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Books 125

유쾌한 하녀 마리사 - 천명관

유쾌한 하녀 마리사 | 천명관 | 문학동네 단순하게 '경쾌하다'라거나 '속도가 빠르다'라거나 '반전이 재밌다'라는 얘기를 하기에는 하나하나의 단편들이 서로 다른 분위기를 내고 있다. 분명한 건 흡입력이 느껴진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다른 작가들과의 '다름'때문일 듯. 읽는 내내 떠올랐던 것은 [오 헨리 단편집]이었는데, 그 이유는 '유쾌한 하녀 마리사'와 '프랑스 혁명사 - 제인 웰시의 간절한 부탁' 때문이었던 것 같다. 특히 '유쾌한 하녀 마리사'는 11편의 단편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소설. 책 말미에 실린 '해설'을 보면 반 이상을 할애해 저자의 장편 소설인 [고래]를 얘기하고 있다. 어찌보면 이 단편집은 그의 장편을 이해하기 위한 장치이거나, 다음 번 장편을 위한 연습이거나... 어쨌건 그저 작..

Media/Books 2008.04.18

용의 이

용의 이 | 듀나(Djuna) | 북스피어 듀나.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이름을 처음 들은(본) 것은 아직도 책꽂이에 꽂혀있는 잡지 '이매진'의 1996년 9월호였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걸 기억하는 이유는 거기에 '나비 전쟁'이라는 단편 소설이 실려 있었고 그 소설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글쓴이는 '듀나 일당'이라고 되어 있었고요. 그리고 그 소설은 (구해서 읽어보지 않았지만) [나비 전쟁]이라는 공동 단편집에 수록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또 2002년에 나왔던 그(녀?)의 소설집 [태평양 횡단 특급]도 사서 읽었었죠. 모든 건 '나비 전쟁'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듀나의 글 중에 그것보다 더 마음에 드는 게 없다는 것이 좀 아쉽긴 합니다(아직 [대리전]을 읽지 않았..

Media/Books 2008.04.12

2007 이상문학상 작품집 - 천사는 여기 머문다

2007 제3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천사는 여기 머문다 - 전경린 문학사상사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될 수 있으면 읽으려고 노력하는 책입니다. 하지만 최근 1~2년 간 못 읽은 것 같아요. 그리고 벌써 2008년 작품집이 나온 지도 한참 지난 마당에 이제서야 2007년 작품집을 다 읽었군요. 물론 2008년 작품집은 집에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 새해가 되면 주문하는 책 중의 하나니까요. 어쨌든, 2007년 작품집은 생각보다 별로였습니다. 마음에 확 와닿는 글이 없었다고나 할까요. 문학적 소양이나 작품을 평가할 만큼의 능력은 안되니까 단순하게 취향의 문제로 판단한 겁니다만, 는 저한테 그다지 재밌는 글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김연수의 , 천운영의 , 편혜영의 , 김애란의 등이 더 좋았습니다. 특히 김애란의 가..

Media/Books 2008.03.27

꿈을 주다 - 와타야 리사

- 와타야 리사 양윤옥 | 중앙북스 와타야 리사. 이미 그녀는 나에게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꿈을 준 사람이다. 고등학교 2학년때 이미 문예상을 수상하고 만 19세에 아쿠타가와 상을 받았다. 과 . 그녀가 약 3년만에 내놓은 장편. 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막무가내 주문을 할 수밖에 없었던 책. 아직도 유코는 내 마음 속에 순수하고 순진하게 남아 있다. 세상에 어떤 식으로 알려지는 것이 뭐가 중요한가! 오히려 그 순수한 유우짱의 마음을 짓밟은 건 세상이 아닌가!!! 흥분을 좀 가라 앉히자. 휴우... 그래. 오랜만에 돌아온 어린, 미소녀, 소설가 와타야 리사는 그녀가 만들어낸 유우짱에게 굉장한 생명력을 불어 넣는 것에 성공했다(적어도 나에게는). 정말 '긴~' 소설을, 햇수로 2년 간 읽으면서(작년 1..

