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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VVE] HEROES 시리즈 (2006~2015) - 시즌 1의 설렘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가끔 다시 보는 시리즈

zzoos 2020. 7. 2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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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시즌 1이 방영됐으니 거의 15년 전의 드라마다. 아이언맨이 2008년이니 MCU보다 먼저 시작했던 시리즈인 셈이구나. 아, 결코 이 시리즈가 MCU보다 히어로물의 원조라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마블의 시리즈들은 오래전부터 코믹스로 이어져 오던 전통이 있었으니까.

 

'히어로즈'라는 제목의 이 드라마 시리즈는 사실 DC에서 만들었다. 마블이 MCU를 통해 코믹스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연 것처럼 DC에서도 지면을 통해 보던 히어로들을 화면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2000년대 초반 CG를 이용한 특수 효과들을 통해 코믹스에서만 볼 수 있던 장면을 화면으로 전달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판단한 것은 마블만이 아니었단 얘기일 수도 있겠다. 단, 마블과 달랐던 점은 기존 코믹스에서 볼 수 있던 히어로들이 아닌 새로운 시리즈를 런칭했다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인간의 진화에 의한 결과로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난다는 설정으로 다양한 능력의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삶을 위해 싸우는 이야기가 가장 기본이 되는 뼈대다. 물론 시즌에 따라서 뉴욕의 대폭발을 막는다거나, 인간과 능력자들 사이의 갈등을 해결한더거나, 태양의 폭발을 피한다거나 하는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더 그런 상황에서 벌어지는 개인의 판단과 행동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점이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호흡이 길어서인지, 오랜 시간 동안 히어로물을 다루어봤던 DC의 노하우인지 선과 악으로 나누어 대립하기보다는 등장인물 개개인이 자신의 입장에서 납득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이야기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그래서인지 답답하게 꼬여가는 스토리가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시즌 1 방영 당시 국내에서도 꽤 인기가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내용이지만 등장 배우들이 세계투어를 다닐 정도로 엄청난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즌 2가 방영되던 2007년, 미국의 TV 시리즈를 강타한 사건이 벌어졌는데 미국 작가 조합(WGA, Writer Guild of America)의 전면적인 파업이 그것이다. 덕분에(?) 히어로즈의 시즌 2는 11회로 조기 조영(시즌 1은 23회)하면서 잘 나가던 시리즈가 주춤하는 계기가 된다.

 

이후 시즌 3, 4에서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한참 동안 소식이 없다가 2015년 '히어로즈 : 리본'으로 돌아왔으나 역시 큰 이슈를 만들지 못했다(개인적으로는 조기종영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급하게 마무리된 감이 있다).

 

얘기를 더 이어가기 전에 용어 정리를 하나 해두자면, 히어로즈에서는 '시즌'과 '볼륨'이라는 두 가지 단어를 쓰게 되는데 시즌 1(볼륨 1), 시즌 2(볼륨 2), 시즌 3(볼륨 3, 4), 시즌 4(볼륨 5), 시즌 5 = 리본(볼륨 6) 라고 생각하면 된다. 시즌은 방영 시기에 따른 구분이고, 볼륨은 이야기 구조에 따른 구분인데, 시즌 3에 볼륨 두 개를 동시에 방영하면서 꼬였다;;

 

 

드라마는 결국 '망했다'라는 평이 적절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좋아하는 시리즈다. 특히 시즌 1은 가끔 다시 생각나서 다시 시청할 정도로 좋아한다.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의 매력은 개성 있는 능력을 가진 히어로들이다. 시간 여행, 염력, 텔레포트 같은 뻔한 능력자도 있지만 남의 능력을 흡수하는 능력, 기계와 대화하는 능력, 주위의 공포심을 자신의 힘으로 변환하는 능력, 돈을 주고 남의 기억을 사는 능력, 다른 사람의 능력을 증폭하는 능력 등등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특이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계속 등장한다.

 

시즌 1에서부터 최강의 능력자 중의 하나인 사일러의 능력은 의외로 '사물이 동작하는 방식을 알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다른 능력자의 뇌를 조사해 그의 능력을 배울 수 있다. 부가적으로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경우도 '원래의 동작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병에 걸린 사람도 바로 알아보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특이한 능력자들이 너무 많다 보니 설정상 오류들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으나... 꼬치꼬치 따지지 말고 그냥 편안하게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꽤나 재밌게 볼 수 있는 드라마다.

 

뭐, 어쨌거나 저쨌거나...

 

좀 오래된 드라마이기도 하고, 평이 별로 좋은 드라마가 아니기도 한 데다가, 5개의 시즌을 더하면 총 에피소드가 90개가 넘으니 쉽게 추천할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1은 꼭 추천하고 싶은 드라마다. 아마 시즌 1을 본다면 시즌 2, 3까지는 저절로 볼 수밖에 없을 드라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