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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돌아왔지만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되는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무라카미 하루키 | 양억관 | 민음사 책을 꺼내 읽은 것도, 하루키의 장편을 읽은 것도 오랜만이다. 길고 길었던 '책을 못 읽는 시기'를 끝내기 위해 하루키의 신작을 집어든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그리고 그 의도는 명쾌하게 적중해 다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빨강(あか, 赤), 파랑(あお, 青), 검정(くろ, 黒), 하양(しろ, 白)의 친구들 사이에서 색채가 없는 쓰쿠루(つくる, 作る) - 그의 이름이 형용사가 아닌 동사라는 것도 다분히 의도적이지 않을까 - 가 이유를 모른 채 쫓겨나고, 민트색 원피스가 잘 어울리는 연상의 여자 친구를 만나면서 덮어 두었던 과거의 일을 되짚으며 자신을 되찾는 순례의 길에 대한 이야기. 두 개의 시간에서 ..

Media/Books 2013.08.26

죽어가는 블로그

아니 정확하게는 죽어가는 '내' 블로그가 더 맞는 말이겠다. 최근 SNS의 대활약으로 이제 블로그나 개인 홈페이지는 죽어가고 있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니까(실제로 그런지 안 그런지는 전혀 모른다;;;). 마지막에 글을 쓴 게 올해 4월. 그것도 엄청 오랜만에 쓴 것이었는데... 찾아보니 그 바로 앞 포스팅은 2월. 예전에는 혼자 이런저런 생각하는 것들도 올리고 그랬는데, 그런 포스팅은 페이스북에 올리다보니 블로그 포스팅이 줄어드는 건 이해가 되지만... 사진 찍어둔 것도 안 올리고, 여행 다녀온 것도 안 올리고, 뭔가 포스팅을 준비했던 것들도 안 올리고, 독후감도 안 올리고(최근 아예 책을 안 읽고 있긴 하다;;;), 영화 후기도 안 올리고... 그냥 블로그 포스팅 자체를 아예 안 하고 있다. 이유는..

Litters 2013.06.20

오랜만에 사진 정리 시작

만날 술만 먹고, 포스팅도 안 하고...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아예 라이트룸으로 옮겨두지도 않았던 사진들을 모두 라이트룸으로 넣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포스팅을 찾아보니 2011년 8월에 다녀온 춘천이더군요, 그 다음 여행은 바로 그 다음 달인 9월에 혼자 다녀왔던 울릉도입니다. 날씨가 안 좋아서 배를 기다리며 동해에서 하루 묵었었는데, 그날의 사진들을 정리해보는 중입니다. 물론 이 정리가 언제 끝나서 첫 번째 울릉도 여행기를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이후 남아 있는 부산 여행, 제주도 여행, 오키나와 여행 그리고 두 번째의 울릉도 여행. 아, 최근에 후쿠오카를 한 번 더 다녀왔죠. 어쨌든 2년 사이에 다녀온 각종 여행들을 정리해야, 앞으로 다녀올 여행들의 사진도 차곡차곡 정리할 수..

Litters 2013.04.08

아이폰 사진으로 돌아보는 2013년 1월

대단히 바쁜 것도 아닌데 도통 포스팅을 하지 않는 나날이다. 여행기도 엄청나게 밀려 있고. 그래서 오랜만에 생각해본 포스팅.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를 잘 들고 다니지 않고, 아이폰으로 척척 사진을 찍어버리니까 사진 보관함에 엄청난 사진들이 쌓인다. 그걸 가만히 살펴보고 있자니 이걸 잘 정리만 하면 내가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 돌아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첫 시도. 2013년 1월에 찍은 사진들을 모아서 한 달을 어떻게 지냈는지 정리해보기. 모든 사진은 아이폰으로 찍었고, 보정 안 했고 크기만 줄였다. 페이스북에 이미 올렸던 사진이 있을 수 있다. 요즘 자주 가는, 동네에 새로 단골 뚫은(아직 단골이라고 하기엔 좀 그런가?) 뮤직바. LP가 없고 대부분의 경우 인터넷 음원을 틀어준다는 것이 대단히..

