '아, 네... 네, 그러네요...'라고 대답을 하시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친절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무서워한다는 느낌? 이후에도 한두 번 더 말을 걸었는데, 마치 내가 조폭 두목이라도 되는 양 굉장히 긴장하고 무서워하면서 대답을 하신다. 도대체 뭐지? 왜 그러시는 거지?


그렇게 2-30분 정도를 달려서 도착한 광안리 근처의 골목. 택시비를 내려고 하는데 갑자기 기사님께서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제...제가 집이 이 근처인데, 어차피 집에 들어가던 길이었습니다. 그러니 태...택시비는 안 주셔도 됩니다."


라고 하시면서 극구 요금을 안 받으시는 게 아닌가? 심지어 출발할 때부터 아예 미터기도 켜지 않고 달리셨다. 아니 도대체 왜? 마침 현금을 가지고 있던 게 없어서 카드로 결제를 해야 하는데 기사님께서 요금을 안 받으시니 요금을 드릴 방법이 없다. 왜 그러시는 건지 아무리 물어봐도 괜찮다고. 집에 가는 길이라고만 하신다. 도대체, 왜?


결국 요금을 드리지 못하고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기사님은 왜 나를 무서워하셨을까? 왜 요금을 받지 않으셨을까?


내 나름대로는 이 '이유'에 대해서 다양한 상상을 덧 붙여서 짧은 소설을 써볼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기한 경험.



어쨌든 그렇게 도착한 곳은 심야술집 각(). 부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SNS를 통해 자주 소개받았던 가게라서 한 번쯤은 들러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가게, 쥔장의 취향이 느껴지는 정갈한 백 바. 깔끔하고 조용한 가게 분위기에 당연하다시피 젖은 채로 앉아 계신 마스터.



혼자 여행하는 중간에 들르기에 너무나 딱인 분위기의 바. 사진에는 없지만 칵테일 추천을 부탁했을 때 '프랜시스 알버트'라는 칵테일을 만들어 주셨다. 프랭크 시나트라가 좋아했다는 이 칵테일은 특이하게도 진과 버번을 1:1로 섞는 칵테일인데, '특이하다'고 한 이유는 진과 버번이 모두 칵테일의 베이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베이스 리커만을 두 종류 섞은 칵테일이란 얘기.


아, 그러고 보니 이날 내가 받았던 칵테일은 프랜시스 알버트 오리지널이 아니라 거기에 소다를 넣어서 하이볼처럼 연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들었을지도.

기분 편하게 만들어주시는 마스터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부산에서의 하룻밤을, 그렇게 정리했다. 다음 날의 지옥 같은 운전 스케줄을 대비해야 했으니 너무 늦은 시간까지는 아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