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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Books 125

고백 - 미나토 가나에

:: 고백 | 미나토 가나에 | 김선영 | 비채 바로 앞에 읽은 [용의자 X의 헌신]에 이어 미스터리를 계속 읽고 싶은 마음에 집어 들었다.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라는 조금은 자극적인 문구에 혹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어쨌든 집어 들었고, 순식간에 다 읽어 버렸다. 너무 철저하게도 잘 쓴 미스터리. 속도감도 좋았고, 아무렇지도 않게 고백하듯이 쓰인 표현 방법도 좋았다. 1인칭으로 각종 사건들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는 여러 화자의 입장을 스스로 정리해야 한다. '철저하다'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너무나 정교하게 물려 돌아가기 때문.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개개인의 입장과 시선이 이렇게나 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헌데 지하철에서 잠시 책장을 덮고..

Media/Books 2010.02.22

용의자 X의 헌신 - 히가시노 게이고

:: 용의자 X의 헌신 | 히가시노 게이고 | 양억관 | 현대문학 천재 수학자가 만들어 놓은 완벽한 알리바이. 그걸 풀어내려하는 천재 물리학자. 뭔가 설정이 좀 억지스러우면서도 자극적일 것 같은 광고 문구. 영화로도 제작됐고, 읽거나 본 사람들은 칭찬해 마지않는 내용. 좀 늦었지만 궁금했다. 어떤 소설인지. 어떤 스토리인지. 어찌보면 진부한 내용을 얼마나 깔끔하게 풀어냈을지. 그러다가 책 뒷면에 쓰인 어떤 블로거의 평. 정확하진 않지만 '이것은 미스터리의 탈을 쓴 위대한 러브 스토리다'. 아, 동감이다. 철저하고 완벽하게 미스터리의 탈을 쓰고 있지만 결론은 러브 스토리다 - 물론 그렇다고 연애 소설을 기대하고 책장을 펼쳐선 안된다. 미스터리를 읽고 눈물을 찔끔거릴 수 있다는 걸을 알았다. 영화가 궁금하다..

Media/Books 2010.02.19

2009 황순원 문학상 수상집 - 박민규 / 근처

:: 2009 황순원 문학상 수상집 - 박민규 / 근처 | 박민규 외 | 중앙북스 단편집. 그 중에서도 문학상 수상집은 책이 잘 읽히지 않을 때 좋은 선택이 되곤 했다. 최근 책이 잘 읽히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잠깐 템포를 가볍게 가져가 볼까 싶어서 고른 책. 하지만 의외의 수확이 있었다. 박민규의 글이 많이 차분하다는 느낌. 수록된 모든 단편들 보다 기억에 남는 건 은희경. . 아, 그녀에게도 이런 여고생같은 감수성이. 괜히 온몸이 간질거리는 기분이 드는 단편이었다. 배수아의 . 아직도 무슨 내용이었는지 모르겠다. 뭔가 차갑게 느껴지는 그녀의 이미지는 이제 저 유리 너머 멀리로 가버린 걸까. 김중혁의 . 복잡한 수식 같지만 City is skateboard. 라는 뜻. 발랄한 단편이었다. 생각보다 책..

Media/Books 2010.02.10

무지개 - 요시모토 바나나

:: 무지개 | 요시모토 바나나 | 김난주 | 민음사 오랜만에 읽은 바나나의 글. 잊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차분하게 만들고 힘빠지게(?) 만드는 그녀의 어투를. 기억 저 속에서 꺼낸 것 같은 약간은 바랜 그녀의 글은 왠지 무기력했다. 여성스러움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어딘가가 비어있는 그녀의 글들을 단숨에 읽어내린 것은 중고로 구입한 이후 음악보다는 TV와 게임 음향을 주로 뱉어내던 5.1 채널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맥스웰의 음반 덕분이었다. 무슨 일이었을까? 맥주도 소주도 그 어떤 알콜도 없이 케이블 TV 채널을 돌리며 재방송을 전전하지 않고 현란한 하이킥을 날리는 언니의 액션 게임을 플레이하지도 않고 맥스웰의 음악을 틀고 이 책을 집어든 것은. 글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타이티에 홀로 여행을 ..

