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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청우참치에서 참치를 먹으려 했는데, 방심하고 예약을 안했더니 도착했을 땐 자리가 없었다. 압구정 강가에서 오랜만에 탄두리 플레이트와 시금치 카레를 먹고, 몸이 너무너무 피곤해서 술이고 커피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신사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지하철 역이 요동을 치는 것 같은 느낌과 모든 형광등이 동시에 깜빡이는 느낌. 와인 10병 정도를 마신 다음 날처럼 머리가 지끈거렸다. 왜 이렇게 지하철은 안 오는 건지. 드디어 지하철이 들어오는 벨소리가 들리고, 지하철이 내 앞에 와서 멈추고, 문이 열리고, 한 걸음 내딪어 지하철 안으로 들어섰다... 거기에 앉아있었다. 뽀얀 피부, 쌍거풀진 커다란 눈, 엷은 갈색 눈동자와 끝이 살짝 올라간 오똑한 코. 많지도 적지도 않은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 약간 뾰..

Litters 2007.04.24

피노누아

피노누아(Pinot Noir)는 포도의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먹는 캠벨(Campbell)이나 거봉 같은 포도들을 떠올려 보면 된다. 사과에도 부사, 국광 같은 종류가 있듯이 포도에는 피노누아라는 품종이 있다. 그리고 이 품종은 그대로 포도알을 따먹는 용도보다는 와인을 만드는 데 쓰는 품종이다. 아주 많은 종류의 포도 종류가 있고, 또 그 중에서 와인을 만들 때 쓰는 포도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까베르네 쏘비뇽(Cabernet Sauvignon), 진판델(Zinfandel), 쉬라(Shiraz), 쏘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샤르도네(Chardonnay),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lanc), 산지오베제(Sangiovese), 네로다볼라(Nero d'Abola), 네비올로(..

Digital Lives/Games 2007.04.23

봄밤수국

지난 밤의 무리한 음주로 피곤했던 하루. 약간 늦은 퇴근. 지하철에서 꾸벅꾸벅, 버스에서 꾸벅꾸벅. 정류장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길이 이리도 멀던가. 해가 져서 어두운 거리. 인적이 드문 길. 눈은 반쯤 감긴 채. 터덜터덜. 머릿 속은 텅 비어 있고, 빨리 집에 가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싶은 생각. 그 때. 갑자기 발걸음이 멈춰졌다. 두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이게 뭐지? 향. 그래. 향기다. 코를 통해 뇌를 가득 채우고 목을 따라 내려가 가슴을 가득 채우는 향기. 휘둥그레진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수국이다. 집 앞 우체국 담벼락에 삐죽 튀어나온 수국. 그다지 많지도 않았건만, 온 몸을 휘감기에 충분한 향. 피곤함을 싹 씻고, 찌뿌리고 있던 얼굴에 미소를 띄게 만드는. 수국이다. 매일 술에 취한 채..

Litters 2007.04.19

따봉 감자탕

학교 앞. 따봉 감자탕. 정말 오랜만에 갔다. 졸업한 다음에도 이래저래 1년에 한 두번은 찾았었는데, 최근 몇 년은 못 간 듯. 난 감자탕에 '우거지'가 들어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아무리 맛있는 집이라도 우거지가 들어가 있으면 일단 2류로 전락. 사실 우거지를 넣은 감자탕은 맛이 있을리 없다. 적어도 내 기준으로는. 어쨌든 따봉 감자탕은 나에게 두 번째로 맛있는 감자탕집이다. 쭉 1등이었는데, 최근 마천동의 한 감자탕집에게1등의 왕관을 넘겨줬다(그 집은 위치도, 이름도 기억이 안난다. 같이 갔던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겠다 -_-;;). 난 따봉의 주인 아주머니를 '어머니'라고 부른다. 걸죽한 전라도 사투리가 정겨운 분. 인상도 참 좋으시다. 그런데!!! 어제 갔더니... 너무 늙으셨다. 어딘가 아파 ..

Thuesday Night @ Hong Bar

Faiveley Mercurey 2002 | France Chateau Maris (vin de pays) 2004 | France Allegrini Corte Giara Ripasso 2004 | Italy 홍바를 처음 가본 날. 홍대 앞에서 와인을 마실 땐 마고냐 비나모르냐 와이너리냐를 고민했는데, 홍바라는 새로운 '멋진' 대안 발견. 마고는 가격이 만만치 않고, 비나모르는 아저씨 동호회원들의 벅적지끌함과 무신경함이 신경쓰였는데, 작고 아담한 홍바는 유머러스한 주인 언니와 저렴한 가격, 풍푸한 리스트까지. 홍대에서 와인이 생각날 땐 들를만한 곳. 페블리 머큐리가 5.8만, 코폴라 진판델이 4.8만(?), 킴크로포드 쏘비뇽 블랑이 3.5만(?) 정도의 가격대. 레오드 뽕떼 까네도 4~5만원대였던 것 같..

잔고 바닥

이런 저런 이유로 급잔고바닥. 주머니가 할랑할랑해지니 갑자기 사고 싶은 것들이 막 생각난다. 봄옷도 사고 싶고, 컴터도 업그레이드 하고 싶고, NDSL이랑 Wii도 사고 싶고, 와인도 사고 싶고... 살 수 있을 땐 별로 사고 싶지 않더니 살 수 없어 지니까 사고 싶어지네. 어쨌거나 이번 달은 잔고 부족!! (술마시자 하지 마센. 술마시자 하믄 사준다는 뜻으로 받아 들이겠음)

Litters 2007.04.10

2년만

삘릴릴릴리. 전화벨. 반가운 목소리. '지금 뭐해?' '어 그냥 회사에 있어' '토요일 이 시간에 왜 회사야?' '그냥 그렇게 됐네' '회사가 어딘데?' '어, 양재동. 넌 지금 어딘데?' '나 분당. 집에 있지. 가깝네?' '어, 그러네' '잠깐 볼까?' '그럴까?' '회사로 갈께. 거기가 어디야?' 2년 만이었다. 녀석을 만난 건. 2년 전 녀석의 결혼식에서. '이게 얼마만이지?' '목소리 들은 건 대충 1년 정도? 얼굴 본 건 결혼식이 마지막이니 2년 된건가?' '아, 벌써 그렇게 됐나?' '응 며칠 뒤가 결혼 기념일이거든. 결혼 2주년' '와. 벌써 그렇게 됐나' '그러게. 시간 참 빠르다' 도착한 곳은 삼성동 주택가. 한적한 곳에 있는 와인바. 저렴한 키안티 클라시코를 한 병 주문했다. '그러고..

Litters 2007.04.09

Tuesday Night @ Hwarohwa

Mongerard-Mugneret Bourgogne Hautes Cotes De Nuits "La Croix" 2005 Les Hauts De Pontet-Canet 2000 Ch. Cissac 2000 Ch. Blason D'issan 2002 Escudo Rojo 2002 외 3종. 지난 화요일 선릉 화로화에서의 모임(이제서야 와인 리스트 입수 ㅠㅠ). 양갈비와 한우 특상 모듬. 양갈비는 매우 좋은 품질이었던 것 같지만 그 특유의 냄새 덕분에 역시 먹을 수 없었다. 특상 모듬은 베리 굿. 마지막의 깜밥은 역시 최고. 바로 전날에도 마셨던 어려운 이름의 와인은 마찬가지 모습. 다들 좋다좋다 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30분 아니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그나마 마실만해지는 것도 불만. 그것도 그다지 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