Media/Books 2008.02.12

포르토벨로의 마녀 - 파울로 쿠엘료

- 파울로 쿠엘료 임두빈 | 문학동네 쿠엘료의 신간은 지금까지 '묻지마 주문'을 했다. 그런 작가들로는 김영하, 은희경, 무라카미 하루키 정도일라나? 최근엔 오쿠다 히데오나 요시다 슈이치, 와타야 리사 등도 그 대열에 합류하려 하고 있다. 어쨌거나 나한테는 그만큼의 신뢰와 기대를 주는 작가 중의 하나. 사실 요앞에 출간했던 를 읽고... 갸우뚱 했었다. 할 말 많은 늙은 할아버지 티가 났다고나 할까. 어쩌면 는 로 표현하고자 싶었던 내용을 다른 줄거리에 얹은 글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훨씬 읽기는 편하고 좋았다. 하지만 그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별로 와닿지 않았고, 여전히 갸우뚱하는 중이다. 왠지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제 현실을 넘어 저멀리 안드로메다 어딘가로 가려고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Media/Books 2008.01.14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 | 미우라 시온 | 권남희 | 들녘 최근 읽은 일본 소설 중에서 단연 압권. 역자의 말처럼 미우라 시온의 책들이 무더기로 출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사람의 다른 책들도 보고 싶어서 검색해 봤더니 가 번역되어 있군. 아마 조만간 주문하게 될 것 같다. 마호로시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소설 속의 도시. 동경의 외곽에 붙어 있는 이 도시에서 심부름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다다. 그리고 고등학교 동창이긴 하지만 별로 친하지 않은 교텐. 교텐이 마호로시에 나타나고, 어찌어찌 함께 심부름 센터 일을 하는 내용이다.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하고, 다양한 사건이 벌어진다. 가슴 잔잔하게 만들기도 하고, 숨막히는 액션 영화같은 사건들도 벌어진다. 오랜만에 '덮어 둔 책의 다음 ..

Media/Books 2007.07.04

공항에서

공항에서 | 무라카미 류 | 정윤아 | 문학수첩 무라카미 류. 그 이름만으로 선택한 책이다. 붙어있는 선전 문구처럼 정말 '화제작'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무라카미 류의 신간인 것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매력적인 내용은 아니었다. 하필이면 앞서 읽은 책들이 , 등 모두 단편집이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류의 글은 뭐랄까 무게감이 있다. 매우 짧은 시간에 벌어지는 일들인데도 불구하고 치밀한 묘사들로 상황에 빠져들게 만드는 힘. 밀도가 있다고 표현하면 맞을까. 앞서 읽은 두 개의 단편집들처럼 가볍거나 상큼한 느낌이라기 보다는 확실히 중후하다. 류의 글을 별로 많이 읽어 보지 못해서 그의 모든 글들이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소설에 매우 자주 등장하는, 와인에 대한 자..

Media/Books 2007.06.29

1 파운드의 슬픔

1 파운드의 슬픔 | 이시다 이라 | 정유리 그러니까... 이시다 이라는 IWGP(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의 원작자다. 사실 난 그라마도 소설도 제대로 못 봤지만, 잠깐 봤던 드라마에서 쿠보즈카 요스케의 멋진 눈빛이 아직도 생생(원래 멋진 눈빛을 가진 배우이긴 하다)하다. 예전에 이시다 이라의 [4TEEN]을 산 것 같은데, 읽은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책은 사라졌다. --;;; 어쨌거나 그래서 [1 파운드의 슬픔]이 나에겐 이시다 이라의 최초 작품. 최근에 매우 비슷한 느낌의 책을 한 권 읽었었는데... 음.. 그러니까.. 아 그래 바로 오쿠다 히데오의 [걸]이었다.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고 있을 것만 같은 사랑 얘기들. 짧은 연애의 얘기들. [걸]의 오쿠다 히데오가 호탕한 글쓰기를 하고 ..