Media/Books 2010.01.25

오 해피데이 - 오쿠다 히데오

:: 오 해피데이 | 오쿠다 히데오 | 김난주 | 재인 야호! 이렇게까지 즐거운 책이 있었던가?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너무나 술술 빠르게 읽힌다. 게다가 나이 때문인지 적절한 공감까지. [공중 그네]를 비롯해 유쾌한 소설을 써오던 작가가 작정하고 가볍게 쓴 듯한 단편들. 신나고 즐겁고 가볍다. 그래서 유쾌하다. '오쿠다 히데오'스럽지 않다고도 얘기하지만, 이런 것이 그의 매력이지 않을까. 뭔가 특별한, 아니 사소한 일이 벌어지는 여섯 가정의 에피소드들. 집안 물건들을 인터넷 옥션에 내다 파는 데 푹 빠진 엄마. 별거가 시작됐지만 오히려 삶에 활력을 찾은 남편. 무례한 젊은 남자에게 색다른 매력을 느끼는 부인. 회사가 망해버렸지만 집안일에서 적성을 찾는 남편. 아내와 상의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일을 벌..

Media/Books 2010.01.18

타워 - 배명훈

:: 타워 | 배명훈 | 오멜라스 | 2009.06 잔뜩 주문을 넣은 책을 배송 받고 나서 빼먹은 책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바로 이 책이었다. 바로 추가로 주문을 넣었고, 도착하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일단은 SF 소설이라는 점에서 망설이기도 했지만, 네이버 문학에 실린 그의 단편인 을 읽어보고는 아, 뭔가 다르겠구나 싶었다. 이 책은 분명히 과학소설이다. 미래의 어느 시점, 엄청나게 높은 '빈스토크'라는 빌딩을 무대로 한다. 하나의 빌딩이 그대로 하나의 국가인, '수평'보다는 '수직'의 개념이 중시되는 사회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책의 말미에 소설가 이인화는 이 책에 대한 평가를 아래와 같이 내린다. 특히 사회적 과학소설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적절하게 이 ..

Media/Books 2010.01.11

세계의 끝 여자친구 - 김연수

:: 세계의 끝 여자친구 | 김연수 | 문학동네 [밤은 노래한다] 이후 필 받아 김연수의 신간 구입. 이번엔 단편집. 여전히 뚝뚝 흘러넘치는 그의 감수성에 매료되었으나, 장편만큼의 힘이나 감동은 적었다고 해야할 듯. 총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그 중에 '달로 간 코미디언'이 가장 좋았음. '기억할만한 지나침'은 왠지 김연수스럽지 않다는 느낌도 받을 정도로 외국 소설의 분위기. 2005년 부터 2009년 까지의 단편 모음이라고 하니 이런저런 글쓰기 연습의 의미도 담겨있을 듯. 추천 여부를 말하자면 초강추는 아니더라도 강추는 됨. 아마도 김연수라는 이름은 항상 강추 이상일 듯. 언제나처럼 단편은 다음 장편에 대한 기대를 줌. 요즘 뜸한 작가님들, 어서어서 다음 장편 내어 주시기를. 아, 이 책을 접고..

Media/Books 2009.12.22

유부남 이야기 - 바르셀로 비르마헤르

:: 유부남 이야기 | 바르셀로 비르마헤르 | 김수진 | 문학동네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던가? 아마도 없는 것 같다. 실제로 이 책을 주문했던 건 꽤 오래 전인데 왠지 손이 가질 않아서 이제서야 읽었다. 가벼운 터치로 쓴 사람 사는 얘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이 크게 틀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동안 읽어본 남미의 문학과는 또 다른 느낌. 뭐랄까 남미의 소재를 가지고 영미권의 단편 소설을 쓴 것 같은 느낌이랄까? 헌데 저자는 자신이 서머셋 모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읽기 쉬운 책이긴 한데, 그 소재가 좀 마음에 안든다. 유부남들이 바람피우는 이야기다. 저자가 발표한 총 3권의 단편집 시리즈에서 발췌한 단편 모음집인데, 하나같이 소재가 같다. 상황이 다를 뿐. 평..

