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진 목록에 있는 조셉 고든 래빗의 이름, 알약을 먹으면 5분 동안 초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줄거리. 플레이 버튼을 클릭하기엔 충분한 이유였다. 아마 비슷한 이유로 많은 사람의 흥미를 끌었을 영화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 기대를 증명(?)하듯 -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 각종 영화 평가 사이트에서는 10점 만점에 6점 정도의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좋은 면이 있는 영화였다. 배우들의 연기는 그다지 흠잡고 싶지 않고, 스타일리시한 색감이나 화면은 매력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알약을 먹으면 5분 동안 초능력을 쓸 수 있다는 설정은 아마도 이 영화의 가장 큰 흥미 포인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은 평점을 얻은 이유, 그리고 나 역시도 자신 있게 추천하기에는 뭔가 모자란 느낌이 드는 이유도 있다. 일단... 재미가 없다. 스토리 진행이 뻔하다고나 할까? 딸을 구하기 위한 아버지가 있고, 동네 소녀를 구하고 싶은 나쁜 경찰이 있다. 별거 아닌 추적으로 악당들의 본거지를 찾아낸다. 이런 식이다. 큰 반전이 없고 바로 예상 가능한 뻔한 전개.
그렇다면 신나게 때려 부수는(?) 액션을 볼만해야 하는데, 딱히 대단한 액션신이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자그마치 '초능력'을 다루는 영화인데도 말이다. 초능력 얘기가 나왔으니 한마디 더 하자면, '알약'만 먹어도 초능력을 쓸 수 있다는 설정인데 실제 영화 내용에 등장하는 초능력은 몇 종류 되지 않는다. 초능력을 남발하는 영화를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껴도 너무 아꼈다.
거기에 더해서 악당이 너무 시시하다. 큰 위압감을 주지도 않는 데다가, 보스의 카리스마를 제대로 설명해주지도 않는다. 심지어 너무 쉽게 주인공들에게 추적당한다. 초능력씩이나 써야 하는 상대인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최종 보스.
화려한 볼거리의 오락 영화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거리를 던지는 영화인지... 확실한 포지셔닝을 못 했다는 느낌이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가 결국 아무것도 잡지 못한다는, 전 세계인이 알고 있을 것 같은 격언은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아니면 알고 있더라도 막상 실천하기가 어려운 일이거나.
하지만 '알약을 먹으면 5분 동안 초능력을 쓸 수 있다'는 설정은 그냥 이렇게 버리기에는 아쉽다. 비슷한 설정의 '리미트리스'는 영화도 드라마도 재밌었다는 것이 끝까지 기대를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리미트리스처럼, 영화와 같은 설정의 드라마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짧은 시간 동안 축약해서 많은 것을 전달해야 하는 부담이 적어지기 때문에 훨씬 볼만한 얘기를 만들어낼 수 있지는 않을까?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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