Media/Books 2007.06.25

플라이, 대디, 플라이

플라이, 대디, 플라이 가네시로 가즈키 | 양억관 | 북폴리오 선입관이 컸다. 영화가 너무 엉망이었다는 평이 절대적이라(그 덕분에 영화도 안봤다) 사놓고 책장에서 한참 동안 썩고 있던 책. 한참을 먼지만 먹고 있었으니 읽어볼까? 하고 책장을 열었다가 거의 단숨에 읽어 버렸다. 한 마디로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는 속도감과 긴장감. 그리고 알 수 없는 분노와 쾌감 같은 것으로 뭉친 글. 시리즈의 전편이라고 볼 수 있는 와 속편이라고 볼 수 있는 도 보고 싶어졌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The Zombies' 멤버들의 활약이 보고 싶어진 것. 동명의 만화들도 출간된 것을 보니 충분히 매력적인 얘기들임에는 분명하다. 만화가 먼전지 소설이 먼전지는 모르겠지만, 스토리는 충분히 만화적이다. 그리고 영화로 만들고..

Media/Books 2007.06.13

걸 오쿠다 히데오 | 임희선 | 북스토리 , 에 이은 또 하나의 오쿠다 히데오 소설. 느낌은? 비슷하다. 이 사람 참 쉽게 쓰는 사람이구나 싶다. 온통 여자들의 얘기다. 하지만 제목처럼 '걸(girl, ガ-ル)'들이 등장하는 내용은 아니다. 여전히 '걸'이고 싶은 언니들의 얘기다. 그러니까 대략 30대 중반 이후의 직장 여성들의 얘기. 시원하고 통쾌하게 남성 우월주의 사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한 방 먹이기도 하고, 아주 현명하게 그들과 타협하는 등의 얘기들이 대부분이지만 별로 페미니즘을 내세우거나 하는 글들은 아니다. 세상 사람들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하게 늙어가는 중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 가볍고 경쾌하고 일상적이다. that's all. 더 이상 뭔가가 필요하지도 않다. 오쿠다 히..

Media/Books 2007.06.12

인 더 풀

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 양억관 | 은행나무 공중그네의 속편이라고 말하면 되려나? 이라부 종합병원의 정신과 의사인 이라부와 가슴과 허벅지를 훤하게 보이도록 주사를 놓는 섹시 간호사 마유미가 여전히 등장한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스토커라고 생각해버리는 자뻑 공주, 한 번 서버린 그것(?!!)이 수그러 들지 않는 병에 걸린 사내, 수영 중독증에 빠진 직장인, 생각하는 순간 문자를 보내버리는 휴대폰 중독증 학생, 집에 불이 날까봐 가스가 폭발할까봐 전기가 누전될까봐 외출을 할 수 없는 자유기고가 등이 이라부와 마유미를 만나러 온다. 물론 이라부는 언제나처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그들을 치료한다. 대단히 읽히는 속도가 빠른 작품. 문장 하나하나, 표현 하나하나에 거침이 없다. 펼치자마자 어느새 다 읽어..

Media/Books 2007.06.05

배고픔의 자서전

배고픔의 자서전 아멜리 노통 | 전미연 | 열린책들 재밌다. 거 참 신기하게도 노통의 책은 무지 많은데,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과연 모두 같은 사람일까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제목에 씌여있듯 이건 소설이 아니라 자서전이다. 라고 말해버리고 싶을 정도로 이건 자서전과 닮아있다. 그리고 (확인할 수 없고, 단지 느낌 뿐이지만) 아주 많은 부분이 사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우 재밌게 읽었지만, 뭔가 평가의 글을 남기기는 힘들고... 한 가지 확실하게 느낀 것이 있다면... 소설가가 되려면 부모님을 외교관으로 만들어라!

Media/Books 2007.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