Media/Books 2009.11.13

밤의 피크닉 - 온다 리쿠

:: 밤의 피크닉 | 온다 리쿠 | 권남희 | 북폴리오 온다 리쿠의 책은 이것으로 세 번째. [삼월은 붉은 구렁을], [황혼녘 백합의 뼈] 와 함께 작년에 사두었던 그녀의 책을 이젠 모두 읽었다. 우연히 내가 읽은 것들이 그랬을 지도 모르겟지만 미스터리 물이라고 하기에는 가볍고, 순수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미스터리 물스러운 글들. 전체적으로 빨리 읽히는 것은 공통점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얘기를 세밀하게 풀어가는 재주가 있다. 확실히 책이 잘 잡히지 않을 때 가볍게 읽기에는 좋다. 너무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너무 별 것 아니어서 잊어버리고 사는 것들에 대해서 아주 감성적이로 세밀하게 묘사해서 괜히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글들을 가끔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그런 일이 있는 지 모르겠지만 ..

Media/Books 2009.11.02

밤은 노래한다 - 김연수

:: 밤은 노래한다 | 김연수 | 문학과지성사 김연수의 책은 많이 읽진 못했다. 아니, 몇 편의 단편을 제외하면 [꾿빠이 이상]이 유일하게 읽은 장편 소설일게다. 그때에도 그랬다. 책을 덮고 한참동안 소설 마지막 구절이 입에서, 가슴에서 맴돌았다. 테잎이 끊어지면 피가 나오. 상채기도 머지않아 완치될 줄 믿소. 상채기도 머지않아 완치될 줄 믿소. 굳빠이 그의 소설은 이상하리만치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솔직히 [꾿빠이 이상]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 남은 상채기만 기억날 뿐. 하지만 그걸 까맣게 잊고 다시 그의 소설을 집어 들었다. 실수였다. 가을에 그의 소설을 시작한 것은. 읽는 내내 나를 쥐어잡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가 사랑에 빠지면 나도 사랑에 빠졌고, 그가 투쟁의 의지에 불타오르면 나도 같이..

Media/Books 2009.10.21

황금 물고기 - 르 끌레지오

:: 황금 물고기 | 르 끌레지오 | 최수철 | 문학동네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보면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들의 작품을 얼마나 읽었나? 싶다. 찬찬히 따져보면 읽어본 적이 거의 없는 듯. 아마 [눈먼 자들이 도시]가 최초이자 마지막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이름을 쭉~ 훑어보면 내가 참으로 편협한 독서를 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그 이전에 독서량 자체도 별로 많지 않은 것도 문제). 엇, 다시 훑어보니 마르케스의 작품은 읽은 적이 있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2005년도에 마르케스의 신작이 출간되서 냉큼 사서 읽었던 책. 아마 이런저런 단편집/모음집에서 그들의 단편을 읽었을 수는 있겠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으니까 저 두 권 정도가 내가 읽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Media/Books 2009.10.05

1Q84 - 무라카미 하루키

:: 1Q84 | 무라카미 하루키 | 양윤옥 | 문학동네 | 총 2권 (링크 1, 2) 국내 출간일이 8월 25일.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이제서야 읽었다는 건 평소에 비하면 많이 늦은 감이 있다(하루키나 코엘료의 책은 출간과 동시에 읽어버리곤 하지 않았던가). 우연한 기회에 1권을 얻게 되어 지난 주말에 읽었고, 어제 퇴근길에 2권을 사서 저녁도 거르고 완독. 결코 얇지 않은 책이지만 절대 읽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꽤나 큰 기대감으로 책장을 펼쳤다. 목차를 살펴보는데 매 장마다 '아오마메'라는 이름과 '덴고'라는 이름이 교차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세계의 끝과 하드 보일드 원더랜드](참고로 이 책은 서로 다른 출판사의 몇 가지 버전이 있고 [일각수의 꿈]과 같은 책이다. 나는 김난주씨가 번역..

Media/Books 2009.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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