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ers 183

기초 문법

며칠 전 플러스펜 얘기를 썼더니, 가만히 가만히 학생 시절이 떠올랐다. 매 시간마다 제도 연습만 하다가 처음으로 '집'을 설계해오라고 했던 과제를 받고, 다들 들뜬 마음으로 그 집에 살게 될 사람이 어떤 사람들인지 시나리오도 만들고, 여기저기 지적도도 구해서(지적도는 나눠줬던가?) 대지 분석(Site Analysis)이랍시고 지도에 마킹도 하고... 여튼 참 요란하게, 그리고 시간과 공을 들여서 수업시간에 맞춰 도면을 가져갔다. 교수님은 도면을 여기저기로 집어 던지시며 소리치셨다. "이게 집이냐! 이 화장실이 문이 열릴 것 같아? 여기서 어떻게 볼일을 보라는 거냐!" 처음 과제 검사를 받았던 친구는 화장실 크기를 잘못 생각했고, 그 결과로 화장실 문을 열면 안쪽에서 변기와 부딪히는 크기로 도면을 그렸던 ..

Litters 2006.10.18

플러스 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필기구는 '모나미 플러스펜' 그 중에서도 흑색을 제일 좋아한다. 특히 옐로우 트레이싱 페이퍼(정확한 명칭인지 잘 모르겠지만, 화방에 가면 노란 트레이싱 페이퍼를 롤처럼 돌돌 말아서 파는 게 있다)에 검은 플러스 펜으로 낙서를 하면... 아 그 질감이 너무 좋다. +_+ 플러스 펜의 느낌을, 옐로우 트레이싱 페이퍼의 질감을 알게, 느끼게, 좋아하게 된 건 역시 대학 때였다. 로트링 펜으로 도면을 그리다가 종이를 찢거나(로트링 펜의 펜촉은 딱! 종이 찢기에 알맞다), 펜 촉이 휘거나 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결정적으로 그건 너무 비쌌다. 매일매일의 술값을 조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와중에 로트링 펜을 두께별로 갖추고 도면을 그리는 건 사치였다. 특히 그 색깔이 이뻐서(겉멋 들어서) 사..

Litters 2006.10.14

산책

평소와 비교하면 아주 이른 시간에 일어나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꽤나 많은 것이 생략되서 아주 짧은 시간에 끝나는 차례를 지내고, 뒷정리를 했다. 잠깐 게임에 접속해 친구의 퀘스트를 도와주고, 점심을 먹고, 양치질을 하고, 로션을 바르고, 옷을 입고, 로션을 뿌리고 읽던 책을 들고, 아이팟의 이어폰을 귀에 꽂고 집을 나섰다. 편의점을 들러 담배를 사고, 인출기에서 약간의 현금을 찾고, 지하철 역으로 가면서 담배를 한 대 피웠다. 오랜만에 타는 지하철. 패스카드에 충전된 요금을 힐끗 확인하며 개찰구를 지났다. 한참만에 들어온 지하철. 열차 안은 매우 한산했다. 추석. 추석날 점심이었다. 경복궁 역에서 잠깐 고민했다. 집으로 발길을 돌릴 것인지, 화창한 날씨를 좀 더 즐길 것인지. 그래. ..

Litters 2006.10.06

요즘

1. 알레르기성 비염이 활개를 친다. 이거 안 겪어본 사람은 절대 모른다. 콧속은 계속 간질간질, 굉장히 자주 나오는 재채기, 콧물이 계속 흘러내린다. 상황이 심각해지면, 수도꼭지 틀은 것마냥 코에서 마구 흘러내리는데, 이럴 땐 손수건이나 티슈로 계속 막고있는 수밖에 없다. 이건 뭐 고쳐지는 병도 아니라고 하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 수밖에... 없는데, 너무 괴롭다. 아 정말 미칠 지경. 어제는 회의하러 들어가면서 네모난 티슈통을 하나 들고 들어갔다. 회의하면서 내가 소비한 티슈는 책상 위에 수북히. 아. 더러. ㅠㅠ 2. 와우의 48시간 점검이 이리도 큰 일일 줄이야. WOW가 수요일 06시부터 오늘 새벽 06시까지 48동안 서버 교체 및 1.12.1 패치를 했다. 그래서 그 동안 접속을 못했다. 이..

Litters 2006.09.29

멀리보는 연습

안경을 처음 쓴 게 언제였더라... 아마 중학교 즈음이었다. 점점 멀리 있는 물체들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결국 안경이라는 도구의 힘을 빌려야만 멀리 있는 것들을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처음엔 그 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점점 안경의 도수를 높여야만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오랜만에 안경을 벗고 파란 하늘과 구름과 산을 봤다. 흐릿하게 보이던 것이 눈에 집중하고 더 잘보려고 노력하자 조금, 아주 조금 더 또렷하게 보였다. 뭐 그래봐야 안경을 쓴 것처럼 또렷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괜히 그런 기분이 들었다. 정신을 아주 집중하고, 계속해서 보려고 노력하면 안경을 쓰지 않고도 그만큼 잘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하는 기분. 혹시 애초에 안경의 힘을 빌리지 않고, 조금 희미하게 보였을 때 '더 잘 보려는..

Litters 2006.09.12