Litters 2013.02.01

최근 본 일드 정리

길고 긴 연휴 동안 이런저런 드라마 시청. 아무래도 각각의 포스팅은 하지 않을 듯 하니, 간단하게 라도 정리. 페북에도 올려놨는데, 블로그에는 조금 더 길게 써볼까나. :: GTO 스페셜 (단편) 그레이트 티쳐 오니즈카. 드라마 끝나고 나서 한 편짜리 특별편. 전형적인 GTO의 학원물 전개. 사라졌던 오니즈카 선생이 나타나고, 학생들 사이에 뭔가 문제가 생기고, '정직하게 직구를 던지면' 문제가 해결되는 얘기. 뭐 이런 드라마는 그 '전형적인' 맛에 보는 거니까. 내가 기억하던 오니즈카 역의 배우가 아니어서 의아한데, 슬쩍 찾아보니 최근에 리메이크 한 듯. '뭐 이렇게 생긴 애가 다 있지?' 싶었지만, 보다 보니까 '딱 얘구나!' 싶은 배우. :: 기묘한 이야기 2012 가을 특별편 (단편) 기묘한 이야..

Media/Movie, Drama 2013.01.01

오키나와 여행 사진 일부 방출

지난 3월에 다녀왔으니 벌써 반년 전의 사진들이네요. 하지만 아직 전혀 정리하지 않아서 여행기를 포스팅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요. 헌데 얼마전 '회사에서 보내준 여행이니 보고서를 제출하시오!'라고 지침이 내려와서(왜 이제서야! ㅠㅠ), 후다다닥 보고서를 쓰느라 급하게 정리한 사진들이 몇 장 있어서 방출해 봅니다. 다녀왔던 섬들입니다. 나중에 여행기 포스팅할 때 자세히 다시 적겠지만, 일정은 [이리오모테(2박)] → [이시가키(2박, 타케토미 당일치기)] → [본섬 남부 (1박)] → [자마미(1박)] → [본섬 남부 (1박)] → [본섬 중부 (2박)] 순서였습니다. 지도상으로 보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오는 식이었죠. 인천에서 직항은 본섬의 나하에만 있으니까 맨 첫날 비행기 두 번과 배 한 번을 이용해 ..

Travel, Places 2012.08.28

말 그대로 잔잔한 수필 -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무라카미 하루키 | 권남희 | 오하시 아유미 | 비채 첫째, 남의 악담을 구체적으로 쓰지 않기. (귀찮은 일을 늘리고 싶지 않다.) 둘째, 변명과 자랑을 되도록 쓰지 않기. (뭐가 자랑에 해당하는지 정의를 내리긴 꽤 복잡하지만.) 셋째, 시사적인 화제는 피하기. (물론 내게도 개인적인 의견은 있지만, 그걸 쓰기 시작하면 얘기가 길어진다.) 를 기조로 에세이를 쓴다는 하루키의 에세이. 그래서 그런지 참으로, 한없이 가볍다. 글의 '무게'라는 것이 뭔지 솔직히 잘 모르겠으니 '가볍다'는 표현을 써도 될런지는 모르겠는데, '특별한 배경 지식 없이 읽을 수 있고, 읽고 나서 크게 생각하게 만들지 않는' 글이라는 점에서 가볍다는 표현이 참으로 적절하지 않은가 싶다. 일본의 ..

Media/Books 2012.08.28

화려한 그의 귀환이라고 칭찬이 자자한 - 위풍당당

:: 위풍당당 | 성석제 | 문학동네 여기저기 난리다. '이 시대의 이야기꾼'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그'가 화려하게 돌아왔다고. 광고를 보자마자 사고 싶었고, 후딱 선물 받았고(읭?), 바로 펼쳤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 시작. 소설은 참 좋았는데, 개인적인 다양한 이유들로 너무 질질 끌면서 읽었다. 겨우 책 한 권을 읽는데 자그마치 세 달... 그랬더니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이어지기는 커녕 이름마저도 헷갈리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산골 마을에 모여 사는, 가족이 아니지만 가족인 이들. 그리고 검은 세계에 몸을 담고 있는, 가족이 아니지만 가족인 이들. 이 두 가족의 대결은 정말이지 입담 걸죽하게, 재미나게 읽힌다. 헌데 마지막에 뜬금없는 기계군단(?)에 대한 일갈은 무엇이었을까? 소설의 전반을 ..

Media/Books 2012.08.20

해몽

#1집으로 돌아오는 길, 온 동네의 골목골목이 조직폭력배의 수하들로 가득하다. 난 집으로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저들에게 붙잡히지 않고 집으로 갈 수 있을까. 심지어 친했던 친구들 마저도 모두 저쪽 조직에 가담했다. 난, 그저, 집에 가고 싶을 뿐인데... 놈들의 눈을 피해 몸을 낮추고 달린다. 아슬아슬하게 집 근처까지 다다랐지만 결국 친했던 친구들에게 발각됐다. 전력을 다해 달렸다. 잡히면 왠지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 정말이지 목숨을 걸고 달렸다. 그때 눈 앞에 들어온 작은 구멍 가게. 왠지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잡힐락말락 다가오는 손.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경찰에 신고해주세요! 가게 주인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전화기를 들어 116? 아니 11..

Litters 2012.08.16

잔잔하고, 세심하고, 훌쩍 떠나고 싶은 - 하와이언 레시피

:: 하와이언 레시피 (ホノカアボーイ, Honokaa Boy, 2009) 아,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나는 광복절에 일본 영화를 보고 일본 소설을 읽었어;;; 생각 없는 청춘이여... 어쨌거나 아오이 유우가 나온다길래 봤더니 아오이 유우는 잠깐 나오다가 말고(심지어 클로즈 업도 없어!), 생각지도 못했던 후카츠 에리도 잠깐 나오고(그러니까 둘 다 '카메오'라는 걸 명시해달라고!), 결국 '사랑에는 벽이 없다'는 것이 영화의 주제. 부제는 '늙었다고 못하는 것은 없다'. (주제와 부제는 결국 레오와 코이치 할아버지의 대화에서 다 나오네) 아니아니, 그렇다고 영화가 싫었다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좋았던 영화. 기대했던 것과 다른 방향이어서 어리둥절했을 뿐. 실제로 다양한 음식이 영화에 나오지는 않..

Media/Movie, Drama 2012.08.16

귀엽고, 소박하고, 평범해서 그리운(?) - 바나나 키친

:: 바나나 키친 | 요시모토 바나나 | 김난주 | 민음사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은 오랜만이네. 그녀가 쓴 음식에 관한 에세이라서 인가 보다. 일본 요리를 딱히 좋아하진 않지만 싫어할 이유도 없어서 자주 먹는 편인데, 그렇다고 해도 여기서 먹는 일본 요리라는 게 뻔해서, 그녀가 얘기하는 음식의 맛이나 모양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던 것은 '음식' 자체에 대한 얘기 보다는 준비하는 마음, 먹는 분위기... 뭐 그런 것들에 대한 얘기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벼운 글들이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었고(그래서 자려고 누웠다가 다 읽었고, 잠이 아직 오지 않아서 포스팅까지 남길 수 있었으니) 그렇게 빨리, 쉽게 읽은 것에 비하면 아련~하게 남..

Media/Books 2012.08.16

우리 앨런의 사랑스럽고도 유쾌한 수다 - 미드나잇 인 파리

::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2011) 얼마만에 보는 우디 앨런의 영화더라.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 봤더니... 설마 마이티 아프로디테 이후 안 봤던 건가??? 애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를 본 것 같기도 하고... (그래봐야 둘 다 국내에는 97년 개봉작 -0-) 어쨌거나 이 사랑스러운 수다쟁이 아저씨의 영화를 오랜만에 봤는데, 그게 너무 좋았다는 얘기. 왠지 모르게 나랑 비슷한 몽상가 기질이 있어 보이는 주인공. 섹시하고 현실적인 약혼자와 결혼 준비를 위해 파리를 여행하다가 어느 날 밤, 길을 잃고 우연히 타게 된 택시는 그를 어느 파티장으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인사한 사람은 스콧. 스콧 피츠제랄드. 읭? 옆에 있는 그의 애인은 젤다. 읭? 이 사람들 농담도 잘하셔. 다른 ..

Media/Movie, Drama 2012.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